드디어 찾았다… 수 년 동안 찾아나선 녀석
어른벌레는 일찍 만났지만 애벌레는 오리무중
활동시기인 8월∼10월 단풍나무 샅샅히 뒤져
국립공원관리공단 백암지구 근무 지인 통해
생생한 우화 과정 받아내 ‘지성이면 감천’

 

 

사진-1 꽃술재주나방애벌레(2022년 9월13일, 동천동)
사진-2 꽃술재주나방애벌레(2022년 9월13일, 동천동)
사진-3 꽃술재주나방애벌레(2022년 9월8일, 백양사)
사진-4 꽃술재주나방 번데기(2022년 9월16일, 동천동)
사진-5 꽃술재주나방(2016년 7월23일, 형제봉)
사진-6 꽃술재주나방(2015년 8월14일, 백양사)

유독 내 눈에만 보이지 않던 녀석이 있다. 몇 년 전부터 눈에 불을 켜고 다녀봤지만 그림자도 못본 녀석이다. 신나무, 복자기, 단풍나무 등 단풍나무과를 먹이식물로 하는 꽃술재주나방 이야기다. 어른벌레는 오래전에 만났는데 참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인지 애벌레를 찾으러 더욱 애썼는지 모르겠다. 녀석이 활동하는 시기인 8월~10월이면 단풍으로 유명한 정읍 내장산부터 백양사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풍나무는 거의 살핀 것 같다. 정성이 부족했던지 결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주위에서 활동하는 숲해설가 그리고 자연환경해설사, 숲치유사등 많은 분들에게 애벌레의 특징을 대충 설명하고 혹 발견되면 연락주시라 부탁했지만 소식이 없다.

2021년 11월, 지리산 뱀사골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왔다. 2020년 8월 뱀사골에서 꽃술재주나방 애벌레를 잡아 사육하여 번데기 되는 과정까지 다 관찰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있단다. 사진을 구할 수 있는지 부탁하니 흔쾌히 알아봐 준다는 답이 온다. 그리고 얼마뒤 번데기가 되는 모습까지 생생한 자료를 받았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비록 직접 눈으로 보면서 담은 사진은 아니지만 꼭 그곳에 있는 것같은 느낌이다. 진즉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었으나 올해는 꽃술재주나방 애벌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지금 껏 미루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두고 허운홍 선생께서 전화가 왔다. 서울 인근에서 꽃술재주나방 애벌레 한 마리를 포획하셨단다. 지난 여름 성삼재에서 노고단 가는 길에 아직 꽃술재주나방 애벌레를 만나지 못했다는 나의 말이 생각나 연휴때 서울 오면 전해 주시겠다는 말씀이었다. 연휴 첫날 만나기로 약속까지 했는데 카톡으로 멋진 녀석의 사진이 날아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백암지구에 근무하는 지인이 ‘이 녀석이 맞아요?’하며 반가운 소식을 보낸 것이다. 드디어 녀석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그날 퇴근후 전해 주겠다는데 며칠 미룰 수밖에 없다. 추석 연휴로 5일을 쉬게 되어 서울의 가족에게 가야 한다. 부득히 연휴 끝날때까지 잘 돌봐주시라 부탁했다. 허운홍 선생께는 사정을 말씀드리고 데려온 녀석을 놓아주시라 말씀드리니 잘됐다며 좋아 하신다.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날, 녀석을 만나기로 해 마음이 바쁘다. 정오가 조금 넘어 집에 도착하여 카메라를 챙겨 약속 장소로 향한다. 먹이도 충분히 넣어 놓은 페트병에 녀석이 보인다. 이틀전부터 거의 먹지도 않고 가만히 있다고 걱정하며 넘겨주는 지인에게 아마도 번데기가 되려는 듯 하다며 안심시키고 집으로 데려와 첫 대면을 한다. 사육통으로 옮기고 앵글에 담으며 녀석과 눈맞춤한다. 아쉽게도 거의 움직임이 없다. 혹 잘못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만 번데기가 되려 물을 빼고 있는 거라 스스로를 안심시켜 본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 흙을 넣어 주고 기다린다.

2022년 9월 16일, 거의 움직임이 없던 녀석이 마지막 탈피를 하고 번데기 되었다. 보통 흙속으로 들어가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는데 아마도 힘이 조금 모자랐나보다. 4령 유충은 오렌지색인데 종령이 되면 다홍색이 된다. 1배마디에 흰색 둥근 무늬가 있고, 검고 긴 육질돌기들이 많이 나 있다. 머리와 꼬리 부분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단풍나무류에 붙어 있는데 색상 때문에 눈에 잘 띈다. 그래서 기생을 많이 당하나 보다. 초령부터 봤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내년 봄 무사히 우화하기를 빌어본다.

2015년 8월 14일, 백양사 주차장 야등에서 꽃술재주나방을 처음 만났다. 한껏 치켜세운 꼬리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잔뜩 부풀어 오른 꽃술 주위로 검정색 깃털이 하늘거린다. 조그마한 돌맹이 위에 올라 앉아 멋진 포즈를 취한다.

2016년 7월 23일, 하동의 형제봉에서 꽃술재주나방을 다시 만났다. 어른벌레가 있다는 것은 분명 어딘가에 애벌레가 있음이다. 찾아야 할 애벌레들은 많은데 아침 저녁으론 제법 선선하다. 이제 거의 대부분의 애벌레들은 모습을 감추었다. 올해 접하지 못했던 녀석들, 내년에는 꼭 볼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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