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앞에 ‘꼬마’가 붙어 귀여울줄 알았는데…
7월∼10월새 애벌레 활동 왕성
여름에는 7일 정도면 보통 우화
가을 애벌레는 이듬해 4월 탈피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06]꼬마버들재주나방
 

 

사진-1 꼬마버들재주나방애벌레(2016년 7월28일, 백마산)
사진-2 꼬마버들재주나방애벌레(2016년 7월28일, 백마산)
사진-3 꼬마버들재주나방애벌레(2019년 9월28일, 광주천)
사진-4 꼬마버들재주나방번데기(2019년 10월20일, 광주천)
사진-5 꼬마버들재주나방(2008년 8월 10일)
사진-6 꼬마버들재주나방(2008년 8월10일)

명사 앞에 꼬마가 붙어 있으면 보통 귀엽거나 작은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나방중에도 꼬마가 앞에 붙어 있는 이름이 알려진것만해도 거의 20여종에 이른다. 꼬마독나방, 꼬마봉인나방, 꼬마저녁나방, 꼬마상수리창나방, 꼬마복숭아밤나방, 꼬마버들재주나방 등 다양하다. 물론 이름 앞에 꼬마가 붙지 않는 나방이 존재함은 사실이다. 그중 꼬마버들재주나방을 소개하려 한다.

이름만 들어도 버드나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버드나무과 버드나무속에는 버드나무를 비롯하여 키버들, 갯버들, 수양버들, 용버들, 왕버들, 호랑버들, 선버들이 있다. 기원전 5세기경 의성 히포크라테스는 임산부가 통증을 느낄 때 버들잎을 씹으라고 처방전을 내렸는데 버들잎의 신비가 밝혀진 것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인 1853년이다. 아스피린의 주성분 아세틴살리실산을 추출한 것이다. 이것을 일반화하는 데는 약 40년이 지난 1899년 독일 바이엘사의 연구원 펠릭스 호프만이 아스피린을 처음 상용화했다.

버드나무는 흔들리면서 사는 게 어떤 것이지 일깨워주는 스승으로 성질은 겉도 부드럽지만 속도 부드러운 존재로 바람이 불면 온 몸을 바람에 맡긴 채 이리 저리 흔들린다. 따라서 옛날부터 버드나무는 부드럽고 여성적인 나무로, 대나무는 곧고 딱딱한 남성적인 나무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전통적인 장례 의식에서도 상주가 부친상에는 대나무 지팡이, 모친상에는 버드나무 지팡이를 사용하였다.

이러한 버드나무류를 먹고 사는 꼬마버들재주나방 애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2016년 7월 28일, 서구 백마산에서 녀석을 만났다. 곤충을 좋아하는 여러 숲해설가들과 함께 한 관찰에서다. 어린 유충은 잎을 여러 장 붙여서 둥근 텐트처럼 만들고 여러 마리가 모여 있기도 한다. 다 자라면 흩어진다. 머리는 노란색이고 배 첫째 마디 윗면에 빨간 혹 같은 것이 있다. 혹 바로 옆에 흰점이 있는것도 이채롭다. 7월에서 10월에 걸쳐 보이는데 애벌레는 잠깐 보이며 다시 잎을 붙여 번데기 방을 만들고 여름에는 7일 정도면 우화한다. 가을 무렵 보이는 애벌레는 이듬해 4월 우화한다.

2019년 9월 28일, 광주천에서 꼬마버들재주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광주천에는 생각보다 많은 생명들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관찰해오면서 느낀 점은 매년 그 종 수가 줄어 든다는 것이다. 열악한 서식환경이 첫 번째일 것이고, 두 번째는 기후 온난화 일 것이다. 2년전 대발생한 뒤흰날개밤나방은 아예 자취를 감춰 버렸다. 그 흔하던 뒷노랑얼룩나방 애벌레도 올핸 전혀 볼 수가 없다. 너무 빨리 변하는 것 같아 무섭다.

2019년 10월 20일, 버드나무 잎에서 꼬마버들재주나방의 번데기를 볼 수 있었다. 번데기 옆에 놓인 탈피각을 보니 꼬마버들재주나방이 분명하다. 번데기가 된지 얼마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이미 우화하고 나간 빈 번데기다. 아마도 여름을 애벌레로 나고 번데기가 되어 8월쯤 우화한 것으로 보인다. 아쉽지만 이렇게 번데기를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어른벌레는 어떤 모습일까? 버들재주나방과 함께 어른벌레 사진을 저장해 둔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할 수 없이 허운홍 선생께 부탁하여 사진을 받았다. 표본도 함께. 앞날개는 황갈색 바탕이며, 시정부는 폭넓게 적갈색을 띠고 흰 횡선이 있다. 아외연선 부근에 점무늬도 구별 포인트다. 흔쾌히 사진을 보내주신 허운홍 선생께 고마움을 전한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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