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 철쭉 잎 먹고사는 ‘봄의 전령사’
머리가 검정이면 중령애벌레
종령에는 ‘주황색’으로 변신
애벌레 · 어른벌레도 노랑색
이름과 연관돼 기억하기 쉬워

 

 

사진-1 진달래(2022년 4월9일, 천태산)
사진-2 철쭉(2016년 4월29일, 바래봉)
사진-3 철쭉(2016년 4월29일, 바래봉)
사진-4 뒷노랑점가지나방애벌레(2022년 4월9일, 개천사)
사진-5 뒷노랑점가지나방애벌레(2022년 4월9일, 개천사)
사진-6 뒷노랑점가지나방(2016년 6월26일, 동악산)

여기 저기 봄꽃이 만발해 봄의 한가운데 와 있다 했는데 어느덧 벚꽃도 지고, 온 산을 붉게 물들이던 진달래도 녹색의 옷을 곱게 입었다. 한낮 기온이 부쩍 올라 벌써 여름의 문턱을 넘은 것 같다. 4계절이 뚜렷한 살기 좋은 우리나라였지만 갈수록 겨울과 여름이 길어지고 봄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것 같아 기후변화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가까운 산 어디를 가든 봄이면 쉽게 볼수 있는 진달래와 철쭉. 웬만한 분들은 진달래과의 진달래와 철쭉의 차이를 다 아실 것이다. 진달래는 잎이 나오기 전 꽃이 피고, 철쭉은 꽃이 잎과 함께 나오며 연분홍색 꽃이 진달래보다 크다. 진달래와 달리 독이 있는 끈끈한 액이 있다. 진달래를 풀어보면 진(眞) + 달래인데 설화에 나오는 마늘과 함께 보는 식물로 땅을 대표하고 있어 진달래의 의미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야산을 대표하는 나무’로 볼 수 있다.

강화도 고려산의 진달래 축제가 유명한데 강화도에 고려 유적이 많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데다 이곳의 진달래는 유난히 곱기 때문이다. 원래 고려산은 소나무가 무성한 숲이었으나 산불로 민둥산이 됐다가 생명력이 강한 진달래를 심어 지금의 군락지가 조성되었다고 한다.

철쭉은 한자의 척촉에서 유래되었는데, ‘턱튝 → 쳘듁 → 철쭉’으로 변화된 이름이다. 척촉은 꽃에 독이 있어 ‘양이 겁을 내어 밟기를 머뭇거린다.’는 뜻이다. 지리산 철쭉제로 유명한 바래봉 철쭉 군락지는 양들이 만든 예술작품이다. 1970년대 초 이곳에 호주의 지원을 받아 면양목장을 만들어 양들을 방목하였다. 그런데 먹성좋은 양들이 다른 초목들은 줄기까지 먹어치웠지만 철쭉은 먹지 않고 남겨두어 군락지를 이루게 되었단다.

이런 진달래와 철쭉의 잎을 먹고 사는 애벌레는 어떤 녀석들이 있을까? 단식성으로 뒷노랑점가지나방, 산진달래가는나방, 철쭉뿔나방, 작은남방알락명나방 등이 있다. 광식성으로는 네점푸른자나방, 흰머리잎말이나방, 평행줄잎말이나방, 띠넓은가지나방 등이 있다.

이 중 뒷노랑점가지나방을 소개하려 한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던 진달래가 지고 잎이 돋을때면 뒷노랑점가지나방애벌레가 나오는데 진달래 잎이 봄에 다른 식물보다 일찍 나오기 때문에 이른 봄에 많이 보인단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내 눈에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2022년 4월 9일, 좋은 숲 친구들과 함께 화순의 개천산을 찾았다. 개천사에서 개천산을 올라 천태산으로의 산행길을 잡았다. 이미 산은 짙은 녹색의 옷을 입었다. 제법 애벌레들이 보인다. 조금 올라가니 진달래 잎이 돋았다.

혹시나 하고 고개를 숙이니 있다. 검은 바탕에 흰색 줄무늬가 있고 숨구멍 근처에는 노랗고 둥근 무늬들이 선명하다.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뒷노랑점가지나방애벌레다. 머리가 아직 검은걸로 보아 중령애벌레다. 종령이 되면 주황색으로 변한다. 애벌레는 4월에 나타나는데 먹이식물은 진달래와 철쭉이다. 유충길이는 40mm정도이며,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된다. 20여일이 지나면 우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 정상으로 오를수록 진달래가 만발해 있다. 더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더 이상은 볼 수 없었다.

뒷노랑점가지나방을 만난 것은 2016년 6월 26일, 곡성의 동악산에서다. 많이 더운 날이었지만 별박이자나방, 큰노랑애기가지나방과 함께 녀석을 만났다. 진달래 나뭇가지에 살포시 앉아 있다. 뒷날개는 주황바탕에 검은 점무늬, 앞날개는 초록빛이 도는 회백색 바탕에 검은 점무늬가 있다. 애벌레도 어른벌레도 노랑색이 있고 이름에 노랑이 들어있어 조금은 기억하기 쉽다.

하루도 쉬지않고 날마다 도감을 뒤적이며 애벌레 그리고 어른벌레들과 친해지려 하지만 돌아서면 머릿속이 하얗다. 아직 짝지워야할 녀석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갈수록 만나기는 힘들어진다. 그래도 열심히 찾아 나서 보자. 일단 나서면 뭐든 만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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