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kg 17만5천672원…전년比 24.4% 떨어져
소비줄어 창고엔 재고물량 산더미
3차례 시장격리도 하락세 못잡아
“15만t 선제적 시장격리 시급”

지난해 가을부터 출하되지 못한 채 재고로 남은 통백들도 가득차있는 광주광역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광주통합RPC)의 평창고 내부. 평년에는 거의 비어있으나 지난해 풍년으로 재고가 가득한 모습이다 . /이서영 기자
지난해 가을부터 출하되지 못한 채 재고로 남은 통백들도 가득차있는 광주광역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광주통합RPC)의 평창고 내부. 평년에는 거의 비어있으나 지난해 풍년으로 재고가 가득한 모습이다 . /이서영 기자

“풍년들면 뭐하겠소…쌀값 계속 폭락하는데”

지난해 풍년에 이어 올해도 풍년이 예고된 가운데 쌀 재배 농가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최근 쌀 수요가 줄면서 쌀값도 45년만에 최대 폭락했기 때문이다.

10일 광주광역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광주통합RPC)의 평창고는 지난해 가을 수매한 벼를 담은 대형 톤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광주RPC에 재고로 남은 벼는 2천100t에 달한다. 올해 벼 수확시기가 한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재고 벼를 처리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 올해 햇벼를 수매해도 보관할 장소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상가상인 셈이다.

전남도내 26개 지역농협이 지난해 수매한 뒤 판매하지 못한 벼 재고량은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농협중앙회가 발표한 7월말 기준 ‘2021년산 쌀 수급 및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재고량은 총 43만t으로 전년동기(24만t)에 비해 무려 80.6% 증가했다. 쌀 가격 또한 폭락세다. 쌀값은 7월25일 기준 80kg에 17만5천672원으로 전년 동기(22만3천424원) 대비 24.4% 하락했다. 특히 전국 재고량의 25% 가량 보유하고 있는 전남지역 피해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이선학 광주통합RPC 대표이사는 “양곡관리법엔 생산량이 소비량을 3% 이상 초과하거나 전년 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쌀 시장격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임의규정이다보니 요건충족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쌀 생산량이 초과될 것을 예상하고도 정부는 올해 2월, 5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37만t만 매입해 시장 격리했다”고 지적했다. ‘찔끔’시장 격리 조치가 쌀값 폭락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이사는 “예상 생산량과 예상 수요량이 추정되는 수확기 때 시장격리를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늦장 대응이 쌀값 폭락의 문을 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이 뿐만 아니다. 역공매 방식으로 추진되는 쌀 공매제도도 쌀 가격의 하락세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예상가격 이하로 응찰한 농민들이 우선 낙찰 받게 되는 구조인 ‘역공매 최저가 입찰’은 쌀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0월 수매를 앞둔 농민들의 마음은 조급하다. 재고가 쌓인 상태에서 햇벼를 수매할 경우 저장할 창고가 없어 재고 물량을 수매 가격보다 싸게 판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농민들이 4차 추가 시장격리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이사는 “올해 수매 이전에 15만t을 추가 격리해야 재고 소진과 함께 쌀값 하락세를 멈출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올해 수매해도 지난해 물량을 물고 가기 때문에 내년에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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