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前 조성 다리 모습 드러나고
땅은 ‘푸석’…물기 잃은 지 오래
저수율 31%…평년 절반도 안돼
단비 내렸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바닥 드러낸 화순 동복호
광주·전남지역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광주광역시의 제한급수가 30년 만에 현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광주지역 주요 식수원인 화순군 동복호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화순/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22일 오전 전라남도 화순군 백아면 와천리에 위치한 제2망향정.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언뜻 긴 시냇물이 흐르는 너른 들판으로 보이지만, 이곳은 바로 광주광역시의 주요 상수원 중 하나인 동복호 상류다. 광주·전남지역에 49년 만의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상수원 보호 울타리까지 다다르던 물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울타리 아래로 내려가보니 지면에는 온통 말라버린 수초와 잡초, 덤불만이 가득했다. 긴 가뭄에 물이 바싹 마르면서 수몰 전 조성된 다리도 하얀 콘크리트 속살을 드러낸 상태였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지면은 언제 비 맛을 봤는지 푸석하니 물기를 잃었다.

이곳을 지나던 최모(43·광주)씨는 “바닥난 동복호를 직접 보니 가뭄이 정말 심각한 상태라는 피부에 와닿는다”고 말했다.

동복호 인근 주민도 지금의 상황이 당혹스럽다.

와천리 주민 구성내(87·여)씨는 “이 마을에 산 지 40년이 넘었지만 이렇게까지 물이 말라버린 것은 본 적이 없다”면서 “곧 배추도 수확해야 하는데 비가 안 와서 다 죽어가고 있다. 말라가는 동복호를 보면 내 속도 같이 타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전남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주요 상수원들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전남 화순군에 위치한 동복호 상류의 모습. /박정석 기자

같은 날 오후 동복호 하류에 위치한 동복취수장에서도 기나긴 가뭄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여름 이후로 물이 넘어간 적이 없다는 여수로에는 낙엽이 가득 쌓여 있었다. 10m가 족히 넘는 나무 서식지와 수위간 차이, 취수장 구조물에 남은 검은 띠가 과거의 저수량을 가늠케 했다.

과거 1천500㎜ 이상의 비가 내리던 동복호는 올해 들어 684㎜의 비만 내렸다. 이에 지난 21일 기준 동복호의 저수율은 31.37%로 평년(79.8%)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광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오후부터 23일 새벽에 걸쳐 광주·전남 대부분 지역에 5~1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가뭄 속 단비이지만 바닥을 드러낸 호수를 채우기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여기에 올 겨울 강수량이 평년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면서 동복호 저수율은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에 내년 3월부터 제한급수 위기감이 고조되는 배경이다.

임동주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 물운용총괄과장은 “현재 가장 현실적인 가뭄 극복 방안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물 절약 캠페인 동참”이라며 “시민들께서 가정에서 20%만 절수한다면 내년 6월까지 동복호 고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동복호을 찾아 가뭄현황을 파악했다. 23일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한급수가 시행중인 완도 도서지역을 방문한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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