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개 계단 ‘빙’ 돌아 마주한 ‘카르스트’ 비경
두곳의 전망대 갖춘 항무아
정상 위 탑…땀꼭 풍광 ‘한눈에’
전통복 입은 젊은이들 사진 촬영
현지인 중심 관광지화 변화 느껴
‘옛 수도’ 호아루 성 안은 ‘사원’
땀꼭 뱃놀이…관광객 필수코스
3개의 산 관통한 동굴 ‘인상적’

 

김진환 작가
김진환 작가

하노이 여행사에서 하루 일정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녀왔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여행자 12명이 한팀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진행했다.

닌빈은 약 2억 4천만 년 전에 형성됐다고 추정되는 카르스트 지형으로 일명 ‘육지의 하롱베이’라 일컫는다.

2014년 유네스코는 이곳을 자연과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는데 이는 지형학적 가치와 자연미 뿐 아니라 이러한 자연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일궈낸 문화적 자산들과 그 가치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무아 전망대 전경.

 

항무아는 두 곳의 전망대가 있어 하늘에서 카르스트 지형의 아름다움을 내려 볼 수 있는 최고의 위치다. 산허리를 돌아가는 계단이 약 500개라 아무에게나 쉽게 이 아름다운 비경을 보여주기 싫다는 무언의 저항인 것 같았다.

내가 방문한 날이 휴일이라 현지 젊은이들과 외국 관광객이 뒤섞여 한 떼의 큰 무리를 이루며 계단 하나하나를 올랐다.

좁은 계단에 사람들이 엉키니 잠깐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을 정도였으며 덩치 큰 서양 아주머니가 중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주저앉아 올라가는 한 방향을 막아 뒷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체중을 좀 빼고 체력을 길러야 했으나 사람 사는 세상 어디 생각대로 될 수 없어 저질 체력으로 이곳을 오르니 막막한 심정일 것 같았다.

정상에는 탑이 있고 그곳에서 내려다본 땀꼭은 모심기 위해 물을 담아놓은 논과 밭 풍경이 우뚝우뚝 솟아 있는 바위산과 함께 천혜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현지 젊은이들이 전통 복을 입고 이곳에 올라 사랑하는 여인과 추억의 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머지 않아 중국처럼 현지인 중심으로 관광지가 변하겠다고 생각했다. 화려한 색상의 원주민 전통 복이 우리 한복처럼 정겹게 느껴졌다.

약 20년 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현지인 관광객을 거의 볼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인간의 손을 최소로 하며 멋진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전통을 지키고 자연 그대로를 보여줄 때 외국인들이 환호한다.

우린 편리하게 관광지를 고치고 다듬지만 여긴 그렇지 않아 우리와 대조를 이룬다.

모로코 여행 중 대부분 외국인은 좁은 골목 메디나에 머무른다. 두 사람이 겨우 비킬 수 있는 골목에는 택시 같은 작은 차도 들어올 수 없어 오로지 두 발로 걸어야 한다.

모로코인들은 이 불편함을 피해 신도시를 만들어 이주했지만 우린 불편함을 감수하며 메디나에 머무른다. 이곳이 가장 모로코다운 곳이기에 불편함을 감수한다. 누군가 말하길 “여행은 내가 사는 불편한 곳을 떠나 남이 살아가는 불편한 곳을 찾아가는 여정이다”라고 정의했다.

호아루 옛 수도는 입구에 큰 해자가 가로막아 다리를 건너야 성 입구에 도착할 수 있어 이 성의 권위를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입구를 지나면 왼쪽으로 역사를 화려하게 그린 벽화가 있다. 968년 반란군을 제압하고 최초의 통일왕조를 세운 딘 보린은 호아루를 수도로 정하고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삼았다. 1010년 수도를 하노이로 옮기면서 이곳은 자연스럽게 퇴보하게 되었다. 내부로 들어가자 사원이 있고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 왼쪽 문으로 나오라는 현지 안내자 당부가 있었다. 가운데 문은 제사장만이 출입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문화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땀꼭 뱃놀이

 

카르스트 지형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땀꼭 뱃놀이는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이다. 나룻배는 뱃사공 포함 3인용 작은 목조 쪽배이다. 대부분 뱃사공이 능숙한 동작으로 노를 발로 젖는다. 아마 팔로 젖는 것보다는 힘이 작게 들어간 방법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 같았다.

강 따라 거대한 바위산과 계곡 습지대 절경을 즐기는 동안 3개의 산을 관통하는 어두운 동굴을 지난다. 강물이 산을 가로질러 흐르는 모습이다. 동굴을 지날 때는 머리가 천정에 닿을 정도로 낮았고 지금도 침식작용이 진행하고 있어 처음 방문 때 보다 수면과 천정이 더 높아진 것처럼 보였다.

능숙한 동작으로 노를 저으며 사진을 찍어 주는 전문 나룻배가 그 사진을 현장에서 바로 인쇄해 판매하는 자본주의 첨단 기술도 있었다.

이곳이 급속하게 자본주의에 물들어가는 상징처럼 보였고 한편으로 물질이 많아지면 생활은 풍요로울지 모르나 정신세계는 지금보다 불행해질 것 같아 염려되었다.

1시간 이상을 거슬러 오르면 종점에는 수상 상점처럼 나룻배에 맥주며 음료와 간식거리를 가득 실은 슈퍼마켓 나룻배가 있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이 강바람과 어울려 관광객 기분을 더 높은 곳으로 끈다. 하노이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저녁 하늘과 함께 듣는 음악이 가슴을 후빈다. 이때가 여행 중 가장 감성에 젖을 시간이다. 이럴 땐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9번의 경쾌한 음악이 나를 위로해 준다.

늦은 시간 숙소 인근 야시장에서 저녁을 먹는데 거리가 사람들로 걷기 불편할 정도이다. 우리도 한때 이런 모습의 재래시장과 야시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추억 속에만 남아 있다. 약간 부족하지만 이런 젊음과 생기가 넘치는 베트남이 좋다.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길거리 야시장의 모습.
동굴 안
호아루 사원
농사용 물레방아
전통복
땀꼭 논 풍경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아들과 함께
항무아에서 바라본 풍경
전통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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