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녹색 ‘뾰족뾰족’ 애벌레…가시같은 돌기 많아 ‘쐐기’일까
애벌레, 몸 녹색·배 윗면은 푸른색 무늬
어릴적 애벌레에 쏘여 퉁퉁부었던 경험
무서운 기억 안고 ‘나방찾기’ 아이러니
공모양 딱딱한 고치 상태 번데기 진행
5월 우화…고치서 나오는 과정 ‘궁금’

남방쐐기나방(2020년 6월 21일, 용산동)

같은 나비목에 속하지만 나비는 예쁘고 나방은 징그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 나방도 나비 못지않게 이쁜 녀석도 많아 나방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애벌레를 비교해 보면 나비의 애벌레도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뾰쪽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 많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애벌레의 모습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나비는 꿀과 이슬만 먹고 사는 고고한 존재로 기억하는 것 같다. 이런 관념을 가지게 일조를 한 나방이 쐐기나방류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어린시절 살았던 시골집 마당 한켠에 커다란 감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감꽃이 떨어질 때 그걸 주어 실에 꿰어 목걸이나 팔찌를 만들어 놀기도 했고, 대나무로 만든 평상에서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감나무 잎에서 떨어진 무서운 털을 가진 쐐기나방애벌레에 쏘여 간지럽고 퉁퉁 부어 오르면 할머니께서 된장을 발라 주신 아픈 기억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인지 나방 애벌레 하면 쐐기나방이 떠오를 뿐이었다. 가시같은 돌기가 많이 나 있어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 바로 옆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었는데 자주 보이는 호랑나비, 긴꼬리제비나비 애벌레는 정말 멋있고 예뻐보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열심히 나방의 애벌레를 찾으러 다니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 하다.
 

남방쐐기나방애벌레(2016년 7월 29일, 백마산)

2016년 7월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소재 백마산을 찾았다. 전평제에서 시작해 백마산 정상에 이르는 숲길엔 제법 많은 곤충들이 살고 있다. 늦반딧불이도 볼 수 있는 도심속 생태보고라 할 수 있다. 금빛갈고리나방, 꽃무늬재주나방, 무늬뾰족나방애벌레등 제법 많은 애벌레를 볼 수 있었다. 그 중 눈에 확 들어오는 녀석이 있다. 몸은 녹색이고 배 윗면에는 푸른색 무늬가 있다. 가시 같은 돌기가 많이 나 있다. 남방쐐기나방애벌레다. 어릴적 공포의 대상이었던 녀석이 엄청 반갑다. 돌기는 붉은 색인 것도 있고, 녹색인 것도 있다. 먹이식물은 붓꽃과의 꽃창포인데 필자가 본 녀석은 광대싸리에 있었다. 보통 쐐기나방애벌레들은 움직임이 거의 없이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먹이를 찾아 지나가는 중이었는지 아니면 광대싸리도 먹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노랑꽃창포(2020년 4월 20일, 광주천)

꽃창포나 노랑꽃창포는 물가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남방쐐기나방애벌레는 보기가 쉽지 않았다. 다 자란 애벌레는 흙속으로 들어가 공모양으로 딱딱한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된다. 이듬해 5월이면 우화하는데, 고치 윗부분의 반지 모양으로 가늘게 되어 있던 부분이 열리면서 남방쐐기나방이 나온다. 딱딱한 고치를 어떻게 자르고 나오는지 참으로 궁금하기만 하다.

광주천 상류쪽에 위치한 용산교는 항상 많은 것을 보여주는 곳이다. 수달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배설물은 언제든 볼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종류의 애벌레와 나방들을 볼 수 있으니 정말 좋다. 환경지킴이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애벌레를 길러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2020년 6월 21일, 요상한 모습으로 붙어 있는 나방이 보인다. 앉아있는 형태로 보아 쐐기나방이다. 몇컷 날리니 조금 날아가 풀속에 숨는다. 제깐에는 완벽하게 숨었다 했겠지만 훤이 다 보인다. 앞날개 내횡선은 곧고 아외연부에는 갈색테두리로 둘린 크고 밝은 삼각무늬가 선명하다. 배 윗면에는 마디마다 적갈색 비늘가루가 있다. 남방쐐기나방이다. 일주일 전에도 이곳에서 녀석을 만난 적이 있다. 나뭇잎이나 풀잎에 앉아 있는 녀석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날개를 펴고 몸통은 활처럼 휘어 있는데 몸통이 훤히 보인다. 보통 나방은 주로 밤에 활동하지만 낮에 나뭇잎이나 풀잎에 붙어 쉬고 있는 녀석들을 만나는 경우도 많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보시면 심심찮게 만나 보실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남원에서 벌을 키우는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갈수록 벌통이 줄어들고 있다며 걱정을 하고 있었다. 분봉을 해가며 늘어나야 하는데 오히려 매년 반으로 줄어 들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하소연을 했다. 기후 변화 때문이라 생각해본다. 나방도 그런 것 같다. 흔하게 보이던 녀석들도 보기 힘들다. 위기는 바로 우리 곁에 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남방쐐기나방 번데기
남방쐐기나방(2020년 6월 21일, 용산동)
남방쐐기나방(2020년 6월 21일, 용산동)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