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있어~’ 얼굴 빼꼼히…활엽수잎 먹고 ‘번개무늬’ 장착
머리·앞가슴 검은색 애벌레
개암나무·생강나무 등 먹이
어른벌레 머리엔 비늘가루 덮여
번데기후 7일 지나면 우화 시작

 

기온이 오르며 숲은 점점 푸르름을 더해 가고 있다. 일찍 꽃을 피운 나무들은 벌써 튼실한 열매를 달고 있으며, 고광나무나 청괴불나무 등은 이제 멋진 꽃을 피우고 있다. 부드러운 잎들을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해 애벌레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져 조용한 듯 하지만 숲은 요란하다. 언제봐도 자연은 정말 신비롭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잎을 말고 그 속에서 먹으며 살아가는 잎말이나방류의 애벌레는 종류도 많지만 생김새도 비슷 비슷해 동정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크기도 그만그만하고 말린 잎을 열고 보려고 하면 파다닥 거리며 땅으로 떨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아 관찰하기도 힘들다.

 

번개무늬잎말이나방(2015년 9월 27일, 엔골)
번개무늬잎말이나방(2015년 9월 27일, 엔골)

2018년 6월 18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지리산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왕복하며 애벌레 관찰에 나섰다. 혼자 나설 때보다 더 많은 애벌레를 만날 수 있고, 이것 저것 많이 가르쳐 주시니 정말 좋다. 대부분 자주 보았던 애벌레들만 보여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항상 뭔가 새로운 녀석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은 넘친다. 생강나무의 잎이 잘 말려 있는게 보인다. 잎말이나방인 것은 알겠으나 어떤 녀석일지 궁금하다. 조심 조심 말린 잎을 열어본다. 얼굴을 살짝 보이더니 안쪽으로 숨는다. 좀더 펼쳐보니 모습이 보인다. 머리와 앞가슴이 검은색이고 그 가운데 링같은 하얀 띠가 있다. 배설물도 잔뜩 붙어 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려니 파다닥 거리며 땅으로 떨어져 버린다. 보통 땅으로 떨어진 애벌레는 찾기가 정말 힘든데 다행히 찾을 수 있었다. 거미나 다른 천적들에게 당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른 잎에 붙여 주었다. 가슴다리를 보니 검은색이다.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다.

2020년 4월 30일, 용추계곡 가는 길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참나무류 잎을 여러 장 붙여놓고 그 속에서 살고 있었다.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는 개암나무, 참나무류, 생강나무 등 여러 활엽수를 먹이식물로 먹고 산다. 4월~6월에 자주 보이는데 크기는 20~25㎜정도다.

잎말이나방과(Tortricidae)에 속하는 잎말이나방류는 우리나라에 알려진것만 해도 430여 종에 이르는 큰 무리이다. 어른벌레는 등불에 많이 날아오는데 날개 편 길이는 11~28㎜로 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미소나방 중에서 보통이거나 작은 편에 속한다. 앉아 있을 때 앞날개가 배를 완전히 덮으며 어른벌레 머리는 거친 비늘가루가 덮여 있고 털융기가 있다. 대부분의 잎말이나방 애벌레는 은신처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데 종류도 많고 생김새도 너무 비슷하여 만날 때 마다 고민이 된다. 관찰한 녀석은 이름을 붙여 정리해 놓아야 하는데 동정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녀석들을 보면서 무료함을 달래니 고마운 녀석들이다.

2023년 4월 30일, 진천의 만뢰산으로 애벌레를 찾아 나섰으나 산불예방으로 입산이 통제돼 발길을 돌려 증평의 좌구산 한 자락을 찾았다. 충청도 지역에는 어떤 애벌레들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거의 봤던 녀석들이 보였다.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도 머리를 살며시 내밀며 반갑게 인사한다. 좀더 자라면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될 것이다. 7일 정도 지나면 우화한다.

번개무늬잎말이나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2015년 9월 27일, 지리산 엔골에서 번개무늬잎말이나방을 만났다. 갈색, 적갈색, 검은색이 섞여있다. 번개무늬를 연상시켜 번개무늬잎말이나방으로 이름을 붙였나 보다. 그런대로 잘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된다.

먼저 나온 잎들은 벌써 두꺼워져 애벌레들이 먹기 힘들 정도다. 다시 새순이 돋겠지만 더 늦기전에 부지런히 녀석들을 찾아 나서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을 기약해야 할지도 모른다. 부지런히 힘을 내 보자.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23년 4월 30일,  좌구산)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23년 4월 30일, 좌구산)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20년 4월 30일, 용추계곡)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20년 4월 30일, 용추계곡)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18년 6월 13일, 노고단)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18년 6월 13일, 노고단)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18년 6월 13일, 노고단)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18년 6월 13일, 노고단)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18년 6월 13일, 노고단)
번개무늬잎말이나방애벌레(2018년 6월 13일, 노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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