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옷 입은 애벌레…날개 퇴화한 암컷나방
애벌레, 4월말~5월이면 볼 수 있어
갯버들·신갈나무 등 사이에서 관찰
등쪽 검은색 세로줄 무늬 ‘멋져보여’
뭉툭하게 솟은 연갈색 머리도 인상적

사람 손길 등 방해시 위협자세 취하기도
수컷 나방, 황갈색에 외향선은 진한 갈색

 

완연한 봄인가 싶었는데 한낮 기온이 30℃ 가까이 오르는 여름이 되었다가 초겨울 날씨가 되었다 종잡을 수가 없다. 멀리 보이는 산기슭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나날이 새롭게 변해간다. 발길을 멈추고 연한 잎들을 들쳐보면 금방이라도 애벌레가 있을 것만 같은데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녀석들이 힘들까봐 걱정이다. 지난 26일, 서울의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형제들과 함께 파주의 마장호수를 찾았다. 따스한 봄볕을 쐬 드리려 했는데 바람이 차갑다. 두꺼운 옷으로 감싸고 호수주변을 산책하는데 벌써 애벌레들이 보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애벌레들을 찾아 나서야 할 때가 되었나보다.

 

참나무겨울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 5일, 불갑산)
참나무겨울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 5일, 불갑산)

가까운 숲을 찾아 어디를 둘러봐도 흔하게 보이는 갯버들, 신갈나무, 벚나무, 신나무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렵지않게 보이는 애벌레가 있다. 전형적인 자벌레형 애벌레인데 연갈색 머리는 약간 크고, 몸 위쪽은 갈색이며, 아래쪽은 노란색, 경계면은 흰색이고 등쪽은 검은색 세로줄이 여러개 있는 멋진 애벌레다. 4월말부터 5월이면 볼 수 있는 참나무겨울가지나방애벌레다. 2014년 5월 5일, 불갑산에서 녀석을 처음 만났다.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고, 애벌레들도 많아 자주 찾던 곳이다. 화려한 생김새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다. 간혹 조금 높은 곳에서 줄을 타고 대롱 대롱 메달려 있는 녀석도 있다.
 

참나무겨울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 6일,추월산)
참나무겨울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 6일,추월산)

2014년 5월 17일, 불태산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등쪽의 검은색 세로줄 무늬를 멋지게 보여준다. 손으로 살짝 건드리니 옆 모습도 보여준다. 뭉툭하게 솟은 연갈색 머리, 여러 가지 색이 어우러진 옆모습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곳에서 자주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흔한 종인가 보다. 참나무겨울가지나방애벌레는 방해를 받으면 가슴다리를 벌리고 가슴을 위로 들며 위협 자세를 취한다. 추월산에서도 녀석을 만났는데 위험을 느꼈는지 몸을 구부리고 가슴을 위로 하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충분히 먹이를 먹은 녀석은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되어 가을에 우화한다.
 

참나무겨울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 17일, 불태산)
참나무겨울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 17일, 불태산)
참나무겨울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 17일, 불태산)
참나무겨울가지나방애벌레(2014년 5월 17일, 불태산)

먹이식물이 흔한 만큼 여기 저기서 자주 보이는 애벌레지만 어른벌레는 보기가 쉽지 않다. 물론 야간에 불을 밝히거나 사육해서 우화시키면 볼 수 있겠지만 자연상태에서는 관찰하기가 어려웠다. 애벌레 사진은 많이 저장되어 있었지만 어른벌레 사진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 허운홍 선생께 부탁드리니 흔쾌히 참나무겨울가지나방 사진을 보내 주신다. 수컷 앞날개는 황갈색이고 외횡선은 뚜렷한 갈색이다. 특별한 특징은 없는 것 같다. 암컷은 날개가 퇴화되어 거의 없고 몸길이는 12㎜ 정도이다. 가슴과 배 마디마다 검은 사각무늬가 윗면에 2개, 양옆에 1개씩 있다. 왜 날개가 없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힘들게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 자연스럽게 퇴화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나비처럼 꽃을 찾아다니며 흡밀하는 것도 아니고 짝짓기를 해 알을 낳아 종족보존만 하면 되니 가만히 있으면 수컷이 더듬이를 이용해 페르몬을 쫓아 찾아 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나방들은 암·수 모두 날개를 가지고 있어 날아 다니는데 이런 녀석들도 있어 참 신기하다.
 

참나무겨울자나방 암컷
참나무겨울자나방 암컷
참나무겨울가지나방 수컷
참나무겨울가지나방 수컷

숲은 갈수록 푸르름이 짙어만 간다. 먹이식물 공수(?)작전으로 인해 허운홍 선생과 자주 통화를 한다. 지난해 가을부터 키우고 있는 애벌레가 있는데 나도밤나무잎만 먹는 녀석이어서 급히 먹이가 필요한 모양이다. 나주산림자원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인에게 부탁해 무사히 공수했다. 어떤 녀석이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올핸 충청도 지역을 함께 다녀 보기로 했는데 기대가 된다. 멋진 녀석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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