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잎 먹는 애벌레 귀티 ‘좌르르’…어른벌레 찾기는 ‘쉽지않아’
감나무 ‘7가지 덕이 있는 나무’
칠덕수라 불리며 유용하게 쓰여
물결모양 가늘고 검은 선 나란히
사잇길로 바둑돌 같은 ‘흰색 점’
몸통은 나뭇잎과 비슷한 초록색
보트 엎어놓은 고치 틀고 번데기로
15일후 쯤 우화해 나방으로 성장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29] 나무껍질나방
 

나무껍질나방(2019년 8월 10일)
나무껍질나방(2019년 8월 10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나무는 가로수나 공원수 등으로 심고 목재는 결이 아름다워 가구재, 공예품의 재료로 이용된다. 열매는 타닌이 많아서 햇볕에 말려 식용 또는 약용하며 특히 홍시, 곶감 등은 간식으로도 좋다. ‘일곱 가지 덕이 있는 나무’란 의미로 칠덕수(七德樹)라 부르는데, 첫째, 나무의 수명이 길고, 둘째, 녹음이 짙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셋째, 단풍이 아름다우며, 넷째, 열매가 달고 맛있으며, 다섯째, 낙엽은 좋은 거름이 되며, 여섯째, 날짐승이 둥지를 틀지 않으며, 마지막으로 벌레가 생기지 않아 버릴 것이 없다는 유용한 나무라는 뜻이다.
 

나무껍질나방애벌레(2016년 8월 11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나무껍질나방애벌레(2016년 8월 11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나무껍질나방애벌레(2020년 8월 29일, 용추폭포)
나무껍질나방애벌레(2020년 8월 29일, 용추폭포)

또한 감나무는 문무충효절(文武忠孝節)의 오상(五常)을 나타내는데, 잎은 종이가 귀하던 시절 글씨를 쓰는 종이로 사용돼 문(文), 가지가 단단해 화살촉으로 쓰여 무(武), 과일의 겉과 속이 변하지 않는 충(忠), 이가 없는 노인들도 즐겨 먹을 수 있어 효(孝), 늦가을까지 버티고 나뭇가지에 달려 있어 절(節)이 있다. 또한 나무의 재질은 검고(黑), 잎은 푸르며(靑), 꽃은 노랗고(黃), 열매는 붉고(赤), 곶감은 흰가루(白)가 나와 오상(五常)과 오색(五色)의 나무라 일컫기도 한다.

이런 감나무 잎을 먹고 사는 애벌레는 어떤 녀석들이 있을까?

광식성으로는 감나무잎말이나방이 있고, 단식성으로는 나무껍질나방이 있다. 2016년 8월 11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를 찾았다. 여러 수종의 나무들을 볼수 있을 뿐 아니라 바로 붙어 있는 식산에서도 다양한 애벌레들을 만날 수 있어 자주 찾던 곳이다. 감나무 잎을 한쪽부터 깨끗하게 먹고 있는 멋진 애벌레 한 마리가 보인다. 몸에 물결 모양의 가늘고 검은 선들이 많고, 또 검은 선으로 둘러쌓인 흰 점들이 온 몸에 바둑돌처럼 있다. 몸통은 나뭇잎과 비슷한 녹색으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었다. 나무껍질나방애벌레다. 쐐기나방이나 독나방애벌레와 달리 왠지 깔끔해 보이고 귀티가 나 보인다.
 

나무껍질나방 고치(2019년 8월 9일, 장항마을)
나무껍질나방 고치(2019년 8월 9일, 장항마을)
나무껍질나방애벌레(2020년 7월 21일, 백운산)
나무껍질나방애벌레(2020년 7월 21일, 백운산)

2020년 7월 21일, 광양 백운산에서 나무껍질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녀석을 보니 반갑다. 깔끔한 이미지를 준 녀석이어서 그런지 금방 알아 볼 수 있었다. 8월 29일, 무등산 용추폭포 가는 길에서도 녀석을 만났다. 몸통의 무늬가 정말 선명하다.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꼭 수박무늬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갈색의 숨구멍도 보인다. 7, 8월이면 여러 곳에서 보이는 걸로 보아 흔한 종인 것 같다. 녀석은 아마도 다른 잎을 찾아 이동하는가 보다. 아직 8월인데 감나무는 벌써 겨울눈을 준비하고 있는게 보인다. 감나무는 어린가지와 겨울눈에 갈색의 털이 있는데 고욤나무는 털이 없어 동정하는 키가 된다. 겨울나무를 공부하면서 감나무의 겨울눈을 보면 잎자국이 꼭 오래된 장롱이나 문갑의 손잡이가 생각나 살며시 웃어 보곤 한다. 녀석의 머리 앞쪽에 잎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몸집을 한껏 불린 녀석은 보트를 엎어 놓은 것과 같은 모양의 흰색 고치를 잎에 만들고 번데기가 된다. 고치는 아주 질긴데 쌍줄푸른나방 번데기와 아주 비슷하다. 감나무 잎에 붙힌 고치는 남원 산내면 장항리에서 만났다. 후배 집 마당 감나무밑에서 삼겹살을 안주삼아 소주 한잔 하는데 고치가 눈에 들어온다. 적당히 술을 먹었더라면 녀석을 데려와 우화할 때까지 지켜봤을텐데 술기운에 그냥 넘어가 버리고 만다. 15일이 지나면 우화하니까 곧 나무껍질나방을 볼 수 있었을텐데 정말 아쉽다.

애벌레가 흔하게 보이니 어른벌레도 쉽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자료를 찾아봐도 저장되어 있는게 없다. 아직 관찰하지 못한게 분명하다. 후배 다초리 김상수 저자에게 부탁해 나무껍질나방 사진을 구할 수 있었다. 항상 흔쾌히 도움을 주니 정말 고맙다. 이제 숲은 활기가 넘친다. 본격적으로 녀석들을 만나러 발품을 팔아 볼 시기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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