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에서 인구 최다…뉴질랜드 2번째 도시
아름다운 공원 많아 ‘정원도시’ 별명 가져
2011년 지진으로 아름다운 풍광 ‘와르르’

광주에서 28시간만에 도착…피곤함 가득
렌터카 이용 공원 나들이 ‘노목’에 감탄
‘폐허’ 대성당 안타까움…트렘 타고 구경
다리에 새겨진 ‘KOREA’ 가슴에 와닿아

 

 

크라이스트처치 가는 길 일몰
크라이스트처치 가는 길 일몰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는 뉴질랜드의 남섬 동쪽에 있는 캔터버리 지방으로 남섬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이다. 도시 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약 39만 명으로 뉴질랜드에서 2번째로 큰 대도시다. 크라이스트처치 식물원과 해글리 공원 등 넓고 아름다운 공원이 많아 ‘정원 도시’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이 도시는 2011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도시의 풍경도 사람의 삶과 자랑하고 싶었던 아름다운 건축물도 모두 부서져 버렸다. 오늘은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 확인시키며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는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로 여행을 떠나보자.

광주집을 출발해 인천, 오클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해 물어물어 미리 빌려 놓은 차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니 28시간이 지났다. 어제 늦게 호텔에 도착해 늦은 저녁을 먹고 쓰러져 잠들었는데 아침 9시가 되도 가족들이 일어날 기미가 없다. 참고로 이곳은 우리 시각과 3시간 시차로 한국은 새벽 6시다.
 

에이번 강
에이번 강

모두가 피곤했기에 오늘은 늦은 아침을 먹고 큰 공원 근처에 주차장을 정해 출발했다. 그러나 이곳이 무료 주차장이다 보니 아침부터 빈 주차면이 한 곳도 없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운전경험이 있어 자신 있게 왼쪽 핸들에 도전했으나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간의 습성이란 한순간에 바뀔 수 없는 특성이 있으며 나이가 들어가면 그 본질은 더 깊어가는 것 같다.

어느 도시든 자동차를 이용해 여행하다 보면 첫 번째 불편함이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헤맨다. 대부분 길거리 주차장은 120분만 허용했고 요금을 지급하고 주차하지만 정해진 시간을 지켜야 했다. 하니 관광객에게는 시내 투어가 하루 일정이라 불편하다. 크라이스트처치 병원 앞길에 한 면 주차장이 보이자 바로 주차 후 오후 반나절을 버텼다.
 

지진으로 폐허가된 대성당을 복구하는 모습.
지진으로 폐허가된 대성당을 복구하는 모습.

넓은 정원 잘 정리된 잔디와 100년 이상 된 나무가 녹색을 자랑하며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일부 나무는 가지치기 한번 않고 자연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이 이방인에게는 기이하게 보였다. 늦가을로 접어든 도시의 음산한 분위기에 폐허가 된 채 복구의 손을 기다리고 있는 대성당이 우리를 더 차갑게 했다. 영화를 누렸던 대성당 옛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하며 열심히 복구 중인 인부들의 손길이 바삐 움직인다. 성당 외쪽 종탑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당시 지진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왼쪽의 첨탑 높이가 63m로 관광객이 134개의 계단을 오르면 아름다운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주민들의 자랑과 자존심 같은 존재였으나 한순간 사라졌다. 성당 앞 광장 조형물 아래서는 관광객이 정보를 얻고 트렘에 오르며 거리 산책을 시작하는 곳이다.

이 도시는 한 량짜리 트렘이 도시를 거북이걸음으로 돌고 있다. 친절한 차장은 어른들을 서두르지 않고 안내하며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보고 있는 우리까지 즐겁게 했다. 운전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이곳에서는 차장이 주인공 같았다. 트렘 안에는 긴 줄이 운전석까지 양쪽으로 연결해 있어 출발을 알리는 신호로 차장이 줄을 당기면 종소리와 함께 출발한다. 그 종소리가 크리스마스 캐롤 같아 누구도 싫어할 수 없는 소리였다.

에이번강이 도시를 구불구불 가르며 흐르기 때문에 여행 중 몇 번을 건넌다. ‘기억의 다리(Bridge of Remembrance)’는 에이번강을 가로지르는 38개 다리 가운데 하나다.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알려져 있으며 개선문처럼 아치형으로 세계대전 중 전쟁터로 나간 젊은 용사들이 이 다리를 지났다고 전해지며 구조물에는 참전한 전쟁을 시대별로 기록해 후세에 전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 전쟁에 참전했던 국가들에 ‘KOREA’란 이름을 새겨 후세에 전한 표지판을 볼 때마다 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아 항상 미안했다. 6·25 남북 전쟁을 겪었던 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개선문이다. 기억의 다리 왼쪽 끝에 ‘KOREA’란 글자를 선명하게 새겨 놓고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에는 유리로 외관을 장식한 현대식 건물로 다시 태어났으며 많은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현대미술과 추상미술을 아우르는 장르로 특히 지진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많아 이들의 아픔을 미술인이 먼저 다가가 치유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하루빨리 옛 모습으로 재건해 활기차고 모두가 행복한 도시로 거듭 태어나길 기원했다.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오클랜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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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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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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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센터 하늘에 뛰운 조형물
디자인센터 하늘에 뛰운 조형물
미술관 내부
미술관 내부
미술관 작품
미술관 작품
기억의 다리
기억의 다리
기억의 다리 왼편에 ‘KOREA’ 가 새겨진 표지판
기억의 다리 왼편에 ‘KOREA’ 가 새겨진 표지판
트렘
트렘
상가 안쪽을 통과하는 트렘
상가 안쪽을 통과하는 트렘
렌터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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