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태(전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윤원태 前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올해가 이상하다. 지난 3년 동안 전 지구적으로 많은 피해를 가져왔던 ‘트리플 딥 라니냐’가 끝나고 4월부터 열대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에서의 해수면 온도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페루 앞바다에서는 수온이 평년보다 2.5도 이상 높게 관측되고 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에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2도 이상 치솟았던 해는 슈퍼 엘니뇨가 있었던 1982·83년, 1997·98년과 2015·16년이 유일하다.

‘슈퍼 엘니뇨’란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은 기간이 3개월 이상 계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슈퍼 엘니뇨 때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악기상으로 인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 20세기 최악의 슈퍼 엘니뇨는 1982·83년에 나타났다. 이때에는 11조 7천억 원의 경제적인 손실과 2천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로부터 15년 후 1997·98년 슈퍼 엘니뇨 때에는 막대한 경제 손실과 함께 2만3천여 명의 희생자가 생겼다. 이때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에 30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려 103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다시 18년 후 2015·16년에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일본에서는 12월 기온이 24도까지 치솟았고 워싱턴D.C에서는 벚꽃이 피는 등 기상이변이 속출했다. 결국 2016년은 지구온난화에 슈퍼 엘니뇨가 겹치면서 관측사상 가장 무더운 해로 기록되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수온을 끌어내리면서 지구기온의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0.2도 가량 상승하게 된다. 2016년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던 때의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대 대비 1.28도 높았다. 그럼 ‘트리플 딥 라니냐’ 때의 지구 평균기온은 어땠을까? 라니냐가 한창이었던 지난 3년 모두 가장 뜨거웠던 해의 7위안에 들어있다. 한마디로 지구를 냉각시켜주는 라니냐도 지구온난화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 것이다.

올해 열대 태평양의 상태가 이상하다. 지난 4월 정확히 3년 만에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편차가 양의 상태로 돌아섰고, 5월 중순에는 0,5도를 넘기더니 6월부터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매우 빠르게 오르고 있다. 엘니뇨 감시구역 니뇨(Nino)1+2 지역에서는 이미 수온이 평년보다 2.5도 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유례없이 짧은 7년 만에 다시 슈퍼 엘니뇨를 맞이하게 된다. 온실가스의 누적으로 기온이 상승하고 해양에는 많은 열에너지가 쌓여 슈퍼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한층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에 슈퍼 엘니뇨 현상이 겹치게 되면 그 파괴력은 과거의 어느 때보다 클 것이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중남미의 서해안 지역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발생하고 인도네시아나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고온과 가뭄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북서태평의 고기압이 강화되면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올해에는 해양과 열대지역에 누적된 열에너지로 인해 서태평양의 해양열용량이 증가하면서 열대성 저기압이 활성화되고 폭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기상기구에 의하면 올해 엘니뇨의 발생으로 파리협정의 1.5도 방어선이 일시적이나마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기온이 1.5도 상승하게 되면 인류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폭염이나 가뭄, 폭우 등 극한 기상현상으로 모든 부문에서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전 세계 1/3이 넘는 인구가 조기경보의 사각지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작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자연재해 피해를 감소할 수 있는 전 세계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작년 파키스탄의 폭우나 500년 만에 나타난 유럽 가뭄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악기상은 지역에 따라 그 특성이 다르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기후변화 특성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조기경보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추세는 이미 우리가 방출한 온실가스가 대기에 잔류하면서 나타나는 효과이니 되돌리거나 바꿀 수 없다. 더구나 지구온난화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극단적인 악기상이 일반화되면서 사회 전 부문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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