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태 前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윤원태 前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올해 7월의 전 지구 평균 기온은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지구의 상태는 이제 온난화를 넘어 “끓어오르고 있다”라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한 바다의 온도 또한 올해 4월 이후 기록을 갱신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유례없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슈퍼엘니뇨의 발생 역시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비정상적이었던 것들이 정상이 되는 것을 뉴노멀이라 한다. 전 지구 기온이 상승하고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폭우와 폭염, 태풍 등 자연 현상의 강도가 커지고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자연 재해가 일상화 되어가고 있다. 중국 신장지방에서는 기온이 52.2도로 치솟으면서 중국 내 신기록을 갱신하였다. 그리스, 이탈리아, 알제리, 투네시아 등에서는 기온이 48도를 넘었고 지중해 지역에서는 폭염에 의한 최악의 산불로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젠 기온이 40도를 넘었다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악기상들을 지금의 분류기준으로는 그 강도나 스케일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분류기준을 넘어 증폭되고 있는 기상 현상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슈퍼 태풍’이라는 용어의 탄생이다. 이는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태풍의 중심 1분 평균 풍속이 초속 67m를 넘을 때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2020년부터 ‘중/강/매우 강’ 등급 위에 슈퍼 태풍에 해당하는 ‘초강력’ 태풍(10분 평균 풍속이 54m/s 이상) 등급을 신설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등급의 신설과 용어의 선택은 국민들에게 자연 재해의 위험성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

블랙스완 현상이란 전혀 나타날 것 같지 않았던 일들이 현실화되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태풍은 이러한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에 발생한 초강력 태풍 힌남노는 관측 사상 처음으로 북위 26.9도, 올해는 7호 태풍 란이 북위 23.7도의 고위도 지역에서 발생하였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주로 북위 5∼20도에서 발생하고, 특히 세력이 강한 태풍은 북서태평양 저위도의 따뜻한 바다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고위도 상에서 태풍이 강하게 발달하지 못했던 이유는 해수면 온도가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전 지구 평균 온도는 관측사상 가장 무더운 달이었다. 더구나 전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60S~60N)는 4월 이후 기록을 갱신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북위 25도 부근에는 해수면 온도가 27∼28도 정도인데, 올해는 28~30도로 평년보다 2도 가량 높다. 기후 변화로 발생한 열을 흡수한 바다의 해양열용량이 증가하고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에 에너지인 수증기를 더 많이 공급하여 태풍은 강해지고 발생 위치는 점점 더 고위도 지역으로 북상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이례적으로 특이한 경로를 보였던 6호 태풍 카눈은 우리나라 관측 사상 처음으로 지리산, 덕유산 그리고 소백산맥을 넘는 태풍으로 기록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우리나라에 접근하게 되면 강한 상층 편서풍대의 영향으로 그 세력이 약화되면서 동쪽으로 끌려가 소멸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확장되고 있고 우리나라 상층의 편서풍대가 북쪽으로 치우쳐 발달하면서 카눈이 경남 거제에 상륙하여 서울을 거쳐 평양까지 우리나라를 관통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태풍이 관통하게 되면 지리산이나 태백산맥 등 지형효과로 인한 기상 현상의 국지적인 증폭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지역적인 폭우나 강풍으로 인한 재해의 위험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바다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슈퍼 태풍의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온도는 매년 0.34도씩 오르면서 아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향후 태풍은 그 세력을 유지하면서 우리나라로 접근하는 횟수가 잦아질 것이고 우리나라는 점점 더 강한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블랙스완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 기후변화 분야이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자연재해들이 발생할 것이다. 과거의 안전기준에 의해 설계되고 만들어진 사회기반시설들은 증폭되고 있는 자연 재해로부터 더 이상 우리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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