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태(전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윤원태 前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올해는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관측사상 가장 무더운 해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까지 올해의 전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볼 때 1.43℃나 높다. 또한 3월 중순 이후부터 평균 해수면 온도(60˚S-60˚N)는 사상 유례가 없는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엘니뇨 현상은 적어도 내년 4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보통 엘니뇨가 발생한 다음 해는 기온이 상승하게 되기 때문에 내년은 올해보다 무더운 해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파리협정 1.5℃ 억제선의 붕괴가 눈앞에 와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요인들이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하고, 대기와 해수온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빙하는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필수적으로 동반하는 것은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악기상의 발생과 이로 인한 자연재해다. 지금까지의 온도상승만으로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초대형 악기상과 재해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다. 뒤돌아보면 기후변화에 관한 불길한 예감은 항상 현실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예상보다 훨씬 앞질러 나타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가 가리키는 방향은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악기상과 자연재해의 증가다.

‘기후변화는 모두에게 닥치지만 피해는 차별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기후 아파르트헤이트이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기후변화 취약국가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로 인한 고통을 받는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부자들은 돈으로 생존을 살 수 있겠지만 그 외 계층은 피해를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부의 양극화가 기후 아파르트헤이트를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불평등 보고서에 의하면 상위 10% 부자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9%를 배출하고 있다. 이들의 소득은 전세계 소득의 52%를 차지하고 있지만 하위 50%는 겨우 8%에 불과하다. 또한 부의 경우, 전체 부의 76%를 이들이 소유한 반면, 하위 50%는 겨우 2%를 차지하고 있다. 소득의 불평등보다 자산 불평등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계층간 상승의 기회가 막히고 기후 불평등이 세습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 잘못돼 있다. 우리는 1970년대부터 지구온난화를 인식하고 그 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후변화의 원인물질인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노력은 하는데 방법이 잘못되었는지 둘 중의 하나이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경제활동과 연결되어 있어 해법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들이 이렇게 안이하게 대처하는 동안 1.5℃ 억제선은 붕괴 직전이고 지구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기후변화 정보는 과학적인 공간 정보다. 기온 상승, 사막화, 폭염, 폭우나 가뭄 등 지역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특성을 수치로 표현해줄 뿐이다. 이러한 공간적인 정보에 그 지역의 사회적인 정보가 더해져야만 지역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탄생하는 것이다. 사회적인 정보란 지역의 경제활동의 특성, 취약계층의 분포, 기후변화의 민감성과 적응 능력, 미래기후변화 패턴 등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말한다.

유럽의 선진적인 기후변화 정책이 우리나라에서도 꼭 좋은 정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의 자전거 타기 정책이 좋다고 해서 도로도 없는 지역에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그러기에는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역 특성에 맞는 고유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개발되고 이행된다면 2050 탄소 중립의 달성과 1.5℃ 억제선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지 않고 계층 간 세대 간에 끼치는 영향이 다르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책은 달라져야 한다. 우리 지역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자. 기후 아파르트헤이트는 불평등에서부터 시작된다. 불평등은 부당하다. 하지만 일률적인 평등 또한 부당하다. 사회적, 계층 간의 차이와 형평성을 고려한 대책만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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