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태(전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윤원태 前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21세기의 가치관은 20세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무한성장을 추구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사회 불평등 심화 등을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치부하였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환경오염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인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생태문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무한성장을 추구하던 개발우선주의 시대에는 경제활동의 외부성을 중요시하지 않았으나 이젠 무엇보다 사회·환경에 가치를 두는 정책이 우선시되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과 정책의 변화는 바로 기후변화로부터 시작되었다.

2023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3.7도를 기록하면서 기상관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작년은 지구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구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2014년부터 2023년까지가 관측사상 가장 뜨거웠던 10년이었다.

올해는 기온이 더 오를 것이라고 기상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현재 엘니뇨는 절정기에 다다른 상황이고 적어도 4~5월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엘니뇨가 지구 온도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달한 다음 해에 나타나기 때문에 올해는 기온이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폭염, 가뭄, 산불, 폭우,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일부 지역에서는 더 심해질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악기상의 강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자연재해가 증가하면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새해 벽두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수일간 이어진 폭우로 댐이 훼손되는 등 물난리가 났고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는 기온이 영하 43도 이하로 내려가는 기록적인 한파가 닥쳐왔다.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는 겨울 폭풍과 함께 초강력 토네이도가 발생하고 중부지역에서는 때아닌 폭우가 쏟아지면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다.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지구 온도의 상승, 해양의 열량 증가,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등 모든 기후변화 지표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축적되다 보면, 지구의 기후 시스템은 특정 지점에서 붕괴되고 만다. 그 시작점이 바로 기존의 패턴에서 다른 패턴으로 넘어가는 기후변화의 1,5도 마지노선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를 넘는 이 임계온도를 ‘티핑 포인트’라고 한다. 처음으로 1,5도 마지노선이 무너진 건 2015년 12월이었다. 그리고 2023년 11월부터 관측 사상 처음으로 2도를 넘는 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는 지구 평균 온도가 2도를 넘으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인류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작년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이다. 매년 기록은 갱신되고 극단적인 기상 현상들이 일반화되면서 사회 전 부문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의 가장 큰 책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고 현재 가장 큰 외부의 위협은 기후변화다. 국가나 지자체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경제적인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지역적인 기후변화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사전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극단적인 기후변화에 우선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2020년부터 3년간 트리플 딥 라니냐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남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지자체들은 상수원확보를 위해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면서 필사의 노력을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물을 아끼라는 캠페인과 함께 이행되지 않은 가뭄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2023년 4월에 태평양의 상태가 급격하게 라니냐에서 엘니뇨로 바뀌면서 많은 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되었다. 그러나 당시 엘니뇨로 인한 가뭄 해소 시기는 이미 전문가들에 의해 예측이 되어 있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가뭄 정책에 반영되었다면 세금의 낭비를 막고 더 나은 가뭄 정책이 수립되었을 것이다.

새해 초부터 나타나고 있는 악기상들은 심상치 않을 한해를 예고하고 있다. 엘니뇨의 가열 효과로 지구온난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폭염이나 폭우 등 기상현상의 변동 폭 또한 크게 나타날 것이다. 올해는 총선이 있는 해다. 국가의 가장 큰 위협이 무엇인지 아는, 그리고 이에 적합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선량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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