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태(전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윤원태 前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올해(1~11월) 전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1850~1900년 평균)보다 1.46도가 높아 관측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무더웠던 2016년의 같은 기간보다도 0.13도 높은 수치이다. 다가올 2024년은 엘니뇨현상으로 인해 올해보다 더 더운 날이 지속될 것이고 2030년대에는 파리협정의 1.5도 마지노선이 붕괴될 것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지구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전 세계의 국가가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다. COP는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만들어진 협의체며 당사자 회의(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자다. 총회는 매년 유엔 5개 지역 그룹이 돌아가면서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렸다. 공식적인 총회 등록자수는 9만7천372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전지구적으로 증가하는 대기 온실가스를 규제하기 위해 1997년 COP3에서 처음으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으나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감축의무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교토의정서 체제는 별 성과 없이 2020년에 막을 내렸다. 뒤를 이어 2015년 COP21에서 당사국들은 2100년까지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능한 1.5도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선진국에게만 부과했던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모든 국가가 자체적으로 감축량을 결정하는 국가자발적감축 방식을 채택했다.

파리협정에 의한 신기후체제는 2021년부터 전 세계에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인 1.5도를 지키려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순 제로(Net-zero)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 이것이 신기후체제의 핵심인 2050 탄소중립이며, 이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한 2010년 대비 45% 감축해야 한다. 이번 COP28에서는 파리협정에 대해 처음으로 전지구적 이행점검이 이뤄졌고 2022년 COP27에서 공식 의제로 채택된 손실과 피해 기금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다.

COP28의 전지구적 이행점검 합의문은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이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국가온실가스감축 계획을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점검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당사국들이 추가적으로 취해야 할 조처 등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행점검평가에 의하면 그 어느 나라도 자발적으로 제출한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총회에서는 전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정하여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2035년까지 6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당사국들은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상향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2022년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의 가장 큰 성공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 고통받는 최빈국에 대한 손실과 피해보상 기금을 설립하자는 합의였다. 손실과 피해보상 기금의 경우, 강제사항이 아니어서인지 이례적으로 개막식 날 합의가 이뤄졌다. COP28에 참석한 197개국 중 손실과 피해 기금으로 주최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약 1억 달러, 독일이 1억 달러, 독일을 제외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1억2천500만 달러, 영국이 5천만 달러를 약속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천750만 달러, 1천만 달러를 낸다. 이렇게 모인 금액은 운영 주체가 정해질 때까지 당분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세계은행에서 관리한다.

이번 COP28에서 당사국들은 10년 이내에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합의했다. 또한 2030년까지 전세계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현재의 3배인 11테라와트(TW)로 늘리고 에너지효율 개선율을 현행 연 2% 수준에서 4%로 2배 늘리는 것을 약속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총 발전량의 7.15%로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28.1%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다. COP28의 합의는 지구의 파국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동참하기로 한 약속인 만큼 후속 대응들이 지자체나 국가 정책에 충실히 반영되고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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