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태(전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윤원태 前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우리는 거의 매일 지구촌의 기후변화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 있다. 극단적인 폭염과 한파, 가뭄과 폭우, 빙하의 감소와 해수면 상승, 개화 시기의 변화 등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날씨에 관한 것들이다. 현재의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것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매년 오르고 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가 전 지구적으로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뜨거웠던 10년이었다.

봄이 되면서 꽃들의 개화 시기를 놓고 기후변화에 관한 말들을 많이 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변동과 기후변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기후변동이란 긴 시간 동안의 평균값에서 약간의 변화를 보이지만 평균값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연적인 기후의 움직임을 의미하며, 기후변화란 자연적 기후변동의 범위를 벗어나 더 이상 예전의 평균적인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기후 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한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비정상적이라고 믿어왔던 상태가 정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2023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 평균보다 1.45도 높았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기후 시스템은 특정 지점에서 붕괴되고 만다. 그 시작점이 바로 기존의 패턴에서 다른 패턴으로 넘어가는 기후변화의 1,5도 마지노선이다. 1.5도 마지노선은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로 인해 화석연료 배출량이 실제로 증가하기 이전인 1850~1900년보다 1.5도 더 올라간다는 의미다.

2015년 12월 각국 지도자들은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파리협정 마지노선이 붕괴되는 것은 단순히 며칠 혹은 몇 주가 아니라 30년 동안의 평균 기온이 줄곧 1.5도 이상임을 의미한다. 처음으로 평균 기온이 1.5도보다 상승한 날의 기록은 2015년 12월이었다. 이후 1.5도 이상을 기록하는 일수가 점차 늘어나더니 작년에는 평균 기온이 1.5도 마지노선을 돌파한 날이 3분의 1가량 됐다. 그리고 기상 관측 사상 최초로 평균 기온이 2.0도를 넘는 날이 2023년 11월에 나타났다. 이렇게 1.5도 이상을 기록하는 일수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은 점점 더 마지노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속화되고 있는 온난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기상현상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기상현상들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극단적인 날씨다. 가혹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비정상적인 날씨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날씨 변화를 보면 과학적인 기후 변화보다는 기후 위기라는 사회적인 용어가 더 잘 어울린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 강도 높은 폭염, 폭우, 대형 가뭄 등 악기상이 발생한다. 결국에는 이로 인해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식량안보, 수자원, 공중보건 등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 그린 뉴딜, RE100 등 많은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이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을 입안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로 기상현상의 강도나 빈도의 변화이다. 그런데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강도 높은 악기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부족하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스케일이나 지금까지의 등급을 벗어나는 기상현상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슈퍼 태풍(1분 평균 풍속이 67m/s 이상)이나 슈퍼 엘니뇨(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채로 5개월 이상 지속) 등의 용어는 사회적인 필요에 의해 발생한 단어들로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태풍에 관한 초강력 태풍(10분 평균 최대풍속 54m/s 이상) 등급을 신설하여 이에 대처하고 있다. 결국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는 건 지금까지 비정상으로 분류되던 것들이 이제 흔한 정상이 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에 의하면 어떤 현상이나 대상을 나타내는 데는 하나의 단어밖에 적합한 게 없다. 따라서 보다 적확한 단어의 선택은 합리적인 기후변화의 대응이나 적응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구 에너지의 89%는 바다에 저장된다. 해양의 열량과 지구 온도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슈퍼엘니뇨는 올해 봄까지는 지속될 것이다. 엘니뇨가 발생한 그 다음 해에는 악기상이 많아진다. 올해는 기상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해이다. 더 크고 강력한 폭염과 폭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대비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