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현(재미 피아니스트 겸 작가)

 

이인현 재미 피아니스트 겸 작가

다시 인천국제공항이 붐비기 시작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는 사람들의 손과 발을 묶어 두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가 우리 곁을 떠나자 자유로운 몸이 된 그들은 다시금 공항으로 모여들었다.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자 휴양지로 떠나는 사람도 있고, 과거의 유산을 감상하기 위해 유럽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의 영어 공부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와 환경을 경험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필자에게 있어 해외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유럽이다. 아무래도 대학교 때 첫 해외 여행이 유럽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또래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길만 지나가도 즐거웠던 그 시절에는 유럽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시간이 지나 연주와 비즈니스로 유럽을 찾았을 때는 행복함과 안타까움이 공존했다. 친구들의 유럽여행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들의 유럽 경험 속에 음악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웠다. 유럽은 클래식 음악의 시작점이자 산증인으로서 그 어떤 나라보다 다양한 음악적 유산과 더불어 여름 음악 축제가 잘 되어있는 곳이다. 특히 축제 때는 도시 전체가 음악으로 둘러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수준급 연주가 매일 열린다. 코로나가 끝나고 맞는 첫 여름 휴가에 유럽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대학생, 가족, 그리고 어르신들을 위해 가보면 좋을 만한 여름 음악 축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영국 런던에서 매년 여름마다 열리는 BBC Proms (프롬스)를 추천한다. 이는 영국 국영방송사인 BBC의 주관으로 열리는 음악축제로서 7월 14일부터 9월 9일까지 열린다. 1895년에 시작된 이 음악축제는 런던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축제로 알려져 있으며 런던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여름 나기의 일부라 여겨질 만큼 그들의 삶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행사이다. 매년 화려한 출연진과 다양한 음악으로 영국인 뿐 아니라 전 세계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런던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필자도 축제에 함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로얄 알버트홀을 주축으로 많은 공연장에서 매일 밤 연주가 이루어지니 런던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참고하길 바란다. 연주 중에 졸릴 까봐 걱정 하지 말고 그 곳의 분위기와 새로운 경험이 당신에게 또다른 자산이 될 거라 굳게 믿는다.

두번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름 음악 축제라 해도 손색이 없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소개한다. 잘츠부르크는 클래식 음악을 몰라도 다 안다는 모차르트의 고향이며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성지라고 불릴 만큼 유서가 깊은 곳이다. 1920년부터 시작된 이 음악 축제는 매년 7월부터 8월에 열리며 도시 전체가 공연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곳곳에서 연주가 이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축제인 만큼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약 2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잘츠부르크를 찾아온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연주자들이나 죽기전에 꼭 감상해야 할 연주들이 우리를 위해 공연을 준비 중이니 오스트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 보길 추천한다. 이번 여름이 아니더라도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당신이 꼭 가봐야 할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작곡가 바그너를 기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추천한다. 매년 7월 말에서 8월 말에 열리는 이 축제는 작곡가 바그너의 오페라 작품만을 공연하는 축제이다. 작곡가 바그너는 클래식 음악 중 오페라에 있어 큰 획을 그은 음악가로 알려져 있으며, 자신의 오페라만을 위한 공연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극장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고 결국 바이에른 왕 루트비히2세의 재정적인 후원으로 전용 극장을 만들었다. 그 이후 매년 여름 한달동안 자신의 전용극장에서 오페라를 연주했는데 점차 관객이 늘어나자 이 페스티벌은 국제적인 음악제로 발전하였다. 또한 바그너가 거주했던 집은 박물관으로 탈바꿈하였고 그의 업적과 흔적은 관객이 그의 음악 뿐 아니라 그의 일생도 엿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바이로이트는 뭔헨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정도면 도착 가능한 도시로 뮌헨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당일 코스로 추천한다. 음악에 관심이 없더라도 도시의 분위기와 축제의 느낌은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거라 굳게 믿는다.

오래간만이든 처음이든 유럽을 둘러보면서 과거의 유물과 유적 뿐 아니라 그들이 함께해왔던 음악도 과거의 유산임이 틀림없으니 잊지 말고 꼭 한번은 공연을 관람하길 추천한다. 음악 축제를 즐기며 그들의 문화를 경험하고 그 도시만의 분위기를 흠뻑 느껴보는 것도 분명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리라 필자는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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