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현(재미 피아니스트 겸 작가)

 

이인현 재미 피아니스트 겸 작가

몇 주전 내가 피아니스트인 걸 아는 아들 친구 엄마가 자신의 첫째 아들의 음악 교육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물어왔다. 그녀 역시 나와 비슷한 연배의 한국 사람이라 대부분 그렇듯 피아노 학원을 통해 음악 교육을 시작했었다. 그녀가 말하길 그 당시 열심히 피아노를 배웠지만 지금은 악보조차 볼 줄 모른다며 자신의 조기 음악 교육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피아니스트로서 자녀에게 어떤 음악 교육을 시킬 지 말이다. 사실 주변에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몇 살부터 피아노를 시작하면 좋을지, 어떤 악기를 시작하면 좋을지, 어떤 방식으로 음악 교육을 하면 좋을지 말이다. 나는 그들에게 되물었다. 부모로서 당신이 아이 음악교육을 시작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먼저, 나의 일화를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감사하게도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들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레 부모님들과 소통을 하게 되었고 그들의 성향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이나 한국 부모님들은 아이가 잘 치길 원하고 좀 더 많은 악보를 익히기 원하며 대회에 나가 입상하기를 희망했다. 반면, 미국 부모님들은 아이가 음악을 좋아하고 즐긴다면 그것으로 만족해 했다. 물론 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면 좋겠지만 그걸 굳이 바라지 않았다. 그들의 다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필자는 아이마다 다른 방식으로 피아노를 가르쳤다. 부모님들의 기대에 맞게 아이들을 교육했지만 이 방식이 진정 아이가 원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그들을 보며 나의 자녀를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지 내 자신에게 자꾸 물어보았다.

대부분 나의 또래 친구들이 그렇듯 필자 역시 피아노 학원에서 바이엘 교재로 음악을 시작했다. 재능과 끼가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위주로 원장 선생님은 혹독하게 연습을 시켰고 그 결과 대회에서 입상을 하였다. 우리들은 그게 피아노고 음악인 줄 알았다. 마냥 놀고 싶어하던 어린 아이들에게 3∼4시간의 연습은 음악에 흥미를 붙이는커녕 잃게 만들었고 우리들은 마치 기계처럼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덕분인지 테크닉은 뛰어났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필자는 항상 갈구했던 것 같다. 선생님이 좋아서, 음악이 좋아서, 연습을 하고 싶어하는 그 순간이 오기를…

어릴 때 음악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피아노 학원에서 바이엘이나 체르니 교재로 배우는 게 유일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대학교 때 들었던 음악교육법 수업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전세계적으로 달크로즈부터 코다이, 오르프 등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음악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꽤 다양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교육법을 가졌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건 동일했다. 아이들이 음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또한 피아노 교재 역시 매우 다양했다. 어드벤쳐 시리즈부터 베스틴, 알프레드에 이르기까지 피아노를 통해 음악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연습과 숙제가 필수였던 필자 때의 피아노 학원과는 달리 요즘 피아노 학원은 피아노 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음악 자체에 호기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과거 스러운 피아노 학원이 있지만 시대가 바뀜에 따라 선생님들의 교육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이는 이제 피아노학원이 단지 피아노만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음악을 배우는 곳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필자 역시도 22개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어떤 음악교육이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많은 고민 중에 있다. 필자는 먼저 음악은 조기교육화 되어야 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음악은 필수 교육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음악은 예술의 일종이고 손가락 사용의 촉각, 소리의 청각, 악보의 시각 등 동시에 복합 감각을 쓸 수 있는 몇 안되는 활동 중 하나라 믿기 때문 이다. 음악을 통해 상상이 가능하고 아이가 상상하는 것이 소리로 표현 될 수 있기에 아이들의 창의력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엄마들은 안다. 어릴 때 아이들이 가진 창의력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공부를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 지 말이다. 현재 필자의 아이는 피아노 건반을 발로 누르기도 하고 주먹으로 피아노를 때리기도 하고 건반을 자기 멋대로 누르기도 한다. 피아노 뚜껑을 열고 덮는 것을 반복하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 멍을 때리기도 한다. 필자는 그가 하는 이 모든 행동은 피아노와 친숙해지는 과정으로 배움이라는 과정에 있어 꼭 필수적인 단계라고 생각한다. 교육에 있어서 그 어떤 것보다도 친숙함이 중요하다고 믿는 필자이기 때문이다.

점점 아이가 커가면서 피아노로 여러 소리도 표현해보고 필자의 연주에 춤도 춰보면서 피아노에 흥미가 더 강해지면서 음악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순간이 오면 그에게 악보를 가르쳐 줄 생각이다. 그가 하고 싶은 악기가 생긴다면 악보 정도는 스스로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내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음악 교육은 그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밑바탕을 깔아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이 자녀에게 음악 공부를 시키는 이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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