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현(재미 피아니스트 겸 작가)

 

이인현 재미 피아니스트 겸 작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던 2023년에는 그동안 미뤘던 유명 음악가들의 한국 방문이 줄을 이었다. 2022년에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국제 음악 콩쿠르의 우승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내한한 음악가들의 연주회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였다. 덕분에 세계적인 음악가들은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연주하였고, 관객들은 외국에 갈 필요 없이 그들의 음악을 가까이서 경험하였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 역으로 한국인들의 관심 증가는 클래식 음악계의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리는 희망이지 않나 생각된다.

이 여세를 몰아 2024년에도 내노라하는 음악가들의 한국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먼저, 이 시대가 낳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안나 소피 무터가 3월 1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갖는다. 바이올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죽기 전의 그녀의 연주를 직접 보는 게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일 정도로 그녀의 존재감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그녀가 가진 기록들은 클래식 음악계를 통틀어 전무후무하며 그녀의 연주를 외국에 나가지 않고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필자 입장에서 참으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클래식 음악에 일가견이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기꺼이 그녀의 공연을 추천한다. 물론 서울까지 가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안나 소피 무터의 연주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본다.

서론에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클래식 음악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6월 22일 예술의 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의 우승을 기념하는 리사이틀 이후 국내 팬들과 함께하는 첫 리사이틀이다. 작년에는 그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섰지만 이번에는 오롯이 그 혼자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다. 그의 연주는 전 세계적으로 매진을 기록할 뿐 아니라 유투브에서도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라이징 스타를 넘어 빅 스타로 발돋움한 그가 국내 팬들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줄 지 기대된다. 어린 나이와 작은 체구지만 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거인과도 같은 그의 연주 또한 2024년 꼭 기억해야할 연주임에 틀림 없다.

또한, 필자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예프게니 키신이 11월에 한국을 찾는다. 그는 필자의 동경의 대상이자 죽기전에 꼭 만나보고 싶은 연주자 중의 한명일 정도로 필자에게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친 연주자이다. 팔색조 같은 매력과 유행을 따르지 않는 그 만의 음악 세계에 전 세계 관객들은 열렬히 박수를 보내고 있으며, 꽤 두터운 매니아 층까지 형성하고 있다. 필자 역시 매니아의 한명으로서 그의 연주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감명을 받으며, 좀 더 나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영감을 얻고 있다. 클래식 피아노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연주보다 강력하게 그의 연주를 추천한다. 올드 스쿨 피아니스트처럼 느껴져 그의 연주가 진부하다 느낄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의 연주가 진정 역사가 있는 참된 클래식 연주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중의 한명으로 불리는 자코모 푸치니가 죽은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의 여러 오페라단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 라보엠’, ‘나비 부인’, ‘투란 도트’ 등 그의 작품을 작년부터 연주해 오고 있으며, 국립 오페라단은 ‘서부 아가씨’ 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이태리 3대 오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 역시 서거 100주년 을 기념해 이에 걸맞는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만난다. 독자 중에 올 여름 이태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을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한 여름 밤 야외에서 즐기는 푸치니의 오페라 공연은 당신의 이태리 여행에 잊지 못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거라 확신한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많은 예술 단체들의 공연 확정 공지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광주 시민들을 위해 의미 있고 뜻깊은 공연들을 준비하고 있다. 2023년 지역 예술인부터 세계적인 음악인들까지 다양한 연주가 함께 했던 것처럼 올해도 시민들을 위해 더 다양하고 감동적인 연주가 광주를 찾아 올 거라 믿는다. 2024년 갑진년 ‘푸른 용의 해’를 맞이하여 클래식 음악으로 위로받으며 좀 더 건강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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