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민(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

 

박수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

‘급증한 한국 청년 빚, 도와야 할 것과 돕지 말아야 할 것’ 몇 달 전 한 언론사에서 청년 부채 현상과 관련해 보도한 뉴스 제목이다. 청년 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청년 대출자 중 빚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계층, 악성부채의 늪에 빠진 다중채무자들인 취약차주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체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서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빚투나 부동산 투자와 같은 부채를 늘린 취약자주들은 제외, 생활고에 빠진 취약차주에 대해서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기사를 읽으면서 두 가지 물음표가 남았다. 먼저 청년 부채를 바라보는 이질적인 시선이다. 도와야 할 부채와 돕지 말아야 할 부채를 나누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 번째 돕는다는 표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이 두 질문은 연결되어 있다. 도와야 할 부채와 돕지 말아야 할 부채를 가르는 기준은 부채 발생 원인이다.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취약성은 사회가 도와야 할 부채이지만, 투기로 인해 발생한 취약성은 걸러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청년들이 왜 빚을 지면서까지 투자하려 했는지, 왜?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두 대상층의 상황이 분명하게 나누어질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나누는 것은 정책의 대상의 분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긴급하고 가장 취약성을 드러낸 상황에 놓인 이들을 선택하는 것. 시혜적 관점이다. 돕는다는 표현의 배경이다.

가계부채 1천900조 시대, 늘어나는 가계부채 속 청년세대의 부채는 타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겨레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지난 4년)를 보면 20대 소득은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4.7% 늘었고, 이는 전체 가구 평균 증가율 6.7%보다 낮다. 부채 증가율은 28.3%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으로, 특히 30대 이하 차주 가계대출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높은 상황으로 해당 차주들의 소득 기반이 타 연령대에 비해 다소 취약한 만큼 향후 30대 이하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그런데 이러한 숫자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 청년세대의 부채 문제는 갑작스레 튀어나온 이슈가 아니다. 20년이 넘도록 계속되어 온 문제이다. 가계부채의 증가만큼 한 해 한 해 쌓여온 숫자들이다. 2001년 12월, 청년신용불량자 급증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카드사의 공격적인 영업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일부에서는 청년들의 과소비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런데 10대 신용불량자까지 급증한 당시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개인들의 과소비를 원인으로 꼽는 것은 군색한 분석이었다. 청년들의 신용불량자 급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카드 발급은 계속 증가추세였고 여전히 카드사와 은행들은 실적을 채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더해 몇몇 저축은행들은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직접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만들거나 취업을 알선하는 금융회사들도 있었다.

20년 후, 청년부채가 놓인 환경은 더 복잡해졌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금융 혹은 대출 경험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우선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 기존의 금융사뿐만 아니라 핀테크 기업들 또한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금융모델들을 구축하고 있다. 비대면, 클릭 한 번이면 20분 내 대출 금액이 입금된다. 20년 전의 신용카드 대란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는 휴대폰이 있다. 전 국민의 손에 들려진 휴대폰은 단순 통신 기기가 아닌 모든 개인정보를 압축하고 있는 금융 도구이다.

여기에 더해 청년 부채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들이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청년’에 대한 정의이다. 최근 지역에 따라 40대 후반까지 청년으로 정의하거나 인구정책 중 하나로 청년정책으로 바라보는 상황들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청년이라는 정의의 모호성이 이 세대에게 발생하는 부채의 특수성 혹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부채가 발생하는 복잡한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정책 대상자를 발굴하는 방식인 누가 가장 취약한가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다. 더 이상 절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이들을 정책 대상으로 선정하고 지원하는 것으로는 청년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취약성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청년부채는 사회적 책임이 아닌 개인에게만 남는다. 누구만 도울 것인가? 누구라도 놓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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