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민(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

 

박수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

2024년 새해를 맞이했다. 하지만 설렘과 기대감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1천900조에 육박한 가계부채와 함께 자영업·소상공인 대출까지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우려스럽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의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이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장기평균 수준을 하회하고 있으나,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으로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전남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전성범 과장과 김주리 조사역이 발표한 ‘최근 광주·전남지역 가계부채 및 취약차주 현황과 잠재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영업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취약 차주 비중이 광주 6.5%, 전남 6.4%로 타 광역시(5.4%) 및 도(5.4%)의 평균을 크게 상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이후 매출 감소 등의 여파로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하였는데 주로 금리 수준이 높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등에서 자금을 융통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의 대출 양과 질 모두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현상이다.

실제 충장로, 금남로 일대 구도심을 걷다 보면 상가 외벽에 임대 문의 현수막과 폐업 안내 글귀가 가득 붙어있다. 비어있는 공간 앞에는 전기, 수도 공과금 등의 우편물과 먼지만 가득 쌓여있다. 건물이 텅텅 비어있으니 자연스레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무인으로 운영하는 스티커사진 가게와 탕후루 가게들만이 빈 상점 사이사이 운영되고 있다. 20년 이상 운영되던 유명했던 식당의 닫힌 문을 마주하면서 오랜 추억 속의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없다는 아쉬움보다 해당 사업장을 운영하던 분들의 생활은 괜찮은지 더 고민된다.

요즘 자주 찾는 식당 주인분들은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쏟아낸다. 사업비와 생활비가 분리되지 않은 자영업자들의 재무 구조상 사업의 위기는 자연스레 생활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비정기적 소득의 특성상 대출을 대출로 돌려막는 상황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과 같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위기를 금융 지원 방식을 통해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금융 지원 정책이 금리 인상과 경제 침체 등과 맞물려 부채 상환이 도래한 상황에서 연체 혹은 상환 부담과 같은 문제 앞에 놓여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서민·소상공인의 대출 연체 이력을 삭제하는 신용 사면을 금융당국 및 금융권과 협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연체기록을 삭제하고 정상적 금융 활동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금융 취약 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한 조치다. 이는 연체액을 모두 변제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연체기록이 유지되고 신용평가도 나빠져 금융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매우 반갑다. 그런데 이 또한 금융 활동에 대한 제한만을 풀어내는 것일 뿐 이들이 빚을 빚으로 갚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본질적인 대책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다. 물론 이들의 금융 이용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불법 사금융 등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슈이긴 하나 본질적으로 채무 상환을 할 수 없는 현 구조를 개선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

자영업자들의 문제는 소비 침체와 지역소멸, 온라인 판매와 플랫폼 사업과 같은 산업구조 변화 등의 다양한 문제들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단순 경제적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겪는 위기의 완충 역할을 해 줄 사회적 안전망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현 임금근로자 중심의 사회보험제도에서 자영업자들의 위기에 대한 대응은 사회적 접근보다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도한 채무 문제와 관련해 연체 전,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임대라는 현수막으로 뒤덮인 거리는 단순 자영업자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도시의 활력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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