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콘텐츠보물창고 광주·전남 종가 재조명
영종회 종손들의 제주양씨 창암종가 소쇄원 탐방기

영종회, 광주전남 주요 종가 방문
소쇄원 등 한국 대표정원 품격 높아
영호남 종가들 현장 방문 뜻깊어
세계유산 등재 향해 두 지역 협력키로

광풍각에서 영종회-광주전남종가회 기념사진

지난 10월 18일 전남 담양 소쇄원(명승 제40호) 주차장에 도착한 ‘영종회’버스에서 20여명의 어르신이 내렸다. 양재혁 소쇄원 원장은 소리 높여 환영의 뜻을 전하고 한 사람 한 사람 악수로 반겨줬다. 연간 7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국가 명승 소쇄원에 원장이 직접 해설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영남 종가 종손들로 구성된 영종회의 광주전남 방문길 중 소쇄원 탐방을 따라가 봤다. 영호남 종가들 간 교류의 상황을 직접보고 양대 종가회가 무엇을 연대의 화두로 삼고 있는지 살펴본다.

◇영남 종손들 따라 가보니‥소쇄원 방문
양재혁 소쇄원 원장은 소쇄원안내도 앞에서 간략히 내력을 소개하고 발걸음을 재촉해 소쇄원 경내로 이끌었다. 대숲 옆으로 흐르는 개울에는 청둥오리 가족이 깃털을 다듬으며 의관정제한다. 매표소를 지나칠 때 영종회 일행 중 누군가가 종손가족이 살고 있는 종가인데 입장료도 있느냐고 물었다. 원장은 담양군에서 명승 문화유산을 관리하며 입장권까지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천을 지나니 팔뚝보다 굵은 대나무들이 하늘을 찌를듯 그늘을 만들어, 곧게 뻗은 대숲길 밝은 바닥이 명암을 뚜렷이 한다. 종가 안채는 개보수 복원공사 중이었다. 한 어르신은 공사가 잘됐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덕담을 건넸다.

이날따라 건천이 된 계곡 건너에 광풍각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원림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초정 앞에서 소쇄원 원장은 “이곳은 별서정원이고 입구 매표소 배후의 터에 종택이 있었다. 소쇄옹 양산보 어르신이 정원을 조성할 때 이곳 초정을 가장 먼저 세웠다. 대봉대라고 칭하는 이유는 태평성대를 이끌어줄 군자다운 임금(봉황)이 이땅에 등장하기를 기다린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성리학적 이상사회를 꿈꾸며 개혁정치를 주도했던 조광조의 제자 양산보(1503~1557)는 면앙정 송순과 외종사촌 간이고, ‘소쇄원48영’이라는 시를 지은 필암서원의 김인후와 사돈 간이다. 나주목사를 지낸 김윤제(1501~1572)는 양산보의 처남이며 환벽당에서 송강 정철, 서하당 김성원(식영정 주인), 충장공 김덕령을 가르쳤다. 애양단 앞에서는 우암 송시열이 이름지었다며 “수백년 전에도 오늘 우리의 교류처럼 함께 했다는 증거다. 선조들처럼 우리도 한마음으로 협력하자.”라고 영종회의 광주전남 방문에 의미를 부여했다.

소쇄원 제월당에서 기념사진

◇파리에 복사된 오곡문 담장 ‥세계화 사례
오곡문으로 이어진 담장 아래로 장원봉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 조성된 서울정원에는 외부 경관이 담장 안 내부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계곡과 오곡문 구조를 본뜬 담장이 만들어져 있다. 양재혁 소쇄원 원장은 “정원을 만들고 애용한 선현들의 깊은 뜻을 유럽인들이 이제야 알아보고 품격 높다며 감탄사를 붙인다. 우리 종가는 정원 뿐만아니라 한류문화 분야마다 보존해 왔는데, 현대과학으로도 놀라운 가치가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신중 영종회 회장은 “전남종가회와 우리 영종회는 2018년 이후 매년 종가문화 학술포럼에 함께 개최하고 참여하는 등 교류해 왔다. 오늘은 회원들이 상대지역 종가들을 방문해 문화유산 공통점·차이점을 직접 느끼며, 분야마다 공감 협력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종가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도 함께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월당 마루에 움푹패인 물벼루를 가리키며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돼새겨 본다고 한다. 제월당, 광풍각 앞에서 어깨 나란히 서서 하트를 날리며 종가의 미래를 열기 위해 함께 협력하자고 기념촬영했다.

장성 필암서원 항공사진_01(장성군 촬영)

◇112개 명문가 결속‥영종회
이날 영종회는 경북 안동에서 출발해 장성 ‘필암서원’, 담양 ‘소쇄원’, 해남 ‘녹우당’, 구례 ‘운조루’ 등 전남의 종가를 방문해 문화유산을 탐방한 후, 경남의 남계서원을 답사했다. 경북 봉화, 대구, 안동, 예천, 군위, 상주, 영덕, 의성에서 21개 종가 대표가 참여해 영호남 종가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영종회는 2012년 03월 안동에서 경상도 지역 불천위 종가들이 모여 창립했다. 퇴계 이황 문중, 학봉 김성일 문중, 서애 류성룡 문중 등 영남 지방의 명문가 112개 가문으로 구성됐다. 의성김씨 학봉종가 김종길 종손(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원장)이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이후, 현재 6대 회장인 진주강씨 도은종택 강신중 종손까지 약 10여년간 영남 유림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큰 역할을 했다. 영종회의 창립 정신은 ‘유교 가문의 후예로서 선조들의 훌륭하신 가르침과 정신을 겸허하게 배우고 솔선 수범하여,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고 희망찬 미래를 물려 주고자 한다’라고 한다.

초간정 전경 / 예천권씨 초간종가 제공

경북 예천군에 있는 ‘초간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저술한 조선 중기 관료이자 학자인 권문해(1534∼1591, 호는 초간)가 세운 정사로 국가명승 51호로 지정됐다. 맑은 계곡과 푸른 소나무 사이의 암석 위에 보존된 한국전통 원림으로 꼽힌다. 초간정을 보존한 초간종가는 국가 보물 3점과 중요민속문화재 2점도 보존해 보물 가문으로 알려졌다. ‘예천권씨 초간종택(보물457호)’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조선 전기 누각형 접객 건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매우 드문 건축물이다. 종택에는 대동운부군옥(보물 878호), 초간일기(보물 878호) 및 유형문화재인 예천권씨종가문적, 퇴계선생수묵과 고문궤범, 고려 때 인쇄된(추정) 동국이상국집, 옥피리 등 다수의 유물을 보존하고 있다.
전남· 영남, 어느곳에 있든지 종가엔 보물들이 즐비하다. 다만 우리나라 현대인이 깨닫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강신기 전남종가회 감사는 한류문화 위상 상승이 지역과 향촌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종가와 지역사회가 손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 소쇄원 방문한  영종회 종손들 

(봉화) 진주강씨 도은 강각종가 강신중 중손 (영종회 회장)

의성김씨 팔오헌 김성구 종가 김흥원 종손

창령성씨 계서당 성이성 종가 성기호 종손

(대구) 현풍곽씨 창곡 관안방 종가 (포산 종택) 곽태환 종손

서흥김씨 한훤당 김굉필 종가 김백용 종손

경주최씨 백불암 최흥원 종가 최진돈 종손

(안동) 능성구씨 백담 구봉령 종가 구성모 종손

안동권씨 병곡 권구 종가 권종만 종손

의성김씨 귀와 김굉 종가 김동호 종손

의성김씨 제산 김성탁 종가 김재옥 종손

의성김씨 학봉 김성일 종가 김종길 종손

풍산류씨 겸암 류운룡 종가 류상붕 종손

풍산류씨 서애 류성룡 종가 류창해 종손

원주변씨 간재 변중일 종가 변성렬 종손

한산이씨 대산 이상정 종가 이방수 종손

진성이씨 노송정 이계양 종가 이창건 종손

(예천) 예천권씨 초간 권문해 종가 권덕열 종손

(군위) 부림홍씨 경재 홍로 종가 홍구헌 종손

(상주) 성산이씨 응와 이원조 종가 이주학 종손

(영덕) 재령이씨 갈암 이현일 종가 이원흥 종손

(의성) 안동김씨 천사 김종덕 종가 김창회 종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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