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례 음악 프랑스 공연 감동 선사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된 ‘종묘제례악’
궁중문화 종합예술공연 유럽순회 인기
종가 제례 공동체통합·문화전승 기여

영암 김해김씨 사군파 제례의식. 사군파종중 사진제공

한국에서는 오늘날까지 설날과 추석이면 차례를 지내고,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는 제사를 지내는 것이 보통 사람의 일상으로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사가 파리에 간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5년 9월 프랑스 국립샤이오극장에서 ‘종묘제례악’이 울려퍼졌다. 이 한국전통 제례악 공연은 유럽 순회공연, 유럽지역방송 방영으로 이어졌다. 세종 때 만들어지고 제례로 전승된 한국예술이 현대에 와서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제례의식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례에 거부감이 없는 유럽인은 이미 문화적 다양성 존중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왕실 뿐만아니라 민간에서도 제례를 통한 문화보존은 대대로 이어져 왔다. 한국 특히 광주·전남 종가가 보전한 문화 중 제례문화의 특징과 요소를 통해 종가문화의 보전 가치를 조명해 본다.

종묘제례악 장면. 국립무형유산원

◇파리에 간 한국전통 제례의식 ‘종묘제례악’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 개막공연은 프랑스 파리의 국립샤이오극장에서 열렸다. 작품은 조선왕조 역대 제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그들을 기리는 제례를 지낼 때 쓰인 기악, 노래, 춤 등을 하나로 엮은 종합예술 ‘종묘제례악’공연이다. 이 공연은 아름다운 ‘종묘’ 건축물 영상을 배경으로, 독특한 악기들의 아름다운 선율, 문덕·무공을 표현한 춤, 엄숙·경건한 제례, 악단과 무용단의 적색·청색 한복 의상 등 6백여년 궁중문화 집합 종합예술의 면모를 보이며 1200석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한국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은 1447년 세종 때 창작해 세조 때 제사에 적합하게 고친 후 현재에 이르고, 매년 5월에 열리는 종묘대제에서 연주되며, 그 독창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2001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국립국악단의 ‘종묘제례악’ 공연은 베를린, 마드리드, 런던, 부다페스트 등 유럽순회공연으로 펼쳐졌고 유럽지역 방송에 방영됨으로써 유럽문화 복판에서 한국의 문화적 자존을 드높였다. 이후 안숙선 민속악단이 ‘파리가을축제’에, 김영길 아쟁명인이 ‘프랑스 상상축제’에 초청됐다. 서도소리 유지숙 명창 등은 ‘프랑스라디오’와 함께 음반을 출시했다. 전통문화 블루오션의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였다.

김해김씨 사군파 김완장군부조묘. / 사군파 종중 제공

◇왕실은 종묘에서, 종가는 부조묘 사당에서
궁성에 종묘가 있듯 대부분의 종택에는 사당이 존재한다. 전통사회에서는 씨족의 시조 이래로 출중한 인물이 출현하면 그를 중조나 파조로 파를 형성했다. 조선초기 건국 공신에 대한 불천위(큰 공훈이 있어 영원히 사당에 모시도록 나라에서 허락한 신위) 추대가 민간 제례를 바꿔놓았다. “처음으로 공신이 된 자는 불천위로 삼아 별도의 일실을 세워 계속 봉사한다”는 ‘경국대전’에 따라 문중조직들이 등장한다. 불천위에 지정된 공신(국불천위)에게는 토지와 노비 등 특전이 주었졌다. 가문들은 불천위를 중심으로 동족촌락(집성촌)을 형성했다. 친족의 혈통적 동질감과 결속력을 강화하는데 불천위 제례가 역할을 했다. 조선 중기 이후 친족체계가 정착·확대되면서 지방 유림에 의한 ‘향불천위’가 급증했다. 보성 남평문씨의 문익점부조묘, 영광 전주이씨 완산대군파 양도공종가 사당(이천우부조묘), 광주 장흥고씨 고경명부조묘, 영암 김해김씨 김완장군부조묘 등에서 국불천위를 모신다. 각 가문 종택의 사당에서 추모하는 제례가 종가문화 전승의 구심이 됐다.

보성 남평문씨 문익점부조묘
강릉단오제-제관들. /국가문화유산포털 캡쳐

◇주택문화·음식문화·기록문화‥ 제례 통해 전승
제례의식은 문중 조직을 결속시켜 사당이 있는 주택문화(종택과 정원 등), 씨족공동체 나눔의 음식문화 등을 보존케 하는데 기여했다. 국불천위를 전형으로 제례 존속의 재원을 마련하고 자존감으로 종원의 결속을 만들었다. 영암 김해김씨 사군파 종중은 회원이 50만명에 달해 130회 이상의 회보를 발행했으며, 매년 향사에는 양무종가를 중심으로 1천명 이상의 종원이 제례의식에 참여한다. 김수로왕의 후손으로 대가야 10대 양왕의 왕릉이 발굴되고 왕과 왕후 복식이 복원 가능해 지자 제관들이 가야식 복식을 입고 제례의식을 진행할 수 있었고 장관을 연출하는 제례의식은 모 방송사에서 방영돼 알려지게 됐다. 종묘제례는 선행절차, 취위, 영신, 행신나례, 진찬,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음복례, 철변두, 망료, 제후처리 순서로 진행되는데, 종가 제례는 대개 초헌례, 강신례, 독축, 아헌례, 종헌례, 삽시정저, 유식, 숭늉을 올리기, 음복 순이다. 민간 제례에서는 의식 준비를 위한 공동체 결속이 엿보인다.

공신 또는 훌륭한 행적을 닮으려는 후손의 실천은 충효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손들은 이곳에 모여 선조의 훌륭한 덕을 추모하면서 옷깃을 여미고 자신을 성찰했다.”라고 양도공종가는 명시했다. ‘강릉단오제’는 제례의식과 당제 등을 통해 풍농 기원, 공동체 참여, 전통문화 전승 등의 독창성과 보편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인류구전 및 무형문화유산걸작’ 선정(2005)에 이어 2009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대대로 잇고 지켜온 종가에서는 축제의 원형이라고 평가되는 제례에 대한 문화전승·사회통합·기원의식의 가치가 인식되고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이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완장군부조묘가 있는 구고사 전경
김해김씨 사군파 5세10위 단소 표지석
단소에서 제례의식을 마친 사군파 종중 종원들
양도공이천우부조묘
순천경주정씨참의공파 정효종종가 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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