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바다 장악한 영웅 장보고 계승
수군 창설해 왜구 섬멸한 정지장군 전략
최무선 개발한 화포 장착 진포해전 전환점
판옥선 개량 거북선 화력은 명량해전 비결
초정밀 첨단기술 ‘ K-방산’ 유럽 경쟁력 열어

전쟁박물관 소장 거북선

조선업계가 전세계 선박 수주실적 세계1위를 탈환했다. 대형LNG운반선(63척, 비중 71%), 대형컨테이너선(26척, 비중 46%) 강세에 힘입어 전세계 발주량의 45%를 가져왔다. LNG, 메탄, LPG 등을 추진 연료로하는 친환경 선박은 120척에 달해 환경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증가에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조선소 순위 빅3인 한국기업들은 25년까지 도크 예약이 채워졌고 친환경, 스마트화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경쟁력으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할 전망이다. 절박한 위기를 맞은 조선업에 대해 2018년 이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선포하며 조선산업 활력제고방안을 마련한 정부의 노력에 부응해 조선업계의 자구 노력이 빚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제조업의 도약을 이끌고 있는 한국 조선업은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 폴란드와의 무기수주 20조 계약으로 말미암아 유럽에 ‘K-방산’열풍이 불고 있어 거북선을 비롯한 한국무기 발전의 역사와 동력을 살펴 본다.

◇해상전투로 전환 ‘정지-최무선’ 합작
우리나라 해군 첫 잠수함과 남극 제2과학기지에 명명된 이름은 ‘장보고’다. 1천2백년 전 장보고는 청해진 설치를 통해 군대를 육성해 동북아 지중해상의 해적을 소탕하고,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해양을 통한 당나라·일본 진출의 길을 열었으며, 당나라 항구 곳곳에서 선박제조 등에 종사하던 신라 유민들을 규합해 신라방·신라소로 조직화함으로써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을 기반으로 민간 차원의 해상무역시대를 이끈 해상영웅이다.
고려말 창궐하는 해적 왜구를 겨냥해 해군 창설을 주도한 인물은 정지장군이다. 그는 삼남일대에서 왜구가 기승을 부리자, 공민왕에게 왜구 토벌의 전략을 건의하고 수군창설을 자청했다. 창설된 수군은 바닷섬에서 나고자라 해전 참여를 원하는 사람으로 편성했고 정규군으로 조련됐다. 정지는 육지전투에서 순천 낙안, 영광, 광주, 화순 동복, 곡성 옥과, 담양 등에서 왜구를 격파하고 포획하는 전과를 올렸다. 1380년 2만명의 왜구가 침입해 진포(금강 하구) 앞바다에 선박을 연환계로 묶어두고 육지 곳곳을 노략질했다. 1백여척 수군은 정지의 전략에 따라 서로 묶인 왜선 5백척을 화포 화공으로 불태웠다. 화통도감 설치에 따라 최무선이 개발한 화포를 장착한 전함이 거둔 대승이다.
1383년 남해 관음포에 120척 왜선이 출몰하자 정지는 나주에 주둔하던 수군 47척을 이끌고 가 격퇴했다. 최무선의 활약으로 총포류(장군포), 발사물(화전), 폭탄류(질려포), 로켓병기류(류화) 등 20여종의 화약무기가 태조 때 개발 생산됐다. 세종조까지 3차에 걸친 대마도 정벌이 추진됐다.

귀선(이충무공전서 전라좌수영귀선)

◇거북선은 국방책 혁신의 산물
거북선(귀선)이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태종이 거북선과 왜선의 가상 전투를 관람했다는 기록이다. 지리적 여건에 따라 전통 한국선박은 배 밑바닥이 평평하고 무게중심이 낮은 평저선이다. 화포를 장착해도 흔들림이 적은 잇점이 있었다. 계해약조(세종 25년)에 의해 왜구가 사라지면서 군용과 조운을 겸용할 수 있는 대중소 맹선으로 통일했다. 중종조에 삼포왜변에서 전함의 문제가 드러나고, 사량진왜변에는 왜선의 크기가 커지고 화약병기를 장착해 조선 맹선보다 막강해졌다. 송순과 양팽손의 스승인 청백리 송흠(1459~1547)은 중종에게 판옥선을 주력으로 개편할 것을 상소했다. 임복은 ‘변사의 10조’라는 상소를 통해 왜구와의 해전을 대비하는 전략과 함께 상판에 창을 달아 왜병이 뛰어들지 못하도록 하는 창선을 제작할 것을 제안했고 중종이 받아들여 비변사에서 제작했다.

망암집의 '화차도'기록에 의해 복원된 화차 모형. 왜적의 조총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면서도 40개의 총통을 발사할 수 있어 행주대첩에 유용하게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망암집의 '화차도'기록에 의해 복원된 화차 모형. 왜적의 조총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면서도 40개의 총통을 발사할 수 있어 행주대첩에 유용하게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변이중 개발했다는 총통 화차(행주대첩에 사용, 장성 봉암서원 복원물)

 

◇조선 최초 의병은 ‘을묘 의병’
1555년 을묘왜변을 계기로 한국전함은 판옥선으로 혁신됐다. 바닥이 평평해 회전이 용이한 장점은 살리고, 옥상갑판으로 침투하는 왜병을 차단하며, 사방을 향해 화포를 장착하고 전투원·비전투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한 전함이 판옥선이다. 양응정(1519~1581)은 달량포(전라도 해남 북평) 인근에 침입한 왜변에 수령들이 도망치자 의병을 조직해 격퇴하는데 공을 세웠다. 양달사를 대장으로 창의한 을묘의병이 조선 최초의 의병이라 한다. 양응정은 1556년 문과 책문에서 ‘남북제승대책’을 제시했는데 피폐한 북방 민생 안정을 통한 여진 회유책과, 남방 왜구에는 장수, 수군, 병선 등을 강화하는 강경책이었다. 그는 광주 박산마을에 조양대와 임류정을 짓고 박광전, 백광훈, 최경창, 최경장, 최경회, 고경명, 김천일, 정철, 정운, 신립, 양산숙 등 구국인재들을 배출했다. 정운(1543~1592)은 무과 급제해 녹도만호로서 전라좌수사 이순신의 선봉장으로 옥포해전, 당포해전, 한산도대첩에서 연전연승 활약하다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했다. 이순신은 승전 장계에 거북선의 구조와 적선 대장선을 깨부순 활약을 기록했다. 이순신은 전함 판옥선에 쇠못을 꽂은 철판 덮개를 씌우고 용머리를 붙인 전함을 3척 제작했고 한산도로 진영을 옮긴후 2척을 더 제작했다. 전후좌우 14방향에 천자, 지자, 현자, 황자총통을 배치해 무장하고 돌격하여 적선단의 진용을 교란하고 포격으로 격파한 거북선은 7년 전쟁 동안 수많은 해전을 승전으로 이끈 결정적인 병기였다. 13척으로 133척 왜선군단을 괘멸시킨 세계해전사의 일대 사건, 명량해전은 거북선과 판옥선이 주인공이다. 이순신의 군관으로 거북선 제조를 주도한 나대용(1556~1612)은 전쟁 후에도 판옥선을 개조해 해추선, 창선을 개발했다. 정조 조에는 거북선이 40척에 이르렀으나 순조 땐 18척으로 줄어들었다. 육전에서 빛나는 행주대첩에는 망암 변이중(1546~1611)의 화차 등 신무기 개발이 기여했다.

◇위기대응 혁신=신기술 탄생
세계 조선업계를 주도하며 다른 나라가 갖지 않은 탁월한 선박건조 기술을 자랑하는 한국에는 이와같은 선박기술혁신의 역사가 있었다. 아직은 전함·잠수함 등 무기개발 경쟁력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선박기술 경쟁력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 한국의 방위산업은 2022년 무기수출 세계8위에 올라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위협을 느낀 폴란드는 22년 한국 전차와 자주포 등 22조 규모의 방위무기 수주를 계약했다. 한국첨단무기의 경쟁력이 확인된 사건이다. 호주·노르웨이 등 유럽의 한국산무기 수주도 뒤따르고 있다. 작은 외침과 국토분단의 고통을 이겨내고 자주국방의 역량을 키워가는 ‘K-방산’을 지켜보는 것은 훌륭한 선조들이 남긴 유산과 정신을 계승하고자 할 때 크나큰 자존감을 주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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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사전총통
복원된 사전총통
사전총통. 4~6개의 짧은 화살을 동시에 발사하여 500여m 밖의 적을 살상할 수 있는 총통
사전총통. 4~6개의 짧은 화살을 동시에 발사하여 500여m 밖의 적을 살상할 수 있는 총통
복원된 신기전
복원된 신기전
일총통. 900m밖의 선박이나 성문 격파용 무기. 현대의 박격포에 해당한다.
일총통. 900m밖의 선박이나 성문 격파용 무기. 현대의 박격포에 해당한다.
차세장전. 총통에 장착해 발사하는 화살.
차세장전. 총통에 장착해 발사하는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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