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간 광주·전남 종가 스토리 3회
고정주 창흥의숙 교육정신 계승해 음식문화 교육 힘써
유럽 요리학교에 ‘한식’ 요리교육용 키트 제공
명인 ‘발효학교’ 개교로 한류문화 세계화에 기여

르봉마르셰백화점 전경 / 사진제공 양진재종가
르봉마르셰백화점 전경 / 사진제공 양진재종가

1920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프랑스 국립요리학교 에꼴페랑디에 장흥고씨 양진재 종가의 장담그기 키트가 활용되고 있다. 이 에꼴페랑디엔 최근 ‘한식’과정이 개설됐다. 프랑스 정통요리 최고과정(ESCF)으로 알려진 이 학교에 다른 나라 요리과정으로는 최초로 한식을 교육하게 됐다. 또한 프랑스에는 유명 셰프들을 대상으로 장담그기 아틀리에(공방)가 열리고 있다. 2022년 5월에는 미슐랭 스타를 4년 연속 받은 조쉡(호주 국적) 이노베이티브 레스토랑 오너 셰프가 담양 창평 양진재종가에 직접 찾아와 장담그기를 체험했고 영국, 프랑스, 미국, 오스트리아, 칠레, 뉴질랜드, 인도,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에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셰프들이 방문해 교육과 체험에 참여했다. 파리에 간 종가스토리 3회에서는 종가 보존 전통음식문화가 세계 각국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과 K음식문화 교육에 관해 살펴본다.

에꼴페랑디 프랑스국립요리학교 장담그기 교육 / 사진제공 양진재 종가
에꼴페랑디 프랑스국립요리학교 장담그기 교육 / 사진제공 양진재 종가
광주전남 조선5란 충의사 호국충혼탑. 고광순의병장기념관과 포의사 뒤에 세워져 있음
광주전남 조선5란 충의사 호국충혼탑. 고광순의병장기념관과 포의사 뒤에 세워져 있음

◇창흥의숙 교육과 불원복 의병군
창평에 세거한 장흥고씨 가문 후손들은 비록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지라도 충효·절의 정신은 한결 같았다.
을사조약이 체결된 1905년에 규장각 직각 벼슬을 놓고 낙향한 고정주(1863-1933)는 창평 용수리 상월정에 ‘영학숙(英學塾)’을 열었다. 50여명의 학생이 모여들어 ‘창흥의숙’을 세웠다. 국사·영어·일어·산술 등 신학문을 초등과 3년, 고등과 6개월 속성과정으로 가르친 창흥의숙은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외손), 마라톤 영웅 손기정 일장기 삭제 보도 당시 동아일보 사장을 지낸 송진우, 기미 2·8독립선언 학생대표로서 제헌국회의원인 백관수 등 인재를 키웠다.
한편 고광순(1848~1907)·고재량·고광수·고광훈·고광채 등이 중심이 돼 1907년 의병을 일으켰다. 고광순은 임진왜란 부자의병장 고경명,고인후의 후손으로 창평 남원, 동복, 능주, 화순 등에서 활약하며 지리산 연곡사에 주둔했으나 포위돼 ‘불원복’태극기(의병군 깃발)를 남기고 순절해 건국훈장이 수여됐고 포의사에서 추모한다.
시대 변화를 예견하고 학교를 세워 세상에 맞선 고정주와 국권침탈이라는 시대적 암흑기에 의병부대를 세워 헌병대에 맞서 싸운 고광순은 서로를 인정하고 남모르게 지원했다. 만석꾼인 고정주는 의병군 군량을 은밀히 제공했다. 고정주는 지역민을 위해 조선인 생산 물품을 거래하는 창평상회를 열게 하고 고리대금업자에게 피해를 당하는 창평, 광주 지역민들을 구휼했다. 장흥고씨 가문의 충의 애민 전통은 또다른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프랑스 유명 셰프 대상 장담그기 아틀리에 장면 / 사진제공 양진재 종가
프랑스 유명 셰프 대상 장담그기 아틀리에 장면 / 사진제공 양진재 종가

◇K음식문화 세계화, 교육용 키트 제공
세계 최초의 백화점인 르봉마르쉐백화점에는 세계 식품계 트랜드를 이끄는 유명한 식품관이 있다. 이 백화점에 한국식품 전용매장코너를 열게 된 양진재종가는 안주하지 않고 전통 음식문화와 생산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소비자 기호 등 유럽시장 여건을 고려하는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격변기 세상에 맞서는 관점으로 고정주의 교육철학을 계승해 ‘음식문화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370년 씨간장에서 빚은 발효식품의 탁월한 가치를 기반으로 ‘장담그기’, ‘간장된장담그기’, ‘고추장담그기’ 등의 키트를 만들어 유럽의 요리학교, 요리사 공방, 요리학원 등에 공급하며 강사를 파견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김치를 담글 수 있는 ‘김치양념블럭’도 공급한다. 제조 공정, 단가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한국 전통 음식문화 수출의 자부심을 지킨다.
최근 1년 동안, 24팀의 셰프들이 장고지인 창평 유천리를 방문해 김장하기 등 발효식품 제조 방법을 배워 갔다. 미슐랭 스타로 인정된 각국 유명 레스토랑 셰프들이 다녀갔다. 12년간 미슐랭 3스타였던 프랑스의 자카리에 파울로트 셰프를 비롯해, 호주의 조쉡 셰프, 영국의 마크 캠슨 셰프, 미국의 조니 스페로 셰프 등이 장고지에서 배우고 항아리에 이름표를 붙여 두고, 발효 상태 확인을 위해 다시 재방문 일정을 예정했다.

장담그기에 참여한 셰프들
장담그기에 참여한 셰프들

◇전통발효학교 열어 K-FOOD저변 확대
유명 셰프들과 협업으로 새로운 음식들이 창조되고 있다. 4년 연속 미슐랭 스타를 받은 호주 출신 조쉡 리저우드 셰프는 양진재 종가 종부와 함께 간장, 고추장, 조청, 참기름으로 카라멜을 만들었다. 미국 뉴욕의 쉐이크쉑버거에서는 양진재종가와 협업 6주년을 기념해 한시 상품으로 진장(5년 숙성)을 사용한 “더 헤리티지 370”이라는 햄버거를 제조해 시판했는데 완판돼 기간 연장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종가는 K-음식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발효 식혜의 대량생산 체제를 마련했으며, 미국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른 요청을 받아들여 담양산 딸기로 만드는 딸기고추장을 개발해 아마존 웹매장에 제공했다.
양진재 종가는 한국전통발효식품의 재창조와 저변확대를 위해 ‘발효학교’를 개교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교육용 키트를 생산 제공하,며 온-오프라인 교육프로그램을 동의과학대와 협력해 완성했다.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K-MOOC에 ‘기순도 명인의 장꽃피는 메타컬리지’라는 강좌도 개설할 예정이다.
스타 셰프들은 한국 전통음식문화를 배운 K-FOOD 홍보대사와 다름없다. 지금 파리와 유럽에는 한식, 특히 한국 전통발효식품 제조법을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공간이 늘고 있고 그 현상의 중심에 교육용 키트를 공급하는 양진재 종가가 역할하고 있다. 한식 요리법을 배운 셰프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브랜드와 더불어 한류문화의 가치와 품격을 널리 알리며, 재창조된 새로운 문화접변 음식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르봉마르쉐백화점 식품관 한국식품코너 / 사진제공 양진재 종가
르봉마르쉐백화점 식품관 한국식품코너 / 사진제공 양진재 종가
김치양념블럭과 그 양념으로 담근 김치 이미지 / 사진제공 양진재 종가
김치양념블럭과 그 양념으로 담근 김치 이미지 / 사진제공 양진재 종가
고추장담그기 키트 / 사진제공 양진재 종가
고추장담그기 키트 / 사진제공 양진재 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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