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종가가 보존한 아름다운 한국전통정원
친환경적 삶의 태도는 기후위기 대안 떠올라
한·프 공동개최 한국정원전시회…세계순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한국정원 전경. 소쇄원 광풍각 재현 정자는 상단에 있음 /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원회 사진제공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한국정원 전경. 소쇄원 광풍각 재현 정자는 상단에 있음 /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원회 사진제공

한국정원이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 각광받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사고방식이 기후위기 대응의 대안으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전남 담양 가사문학면에 있는 소쇄원(명승 제40호, 사적 제304호)은 조선 중기 양산보(1503~1557)가 조성했고 제주양씨 창암종가가 보존했던 것을 정유재란과 일제침탈 때 화재로 소실됐으나 광풍각, 제월당 등이 2동의 건물만 남았지만 연간 1백만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현존하는 한국 민간정원의 전형을 간직했다고 알려져 조선 선비의 아름다운 별서정원으로 손꼽히는 정원이다. 광주전남의 종가들은 소쇄원을 비롯해 강진 백운동정원, 구례 쌍산재, 보성 열화정 등 아름다운 한옥과 정원 풍경 등 전통문화를 보존해 왔다. 종가문화는 산업화·도시화에서 소외됐지만 이제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전통 생활방식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파리에 간 광주·전남 종가 스토리 4회에서는 옮길 수도, 쉽게 모방할 수도 없는 고유한 정원과 한옥생활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어디까지 왔는지 유럽의 동향을 살펴본다.
 

소쇄원도(1755년 목판제작본) / 창암종가 제공
소쇄원도(1755년 목판제작본) / 창암종가 제공

◇ 프랑스의 한국정원 : 순천동산 솔섬정원
프랑스 낭트에 ‘순천동산’이라는 한국정원이 2004년에 조성됐다. 한-프 수교 120년을 기념해 정자·장독대·장승을 설치하고 무궁화·진달래 등을 식재한 1500평 규모의 동산이다. 낭트가 터와 공사를 맡고 순천시가 설계와 조경을 담당해 공동 조성했다. 순천시는 5년후 베르사유궁전양식의 문화관을 포함한 ‘낭트정원’을 순천에 세워 문화교류의 문호를 열었다.
2011년엔 프랑스에서 한국학과를 가장 먼저 개설한 파리7대학에 ‘솔섬정원’이라는 한국정원이 조성됐다. 솔섬정원은 밀가루공장 창고를 리모델링한 파리7대학 본관건물의 햇볕 드는 옥상에 조성했는데 하중을 줄이는 여백미를 살려 고유한 한국적 정서를 담았다. 동양의 우주관을 형상화해 정방형 연못 한가운데 와송 소나무를 심어 하늘 상징의 원형 섬(솔섬)을 만들고 사방을 두른 지붕 처마엔 한글로 윤동주의 서시, 김소월의 초혼을 타공으로 새겼다. 사방 통로의 창은 6폭 병풍처럼 미세식 유리스크린에 창살무늬와 수호신 호랑이 민화를 새겨넣었다. 이 호랑이 그림은 마치 장흥고씨 고경명의 할아버지인 고운(1495~?)의 작품이라는 송하맹호도와 백액대호도를 재연한 듯하고 햇살 밝을 땐 그 그림자가 여백을 채워 시시각각 다른 송하의 백호를 연출하고 있다.

파리의 솔섬정원. 정방형 연못 가운데 소나무 심은 원형 섬 / 한국교육시설학회지 (윤경란 발표자료) 이미지
파리의 솔섬정원. 정방형 연못 가운데 소나무 심은 원형 섬 / 한국교육시설학회지 (윤경란 발표자료) 이미지

◇ 영국 첼시플라워쇼 금상 한국정원
종가가 보존한 한국 전통문화 요소는 2018년 파리에 조성된 한국정원인 서울정원에도 인용됐다. 울산김씨 김인후(1510~1560, 호는 하서)가 아름답게 묘사한 소쇄48영이라는 시와 함께 전승되는 목판 ‘소쇄원도’가 유명하다. 오곡계곡물이 오곡문과 담장 밑으로 흘러들어오는 독특한 의미와 구조가 소쇄원도에 표현돼 있다. 파리의 서울공원에는 시를 새긴 시벽과 함께 오곡문과 담장이 재연됐다.
2023년 5월 영국왕립원예협회가 개최한 첼시플라워쇼에서 한국정원이 최고상 금상을 수상했다. 수상자 황지해 작가는 서울박람회에서 따뜻하고 밝은 세상을 바라는 소쇄원 애양단을 재구성해 일본정신대 피해 할머니의 소망을 담은 정원을 작품화한 이래로 출품마다 수상하며 다시 치유의 산 지리산 모티브의 한국정원이 가치를 드높였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1호 국가정원이 한국정원이다. 순천만의 한국정원 구조는 계곡물이 서민의 ‘소망 정원’에서 ‘군자의 정원’을 거쳐 ‘궁궐의 정원’ 연못으로 흐르는 구조다. 학문하며 사색했던 선비의 공간을 상징하는 군자의 정원에는 소쇄원 광풍각이 재현돼 있다.

광풍각소쇄원 / 창암 종가 제공
광풍각소쇄원 / 창암 종가 제공

◇ 세계순회로 빛나는 ‘한국르네상스’ 정원전시회
프랑스 상원의 요청으로 2022년 설립된 ‘프랑스 케이가든(K-Garden)협회’는 전 세계가 겪는 환경문제의 해법이 한국정원에 있다고 보고 ‘한국 르네상스 전시회’를 2025년부터 개최한다. ‘한국 르네상스 : 풍경에서 몸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한국정원’(한국 르네상스)전시회를 개최하는 케이가든협회는 박정욱씨와 레지스 주비니씨를 공동협회장으로 25년 파리, 26년 한국, 27년 뉴욕 등 세계순회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파리 전시는 25년 5월부터 6개월간 열리며 고조선, 신라, 고려, 조선 시대를 대변하는 5개 정자를 재현한다. MZ세대 정원에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협력으로 영화 아바타처럼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신기술의 체험 공간도 준비한다. 케이가든협회는 정원 조성 준비를 위해 지난 3월 전북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가치 창출 건축기술진 및 목재 재료 공급지원, 학생·연구자 교류, 전통한옥문화 확산 홍보에 협력하기로 했다. 친환경 저탄소 주거환경인 한옥과 한국정원은 이제 인력과 자재 등 다양한 문화산업으로 유럽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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