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뜨거웠던 여름과 높고 푸른 하늘의 가을이 지나고 찾아온 겨울, 그리고 새해의 시작과 함께 어느덧 겨울도 깊어지고 있다. 겨울철에는 운전자들이 다른 계절보다 긴장하며 운전대를 잡게 되는데, 그 이유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도로의 얼어붙은 얼음들, 흔히 블랙아이스라고 하는 도로살얼음 때문이다. 이는 도로 위에 녹았던 눈이나 비가 얇은 빙판으로 얼어붙는 현상으로, 겨울철 야간에는 주간과 비교해서 노면온도 차이가 크게 나는 날에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실례로 2019년 제2영동고속도로 21중 추돌사고, 2019년 12월 상주-영천 고속도로 47중 추돌사고 등 매년 도로살얼음으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도로살얼음은 도로가 투명하게 코팅된 것처럼 보여 운전자들이 상황을 인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다양한 매체에서 항상 서행 운전하라는 경고 안내방송이 많이 나오며, 지자체나 관련 기관에서는 도로 주변이나 터널 입구 등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도로살얼음 주의’ 현수막을 설치해 운전자들에게 무언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

겨울철 결빙 위험 구간을 파악하기 위해 기상청에서는 기상관측차량을 활용해 관측 공백 지역을 찾아다니고 필요한 정보를 생산해 관계기관에 제공함으로써 기상청의 새로운 모델이 되어가고 있다. 기상관측차량은 재난현장 및 위험기상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며, 신속하게 관측을 실시해 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것과 현장에서 브리핑이나 자료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기상관측차량을 통해서는 지상기상관측 자료와 더불어 주요 도로 관측구간의 노면온도 변화패턴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관계기관에서도 이 자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여름, 폭염 시에 노면관측을 할 때 그늘이 있는 구간과 없는 구간의 온도 차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는 걸 확인했고, 겨울철 일반도로와 교량 등에서도 노면온도 차이가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기상청에서는 앞으로 이를 신속하게 분석하여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광주지방기상청에서는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하여 광주광역시, 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의 업무협의를 통해 차량 운행이 많은 지역과 사고다발지역, 교량이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2023년 1월부터 관측을 시작해 자료를 제공했다. 이번 겨울철에도 차량운행이 많은 지역, 교량 위, 고가도로,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진 지역, 터널 입·출구 등 취약 구간에 대한 수요 요청이 있었으며, 이미 관측을 수행한 경로를 제외하고 새로운 경로를 포함하여 관측을 준비할 것이다.

도로결빙 관측은 도로살얼음이 예상되는 날 일출 직전에 관측을 시작하고 일출 후에 관측을 마무리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어려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소중한 관측자료가 더 많은 곳에 쓰여 안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사고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하여 기상관측차량의 이동 관측자료와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의 자료를 분석해 사고가 잦은 지점부터 선행관측을 시작해 관측자료를 생산하고 분석함으로써 도로결빙 위험지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지금 당장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더라도, 관계기관과의 꾸준한 협의를 통해 지역민과 지역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기상관측차량의 관측자료가 공유되고 관계기관들의 안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상관측차량은 계속해서 달릴 것이다. 그리고 운전자들도 도로살얼음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안개가 발생한 날, 눈이나 비가 조금 내린 날에는 도로살얼음 발생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평소보다 속도를 줄여 운행하고,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는 등 운전에 더욱 신경을 쓴다면 모두가 보다 안전하게 이번 겨울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