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겨울산은 하얀 눈이 온 산을 덮어 소리를 감추고, 나무마다 새하얗게 빛나는 눈꽃을 피워 자신의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눈꽃은 차가운 한숨 마디로 마음을 녹일 길을 알린다’라는 시구절처럼, 우리는 눈 덮인 산세로 올라가면서 자연과 조용한 만남을 즐기며 차가운 공기 속 반짝이는 눈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녹아내리는 위안을 선물 받곤 한다. 이처럼 설산의 장관과 고요함, 눈꽃에 매료되어 많은 이들이 겨울산을 찾지만, 눈과 추위, 얼음 등 위험한 요소가 존재하기에 겨울철 산행 전 안전 채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계청의 2021년도 자료에 따르면 26가지 사고유형 중에서 도로교통, 화재 다음으로 등산이 세 번째로 사고 발생 건수가 많았다고 한다. 더구나 겨울이 되면 찬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인한 동상, 저체온증, 골절, 낙상사, 심장돌연사 등 안전사고가 다른 계절보다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등산 시 안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겨울철 낮은 기온과 바람은 몸을 더욱 춥게 느껴지게 하므로 충분한 보온의류가 필요하고, 얼음과 눈으로 미끄러질 수 있기에 아이젠 등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 또한, 쌓인 눈의 빛 반사로 인한 눈을 보호하기 위한 고글과 탈진 방지를 위한 충분한 수분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은 바로 기상정보이다. 산은 고도가 높고 지형이 복잡하기 때문에 날씨가 급격하게 바뀌기도 하고 평지와 날씨 차이도 크게 나타난다. 평지보다 풍속은 3배 정도 강하고, 강수량은 최대 2배 많으며, 고도가 100m 높아질수록 온도는 약 0.65℃씩 떨어진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등산 중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산행을 지원하기 위하여 설악산, 한라산 등 78개의 우리나라 주요 산 정상을 대상으로 체감온도, 풍속, 강수량, 기온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의 대표적 국립공원인 무등산과 월출산에는 조금 더 특별한 ‘맞춤형 산악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산 정상뿐만 아니라 정상으로 가는 탐방로별로 세분하여 무등산은 12개, 월출산은 11개의 주요 지점에 대한 기상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겨울철에 더욱 유용한 ‘체감온도’와 ‘결빙고도’를 1시간 단위로 전달하고 있다. 체감온도는 풍속이 증가할수록 기온이 낮아지는 효과를 반영하고, 결빙고도는 기온이 0도가 되어 얼음이 얼 수 있는 고도를 예측한다. 무등산의 장불재, 서석대, 월출산의 구름다리, 천황봉 등 각 지점의 체감온도가 몇 도인지, 어느 지점에 언제 결빙이 생길 수 있는지 시간대별 정보를 알 수 있어, 적절한 등산코스를 결정하고 필요한 장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무등산과 월출산의 ‘맞춤형 산악기상정보’는 광주지방기상청과 국립공원공단의 누리집에서 제공하므로 등산 전에 미리 참고할 수 있다. 또한, 등산로 입구, 쉼터 등 탐방로 곳곳에 산악기상정보 QR코드 팻말이 있어, 등산객들은 등산 중 언제든지 날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무등산국립공원에서는 카카오톡을 통한 챗봇 서비스를 개설하였는데, 탐방 프로그램, 탐방로 통제 정보 등과 더불어 맞춤형 산악기상정보를 제공하여 누구든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산은 찾아오는 이 누구도 마다하지 않는 너그러움을 지니고 있으며, 가장 높은 곳에 이르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산은 다양한 날씨 속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과 만만치 않은 길을 내어주기도 한다. 올겨울 기상청의 맞춤형 산악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해 겨울산에서 느낄 수 있는 감상을 한껏 느끼며 안전하게 산행을 즐기기를 기대한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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