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우리나라는 중위도 온대성 기후대에 위치해 사계절이 뚜렷하다. 봄과 가을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고 건조하며, 여름은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그리고 겨울은 한랭건조한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춥고 건조한 날씨를 보인다. 최근 지구온난화 때문에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계절별로 기후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상청에서는 이러한 계절별 특성에 따라 계절을 대표하는 동물, 식물, 기상현상에 대해 관측하고 기록하는데, 이를 계절관측이라 한다.

계절관측은 1904년 부산과 인천, 목포에서 서리·얼음·눈 등이 나타난 날짜를 관측한 것에서부터 시작해 차츰 지역과 요소를 늘려, 현재는 전국의 유인 기상관측소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군락단지, 해수욕장, 단풍 유명산 등 지정된 장소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자료의 기후학적, 통계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정된 관측장소에서 관측하는 것이 기준이 되며, 식물의 경우 각 지역 기상청 또는 군락지에 있는 여러 나무 중에서 수령을 고려해 지정한 나무를 표준목으로 삼아 같은 기준에서 관측하고 있다. 따라서 눈, 서리, 얼음 등의 현상이 지정된 곳이 아닌 그 주위나 부근에 발생했다면, 장소를 명시하고 기록하되 일관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누년 통계에서는 제외한다.

다가오는 11월 8일은 입동(立冬)이다. 입동은 겨울이 들어서는 시기로 이때부터는 겨울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다면 겨울에는 어떤 기상 현상들이 관측될까? 해의 길이가 짧아지고 온도가 점점 낮아지는 겨울에는 서리, 얼음, 관설, 강하천의 결빙, 눈이 주로 관측된다. 먼저 서리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지상의 물체 표면에 얼어붙은 것으로, 관측장소에 서리가 발생하는 날을 매일 기록해두었다가 그 중 첫날과 마지막 날을 관측한다. 얼음은 관측장소에 설치한 소형증발계에 담긴 물이 처음으로 결빙한 날을 첫 얼음으로 관측하고, 마지막으로 결빙된 날을 마지막 얼음으로 기록한다. 광주는 평년값을 기준으로 서리와 얼음 모두 주로 11월 상순에서 다음 해 4월 상순까지 발생한다. 다음으로 관설은 기상청을 중심으로 관측자의 시야 내에 있는 관측 목표에 눈이 덮인 것을 말한다. 광주의 경우 광주지방기상청 관측장소에서 바라본 무등산에 눈이 쌓였는지를 관측하며, 대체로 11월 하순에서 다음 해 3월 중순까지 관측된다.

그리고 강하천 결빙은 얼음으로 수면이 완전히 덮여 수면을 볼 수 없는 상태를, 해빙은 결빙되었던 수면이 어느 일부분이라도 녹아 노출되는 경우를 말한다. 최초 결빙일과 최종 해빙일을 기록하며, 결빙 시작일과 마지막 해빙일 사이에 몇 번의 결빙과 해빙이 있더라도 일자를 매일 기록해 놓았다가 그 중 최종일을 마지막 해빙일로 정한다. 결빙은 다음 해 1월 상순에서 2월 중순까지 관측된다. 마지막으로 겨울철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눈은 얼마만큼 쌓였는지 뿐만 아니라 첫 눈 발생일과 마지막 눈 발생일 또한 관측한다. 그런데 종종 눈이 내렸지만 공식적인 첫 눈 발표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상청이 지정한 관측장소에서 관측된 눈이 첫 눈으로 기록되는데, 눈이 관측장소에는 내리지 않고 다른 곳에 내렸기 때문이다. 광주의 경우는 광주지방기상청이 관측장소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광주지방기상청에서 관측자가 직접 목격한 경우에만 공식적인 첫 눈으로 기록된다.

계절관측은 관측자가 눈으로 보고 판단한다. 따라서 관측자는 더욱 신뢰성 있고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계절별 관측요소와 요소별 평년값 및 극값을 참고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관측에 임하고 있다. 이렇게 관측된 계절관측 정보는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통해 제공되어, 누구나 계절관측을 검색하면 요소별, 지역별로 확인할 수 있다. 계절관측 정보는 농사의 각 시기나 관광지를 찾을 날짜 등을 정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그뿐만 아니라 기후위기가 한 발짝 다가오고 있는 요즘 오랜 기간 일정한 장소에서 축적된 자료는 전국의 기후변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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