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10월의 초입, 열기로 가득했던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는 선선한 공기가 채워지고, 맑고 파란 하늘은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이맘때면 뉴스에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자 나들이를 떠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는 소식과 함께, 가을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 소식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안개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지표 가까이에 작은 물방울들이 떠 있는 현상으로, 수평 시정이 1㎞ 미만인 경우를 안개라고 한다. 일교차가 심한 봄과 가을철에 많이 나타나며, 가을철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날씨가 맑고 바람이 약하게 불어 대기가 안정화될 때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 가을철에 주로 발생하는 안개는 복사안개와 증기안개이다. 복사안개는 지표면의 복사냉각에 의하여 지표에 접하는 공기가 냉각되어 생기는 안개로, 봄과 가을철 내륙에서 발생빈도가 높다. 반면, 증발안개는 찬 공기가 따뜻한 수면 위를 이동할 때 급격한 증발로 인해 포화되어 발생하는 안개를 말한다.

가을 안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만들어낸다. 물안개가 낀 호수나 산은 운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고요한 낭만을 안겨주어 사진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기도 한다. 또한, 가을 안개는 농사철 수확에도 도움을 주는데, 벼가 익을 때 안개가 끼면 그날은 날씨가 맑고 일조량이 많아 벼를 잘 익게 하여 ‘가을 안개에 풍년 든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처럼 가을 안개는 멋진 풍경과 풍성한 수확물을 선사하지만, 교통안전의 측면에서는 차량 운전자나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요소로 작용한다.

안개는 특정 기상이나 환경적인 조건에 따라 지역마다 발생빈도가 다른데, 대기 중에 수증기량이 많을수록 안개는 더 짙어진다. 서해안처럼 바다나 강, 호수 주변에서 안개가 더욱 짙은 이유다. 안개가 발생하면 가시거리가 1㎞ 미만으로 짧아져 전방 시야 확보가 어려워져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아진다.

도로교통공단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월별 기상상태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안개가 많이 끼는 11월(257건), 10월(189건) 순으로 교통사고가 많았으며 안개 발생 시 교통사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8.8명으로 맑은 날(1.6명) 대비 5.5배 높게 나타났다. 안개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고로는 2006년 10월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와 2015년 10월 영종도 106중 추돌사고가 있다. 두 사고의 공통점은 ‘서해안’에서 ‘10월’에 ‘안개’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2015년 영종도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에서는 ‘안개상습구간, 도로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을 사고 위험지역으로 지정하여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안개가 자주 나타나는 가을철에는 차량 운행에 앞서 일기예보와 교통상황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또한, 안개 지역에서는 기준 속도의 50%로 차간 거리를 넓혀 감속 운전을 하는 것이 좋으며, 안개등과 비상등도 유용하다. 안개등은 전조등보다 아래에 달려있어서 보다 가까운 곳을 비추고 투과성이 높아 운전자 본인과 상대 차량의 운전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며, 비상등은 다른 운전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다.

기상청에서는 안개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31개 주요 고속도로에 기상관측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에 다음 날 안개가 예상될 때 지역, 가시거리, 지속시간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정보들은 131 기상콜센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올 7월부터는 도로 안개 위험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기상위성을 이용한 안개 원격탐측기술과 시정계를 이용한 가시거리 측정기술, CCTV 영상을 활용한 인공지능 안개탐지기술 등이 사용되어 자료의 정확성과 예측성을 높였다. 가을의 정취를 찾아 이동이 많아지는 가을철, 기상청의 안개 정보 서비스와 함께 안전하고 풍성한 가을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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