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

최근 반려동물만큼이나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공기정화는 물론 인테리어 기능과 정서적 안정감까지 얻을 수 있어 반려식물 병원, 반려식물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추진하는 지자체까지 등장했다. 건강한 반려식물을 위해서는 적정량의 햇빛과 물, 바람이 필요하다. 식물의 생장을 돕는 선물 같은 햇빛과 바람은 기후위기 극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바로 햇빛, 바람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를 통해서인데, 기후변화의 심화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향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집중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7년까지 전 세계의 신재생에너지 용량이 2천400GW(기가와트)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1년 추정한 전망치보다 30% 높은 수치로,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문제를 겪은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것이며,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7년까지 28GW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또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 중 21.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급속한 재생에너지의 확산은 전력망의 불안정을 가속하며, 출력제어 한계에 도달하면 블랙아웃이라 일컫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과 바람에 의존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만큼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고 간헐성을 지닌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생에너지는 날씨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하기에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전력수요에 맞는 공급량 예측과 발전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에너지 저장장치가 있으나,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화재 위험성이 있어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상청은 1904년 근대기상업무를 시작한 이래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방재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국민 생활 중심의 정보로, 에너지 분야의 정책이나 현장에 활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덥고 습한 여름철, 대설이 내리고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철에는 냉·난방에 따른 전력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하나 역설적으로 이 시기에 재생에너지의 발전효율은 떨어진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안정적인 운영과 정확한 전력수요 예측을 위해서는 일사, 구름, 기온, 적설, 바람 등 신뢰도 있는 기상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발전단지별 기상관측 자료가 부족하며 시·공간적인 변수도 존재하는 등 불확실성이 크기에, 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상정보는 기상청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기상청에서는 태양광발전 의사결정을 지원하고자 시·군 단위의 오늘과 내일의 일사량, 발전량 예측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사 관측은 1964년 수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53개소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세계기상기구에서 권고하는 관측 해상도 25㎞보다는 낮은 실정이다. 일사 관측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법과 천리안위성 2A호를 활용하여 실시간 일사분포 정보를 기상자료개방포털,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기상서비스 지원에 필요한 기준, 방향과 기상예측정보 기술사항 마련을 위한 연구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햇빛은 태양계의 유일한 별이자 에너지 근원인 태양에서 온다. 태양의 핵융합이 약 79억 3천100만 년간 가능하다고 하니,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에너지 분야에서 기상서비스는 걸음마 단계이다. 재생에너지가 미래를 살아갈 우리에게 소중한 반려식물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기상청은 햇빛과 바람에너지에 귀 기울이며 기상청의 내일을 디자인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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