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동화작가)

 

이성자 동화작가

지난 1월1일 아침이었다. 코로나19 후유증 때문에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을 입안에 털어 넣으며 앞으로 열심히 운동해서 면역력을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새해가 되면 매번 하는 다짐이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작심삼일이 되지 않게 하리라 굳게 결심한 터였다. 그 결심을 잊지 않으려고 컴퓨터 옆에, 식탁 유리 밑에, 화장대 곁에 검은 매직으로 크게 ‘매일 5천보이상 걷기’라고 써서 붙여놓았다. 만일 ‘내’가 깜박 잊어버리더라도 나의 ‘뇌’가 기억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결심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운동 시간을 정해야 하는데, 이리저리 맞춰 봐도 자신이 없었다. 결국 아침을 일찍 먹고 오전에 한 시간을 빼내기로 하고 실천에 들어갔다. 하루 이틀 사흘,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나의 뇌가 오늘까지 처리할 바쁜 원고가 있다고 전한다. 원고청탁을 제일 우선으로 하는 뇌의 습관회로 때문에 나는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뇌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직해서 한 번 고집을 피우면 내 의지로 당해낼 도리가 없다. 매번 마감 날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원고를 처리하는 스스로를 다그치며, 한 밤중에 나가서 걷기를 했다.

솔직히 자고 나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제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매 순간 신속한 결정을 해야 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급한 일을 우선 처리하기 위해서 새해 아침 나와의 약속을 오늘만, 오늘만 하면서 미루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새해 첫날의 작심이 날마다 습관이 되어 ‘뇌’가 기억하고 ‘신경회로’가 활성화되어 계획한 운동을 그만두지 못하게 나를 기어코 밖으로 나가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그러니까 작심삼일을 앞으로 365일까지 버티게 할 방법을 찾는 일이다.

일본의 뇌과학 전문가인 이시우라 쇼이치 박사는 뇌 구조를 바꾸는 일은 30일간의 지속적인 반복, 즉 “‘작심삼십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뇌에 변화가 일어나려면 일정기간 의식적으로 반복된 행동을 해야 무의식에 입력돼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행동할 수 있다고 한다. 뇌세포들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이 물질은 신경세포 사이를 돌아다니는데, 같은 길을 여러 번 반복해서 다니면 뇌에 ‘기억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운동할 시간이 되면 자연스레 뇌가 알려주는 시스템인 것이다.

내일이 1월 29일이니, 새해에 계획한 결심을 변함없이 실행하고 있는 사람은 내일까지만 잘 버티면 ‘작심삼십일’이 된다. 기특하게 나도 잘 지키고 있으니, 앞으로 어려움 없이 대망의 작심 365일까지 가는 길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 성공의 비결은 주변 끌어들이기 작전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함께해주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위가 나빠서 고생하던 그녀는 오래전부터 매일 아침 운동을 실천하고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날마다 그녀가 함께 해주었기에 힘든 삼십일을 견딜 수 있었다.

대부분 운동, 담배 끊기, 다이어트, 글쓰기, 영어 공부 등 자신이 원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해보자. 어떤 이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귀찮고 신경 쓰인다며 고개를 흔든다. 그러나 ‘혼자’보다는 ‘같이’가 더 아름답지 않을까. 스스로 의지가 약하다고 변명하거나 핑계 대지 말고, 성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주변에 소문내고 함께 할수록 계속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누군가 함께 있어야 안심이 되고 즐겁지 않던가.

새해 아침의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버렸다면 다가오는 우리 고유의 설날 아침에 새롭게 계획을 세우면 될 일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음력설을 더 크게 생각하셨으니, 양력이나 음력이나 새해 아침은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아니면 바로 오늘부터 시작해도 될 일이다. 그리하여 모든 이들이 2024년 청룡의 해에는 계획했던 대로 ‘작심 365일 작전’에 성공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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