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훈(더강한시민사회연구소장)

 

서정훈 더강한시민사회연구소장

지금 우리는 공동체의 운명을 가를 엄중한 시기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 국제 패권질서와 자원경제전쟁으로 지구촌 곳곳에 불안정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우리 사정은 어떠한가. 지역소멸 위기, 기록적인 저출산 고령화, 불투명해지는 경제전망 등으로 새해가 바뀌어도 결코 희망적이지가 않다. 나라 안팎의 사정이 순탄치가 않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상황에서 기성 가치와 관계망이 급속도로 해체되는 현실은 적응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정체성의 혼란과 가중에서 오는 고통은 국민 각자에게 힘들게 다가오는 요인이다.

이러한 변화를 전환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세상이 변해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변화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쉽게 예단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변화의 폭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대전환이 일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해일처럼 밀려드는 대전환기의 시기에 대응은 어떠한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 공동체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중대한 시기에 살고 있다. 그러나 시대적 전환이라 할 만큼 대변화의 시기에 국가의 전략, 국민적 실천이 보이지 않는다. 한사코 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그 위기를 더욱 과장하고자 하는 언사가 아니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있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당장 느끼는 고통과 불행은 이러한 불일치한 시대적 괴리에서 온다. 그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오늘날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복합 위기를 헤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대비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 첫걸음은 미래사회의 의제를 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것부터 필요로 한다. 국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위기를 위기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는 구성원이 함께 과제로 여기고 자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자각할 수 있는 시간적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책임도 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적 위기 극복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고 이를 확대해 갈 수 있는 국민적 실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낡은 진보·보수의 울타리에 갇혀있는 대한민국, 퇴행적인 진영 논리의 수렁을 벗어나라. 왜곡되고 있는 현재의 민주주의를 혁신하고 새로운 국가를 위한 사회정치 혁신 주체의 연대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국가적 위기 앞에 국민의 미래 운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통합적 위기극복 메뉴얼을 가동해야 할 때인데, 무슨 의도로 국론을 모을 생각은 하지 않고 갈라치기만 하는 ‘뺄셈 정치’를 하고 있는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제발 정부는 정치 권력에 의한 일방적이고 무한 독주형태의 국가운영 틀을 과감히 혁신하라. 기후, 인구, 지역, 그리고 사회경제의 위기 앞에 과연 민간의 역할과 힘을 알기나 한지 의심할 지경이다. 국민의 참여와 역할이 얼마나 중대한지 통찰해 보기는 한 것인가. 정부의 힘만으로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지 엄중하게 판단해 보라.

시대를 건너뛰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국가적 비전과 국민적 합의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국가적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를 실천할 국민적 확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차일피일 미뤄 놓은 시민사회의 성찰과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새로운 비전 말이다.

필자는 이것의 핵심 열쇠는 국가 거버넌스 전략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대한민국,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내로남불과 상대의 악마화, 이제 그 가면을 벗겨내자. 갈등과 분열, 낙담과 절망을 걷어치우고 우리 공동체의 상생과 사회적 합의 기반을 넓히기 위한 협치(協治)라는 ‘다른 길’을 개척하자. 이러한 선택만이 전환기 복합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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