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치닫는 민주당 공천 파동
공천심사 기준 제각각…불신 자초
‘친명횡재 비명횡사’ 의혹 확산
공천 결과 놓고 ‘오락가락’행보도

구체적 설명 없어…논란만 가중
‘민주당 공천=당선’ 지역 특성상
선거때마다 잘못된 행태 반복 지적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10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광주·전남지역 후보 공천이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시스템 공천’을 자부해온 민주당의 공천 심사가 편파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면서다. 민주당의 원칙 없는 공천 결과에 예비후보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당내 친명계(친이재명)와 비명계(비이재명) 간 공천 갈등의 수위가 고조되면서 당의 심장부인 광주·전남에서도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컷오프(공천배제)·재심신청·인용·최종 탈락 등이 반복되면서 갈팡질팡 혼란을 더하고 있다.

◇“공천 심사 편파적”

3일 현재 민주당은 광주 8개·전남 10개 등 18개 모든 선거구의 경선 대진표를 완성했다. 특히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미뤄졌던 전남 지역구 공천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하지만 광주·전남 후보 공천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친명횡재 비명횡사’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공천 심사가 편파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최근 민주당 경선 후보 발표 전 광주 서구갑 현역인 송갑석 의원이 배제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돌았다. 또 송 의원이 현역 평가 하위 20%에 포함되면서 대표적 비명계 현역 의원을 의도적으로 찍어내려 한다는 의혹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송 의원은 본인 득표율 20% 감점에다, 상대 후보의 신인 가점 10% 적용까지 총 30%의 페널티를 안고 경선에 참여하게 됐다.

반면 대표적 친명계로 꼽히는 광주 광산을 민형배 의원의 선거구에서는 경선 대진표가 뒤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당초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민 의원과 예비후보 3명 중 경쟁력이 가장 약한 정재혁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2인 경선을 발표했다.

공천배제 된 김성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과 최치현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강력히 반발하며 삭발 후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재심위가 재심을 받아들였다. 결국 민 의원, 김 전 대변인, 정 전 행정관 3인 경선을 치렀고 민 의원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은 실제로는 ‘이재명 호위무사’를 국회에 입성시키려는 사천(私薦)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를 반박하는 당 지도부의 구체적인 설명도 없어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고무줄’ 공천 비판

민주당의 갈지자 행보는 전남의 공천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남 담양·장성·함평·영광에서는 당 3역 중 하나인 정책위 의장인 3선의 이개호 의원을 단수 공천하려다 “황제·밀실·셀프 공천”이라는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재심위가 박노원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지난달 29일 3인 경선으로 변경했으나 이틀 만에 다시 단수 공천으로 번복했다.

재심위는 이 의장의 경우 다른 예비후보들과 경쟁력 격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단수 공천을 취소하고 3인 경선으로 바꿨으나, 최고위가 이를 뒤집고 단수 공천을 확정하면서 원점으로 회귀했다. 이와 관련 이 전 군수는 4일 전남도의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전남 목포에서는 문용진 예비후보를 추가한 3인 경선이 재심위를 통과했으나, 결국 김원이·배종호 2인 경선으로 치러지게 됐다.

광주 서구갑에서도 컷오프된 박혜자 의원이 재심을 신청해 별다른 설명 없이 인용되면서 경선 후보에 포함됐으나, 이틀 만에 최고위원회가 기각하면서 없던 일이 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경선 탈락자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여 후유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 동남갑과 동남을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던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성환 전 동구청장이 컷오프 되면서 반발이 일었다. 이들의 탈당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현역인 서동용 의원은 권향엽 예비후보 단수 공천 결정에 재심을 청구했다. 경선에서 탈락한 이병훈(광주 동남을) 의원도 경선 결과 무효화를 요구하고 있다.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서 컷오프된 신성식·서갑원 예비후보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호남민심 회초리 들어야”

무엇보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왜곡된 지역 정치환경이 역대 선거 때마다 민주당의 잘못된 정치 행태를 반복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이 앞장서 뼈아픈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송모(38)씨는 “유권자들은 소중하고 매서운 한 표 한 표로 정치권을 일깨워야 할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덜 나쁜 정치를 가꿔나가려면 정치적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정당과 정치인부터 솎아낼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포에 거주하는 유권자 최모(57·여) 씨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식의 인식이 민주당을 저 지경으로 만들고 있다”며 “유권자들이 쏟아주는 애정에 걸맞은 책임 의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과거에도 이런 식의 모습을 보인 적이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공천 부작용을 유독 심하게 겪는 것 같다”며 “당 지도부가 공천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을 설명하고 잘못된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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