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민(법률사무소 같이 대표변호사)

 

송진민 법률사무소 같이 대표변호사

대한민국의 주거 형태를 한 단어로 표현해 보자면, ‘공동주택’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가구 중 아파트 거주 비율은 51.9%로, 대한민국 국민 중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서 모여 살고 있다. 이에 더해 통상적으로 ‘빌라’라고 부르는 다세대주택에 사는 가구 비율은 9.3%, 연립주택에 사는 가구 비율은 2.1%에 이른다. 결국 수치상으로 보자면 대한민국 사람 중 63.3%가 이웃과 벽을 사이에 두고 공동주택에 모여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공동주택에 모여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 중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역시 ‘층간소음’이다. 층간소음은 아파트, 빌라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층을 맞대고 있는 가구들 사이의 소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일컫는다. 공동주택의 경우 구조상 윗집과 아랫집이 바닥과 천장을 공유하고, 옆집과 벽체 일부를 공유하게 되므로, 천장 또는 벽체가 맞닿아 있는 집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이웃 사이의 분쟁이 자주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층간소음은 단순히 ‘예민함’ 또는 ‘배려’의 문제로 여겨져 왔다. 조금 시끄러워도 참는 것이 답이라거나, 서로 배려하여 해결할 문제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이다. 그런데 층간소음에 시달리다가 홧김에 불을 지르거나, 층간소음을 이유로 이웃과 다투다가 칼부림이 벌어지는 사건 등 강력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층간소음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면, 층간소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별개로, 층간소음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신축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준공 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이 구축 공동주택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책만으로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당한 경우 현행 제도상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요원하다. 법률적으로는 층간소음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간헐적·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층간소음의 특성상 고의성, 피해의 정도 등을 입증하기가 매우 곤란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층간소음 해결책으로 ‘보복 소음’을 추천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말 그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정도에 따라 보복 소음을 발생시킨 사람이 오히려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빌라에 살던 A씨는 윗집의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던 중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구를 이용해 여러 차례 벽이나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A씨는 층간소음과 기타 주변의 생활 소음에 불만을 표시하며 수개월에 걸쳐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반복하여 도구로 벽을 치거나 음향기기를 트는 행위를 하였는데, 그로 인해 A씨 주변 이웃들이 이사를 가기도 했다.

A씨의 ‘보복 소음’을 견디다 못한 이웃 주민들은 경찰을 불러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하였으나, A씨는 대화를 거부하고 경찰을 부른 이웃 주민을 스토킹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개월간 반복된 A씨의 ‘보복 소음’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A씨를 스토킹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 역시 A씨의 행위가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도10313 판결).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보복 소음’이 층간소음의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사적 제재가 허용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판례이기도 하다. 물론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을 고려하더라도, 층간소음에 항의하고 하는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천장을 두드리는 정도의 행위를 한 경우까지 처벌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층간소음에 분노해 윗집에 똑같은 방법으로 보복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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