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민(법무법인 맥 변호사)

 

송진민 법무법인 맥 변호사

김 씨는 전남 해남에서 대를 이어 농사를 지어온 농사꾼이다. 김 씨가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은 김 씨의 아버지가 물려 준 땅으로, 김 씨의 아버지는 1960년경부터 위 땅에서 농사를 지어왔다. 김 씨와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주했지만, 김 씨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고향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 김 씨에게 골칫거리가 생겼다. 느닷없이 송사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김 씨가 송사에 휘말리게 된 배경은 이렇다. 최근 김 씨가 경작하고 있는 토지 인근에 큰 도로가 개설되었고, 그로 인해 개설된 도로 인근 토지들의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박 씨로부터 내용증명을 받게 되었는데, 내용인즉슨 ‘김 씨가 자신 소유 땅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으니, 이른 시일 내에 자신에게 땅을 반환해달라’는 것이다.

처음 내용증명을 받은 김 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씨로부터 같은 내용의 소장을 받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등기부등본을 떼 본 김 씨는 크게 당황했다. 박 씨의 주장대로 김 씨가 경작해온 땅의 소유주가 다른 사람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 씨의 아버지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1960년경에도 위 땅은 박 씨의 아버지 소유였으며, 현재는 박 씨가 위 땅을 상속받아 소유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김 씨는 박 씨에게 땅을 돌려주어야 할까?

김 씨와 박 씨의 분쟁에 관한 이야기는 민법의 ‘취득시효’에 관한 것이다. 민법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사람이 등기를 하는 경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민법 제245조 제1항), 이를 ‘취득시효’라고 한다.

위 사례를 살펴보면 김 씨의 아버지는 1960년경부터 위 땅을 점유하며 경작해왔던 것으로 보이고, 김 씨가 아버지로부터 위 땅을 물려받아 계속 점유하였으면 아버지의 점유기간 역시 김 씨가 점유해 온 것처럼 주장할 수 있으므로, 김 씨는 박 씨에게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취득시효 제도는 실제 부동산 거래의 관행을 고려하여 증명 곤란을 구제하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과거에는 부동산 등기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두만으로 토지를 거래하는 경우가 많았고, 오래전 대금을 지불하고 토지를 매수했으나 시간이 오래되어 입증이 곤란한 경우 등을 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얘기다.

반면, 오랜 기간 점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 토지 소유권자의 처지에서 보면 자신의 땅을 타인이 맘대로 점유해놓고, 오랜 기간 점유했다는 이유로 소유자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취득시효 제도는 관점에 따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측면도 가지고 있어, 매우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 취득시효 완성을 위해 법에서 요구하는 점유기간 동안 점유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거나, 취득시효 완성 후 소유권자의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이 그것이다.

실무에서 취득시효가 문제 되는 경우는 매우 빈번하고, 특히 농·어촌, 도서 지역이 많은 광주·전남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취득시효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농·어촌과 같은 시골의 경우, 집들의 경계가 불분명해 담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토지를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내 땅이라고 생각하고 경작해온 땅이 남의 소유였던 경우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취득시효가 문제 되는 경우 토지의 소유권자는 자신의 소유권을 부당하게 뺏긴다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단순 법적 분쟁에 그치지 않고 이웃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처럼 취득시효로 인한 분쟁이 빈번한 만큼 오래전 소유권을 취득한 후 수시로 관리하지 않은 부동산을 소유 중이라면 부동산의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고, 만약 등기부등본이나 소유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오랜 기간 부동산을 점유 중이라면, 소유관계와 점유상태를 확인한 후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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