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민(법무법인 맥 변호사)
다사다난했던 계묘년(癸卯年)이 지나가고, 어느덧 갑진년(甲辰年)이 찾아왔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얼굴을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내년 계획을 구상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연말연시는 자영업자들에게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2023년 한 해 동안 경기가 좋지 않았던 만큼, 많은 자영업자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기대하며 연말을 준비했을 것이고, 늘어난 손님들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자영업자들도 있을 것이다.
반면 대목에 오히려 큰 곤욕을 겪은 자영업자들도 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매장을 방문해 성인인 척하며 술을 마신 미성년자들 때문에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었다는 자영업자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A씨의 주장은 이렇다. A씨는 크리스마스 연휴 저녁에 가게를 방문한 여자 손님 2명에게 음식과 주류 등을 판매했다. 두 손님은 온라인으로 예약 후 방문한 손님들이었는데, 외모가 성인처럼 보였을 뿐 아니라 많은 손님으로 인해 너무 바빴던 나머지 미처 신분증 검사를 하지 못하고 주류를 판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손님들이 주문한 술과 음식이 약 15만 원에 이를 정도여서, 미성년자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는 게 A씨의 입장이었다. 이후 A씨는 위 손님들의 부모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A씨에게 전화를 건 부모들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며 A씨에 폭언을 하고, 이후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고 한다.
A씨는 이러한 사연을 전하며 “청소년에게 술을 제공한 것은 잘못이지만, 영업정지 처분과 과징금으로 인해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왜 술을 판매한 판매자만 처벌하고, 구매자인 청소년이나 청소년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라고 주장했다.
A씨와 같은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매주 A씨와 비슷한 사연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면 A씨처럼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가장 먼저 문제 되는 것은 형사처벌이다. 청소년 보호법의 규정에 따르면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류 등 청소년 유해 약물 등을 판매하여서는 안 되고(청소년 보호법 제28조 제1항, 제2조 4호 가목),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같은 법 제58조 3호).
다음으로 문제 되는 것은 영업정지 등 제재적 행정처분이다. 식품위생법의 규정에 따르면 식품 접객영업자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고(식품위생법 제44조 제2항 4호), 이를 위반하면 적발 횟수에 따라 영업정지 또는 영업허가 취소 등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같은 법 제75조 제1항 13호).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술을 판매했다면 처벌을 받는 것이 응당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하여 술을 판매하게 된 경우처럼 억울한 사연이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영업자에게 부과된 제재적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행정소송법 제23조)를 신청하는 것이다. 행정처분의 경우 취소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처분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행정소송법 제23조 제1항), 추후 행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이미 영업정지 기간이 지나버리거나, 영업정지 동안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행정지신청을 통해 일단 영업정지 처분의 집행을 멈추고, 즉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
만약 고소·고발로 인해 형사입건된 경우에는, 미성년자가 속임수를 썼다는 등의 사정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실제로도 미성년자가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제시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식당 종업원을 속인 사건에서 종종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