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 가보니
진료·검사 차질에 환자들 ‘오픈런’
수술·입원환자 줄고 외래환자 급증
의료진은 과부하…간병인도 ‘울상’
병동 통폐합에 주변 상인까지 피해

 

의대 교수들이 지난 25일부터 사직서 제출에 나서면서 진료 차질을 우려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27일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초조하게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온 전국 의대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 제출에 나선지 사흘째인 27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은 진료·검사를 받기 위한 환자들로 붐볐다.

오전 이른 시간임에도 휠체어를 타고 온 외래환자부터 지팡이를 짚고 온 어르신, 아픈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온 젊은 부부 등 수많은 시민들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전공의 이탈에 이어 전임의 등도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일부 검사실에는 20명 이상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진료 순서가 표시되는 모니터를 보며 자신의 순번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 몇몇은 가족들과 통화하며 검사가 미뤄질까 걱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간호사는 “외래환자들이 많이 몰려 진료·검사 대기시간은 길어지니 불만을 표현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졌다. 이들을 달래다보니 피로가 쌓인다”며 “하루빨리 의료체계가 다시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온 어르신들의 자녀로 추정되는 보호자들 중 일부는 검사 순번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일부는 다른 환자와 상담중인 간호사에게 빠른 접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외래환자가 붐비는 가운데 입원환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의사단체와 정부 간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전남대학교병원이 병동을 폐쇄하거나 통폐합했기 때문이다. 전남대병원은 지난 21일 기준 재활의학과와 비뇨기과·성형외과·정형외과 등 4개 병동을 운영 중단하고 폐쇄했다.

동맥경화검사실 앞에서 만난 한 간병인 A씨는 “최근 의사단체 파업으로 병동을 폐쇄함에 따라 기존 입원환자의 퇴원과 신규 수술·입원환자의 감소로 간병인들은 생활이 어려워졌다”며 “저의 경우 다행히 간병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다른 간병인들은 일이 없어 한숨만 늘고 있다. 하루빨리 대화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진료와 검사에 대기시간이 늘면서 진료를 포기하고 약만 처방 받아가는 환자와 보호자들도 있었다.

광주 남구 월산동에서 병원을 찾은 80대 환자의 보호자는 “우리 영감이 몸이 안 좋아 휠체어에 간신히 태워 진료를 받으러 왔다”며 “최대한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도 외래환자가 너무 많다보니 진료 대신 약만 타가려고 한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진료도 못 받으니 서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날 오전 11시께 찾은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은 전남대병원과 상황이 정반대였다.

일부 진료실과 검사실 앞에는 외래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대체로 한산했다.

광주 북구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온 50대 남성 김모씨는 “전공의 파업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행렬에 동참한다고 해 진료받는데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환자가 많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기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입원환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선대병원도 성형외과와 비뇨기과·순환기내과·류마티스내과·감염내과 등 환자 입원병동인 52병동과 53병동·62병동·72병동을 다른 병동과 통폐합했다.

광주지역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 병동을 통폐합하면서 주변 영세 상인들에게까지 피해가 번지고 있다.

조선대병원 내 식당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후 매출을 회복하는 듯 했으나 이번 의료대란으로 인해 매출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또 다시 악몽이 재현되고 있어 많이 힘들다”며 “점심시간엔 외래손님이 종종 있어 겨우 버티고 있다.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입원환자 60~70%가 퇴원하다보니 문병객이 없어 저녁 식사시간엔 절간이 따로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그는 “현재 정규직원 3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직원들 급여 만큼의 매출도 나오지 않아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일반 식당의 3배에 달하는 임대료까지 감당해야해 너무 버겁다. 최악의 상황에서 폐업도 고려하고 있는데 고래싸움에 왜 새우등이 터져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전공의가 떠난 의료현장 일선을 지켜온 전남대·조선대 의대 교수 중 전남대 50명, 조선대 33명 등 80여 명이 전날까지 비대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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