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어촌 공보의 차출 ‘논란’
3월에만 45명…전국 최다 파견
순회진료 불구 주민 불안감 여전
복무만료 앞둔 63명 공백 불가피

 

의료 공백에 따른 진료 차질을 막기 위해 정부가 농어촌 공보의를 차출하면서 전남 지역민들의 피해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공보의 차출로 인한 휴진 안내문이 게시된 전남 나주시 왕곡면 보건지소 입구.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의료 공백에 따른 진료 차질을 막기 위해 정부가 농어촌 공보의를 차출하면서 전남 지역민들의 피해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공보의 차출로 인한 휴진 안내문이 게시된 전남 나주시 왕곡면 보건지소 입구.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촉발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한달 넘게 장기화되면서 의료 공백 여파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정부가 농어촌 지역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을 차출해 가면서 그 여파가 애먼 농어촌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의료취약지’로 꼽히는 전남의 경우 공보의에게 진료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 섞인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보의 23명 차출론 역부족…추가 22명 파견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인해 3차 상급종합병원을 지키고 있는 전국의 의료 인력들의 피로도가 극에 다다르면서 정부는 이달 들어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꾸고자 공보의와 군의관을 의료 현장에 투입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증·응급 환자의 수술과 진료 지연 등을 이유로 지난 13일부터 전국의 병원 20곳에 공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 등 총 158명이 현장에 투입됐으며, 이날부터 4주간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전남 지역에서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7명, 서울 아산병원 7명, 화순전남대병원 6명, 전남대병원 1명, 충북대병원 1명,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1명까지 총 23명이 차출됐다.

그러나 1차 공보의 파견에도 불구하고 인력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정부의 판단은 지난 25일 공보의 추가 파견으로 이어졌다.

2차의 파견의 경우 최근 보건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파견지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상당수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전남에서 차출된 공보의들은 도내 보건소에서 10명,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던 3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는 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피해

공보의 파견을 통해 다소 잠잠해질 줄 알았던 의료 공백의 영향은 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의대 교수들마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힘을 보탰고, 의대생들도 동맹 휴학에 돌입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응급·중증환자’를 취급하는 도심 대학병원으로 최우선적으로 인력 배치가 이뤄졌으나, 현장 곳곳에선 여전히 진료 및 수술 연기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지역에서 활동 중인 공보의가 추가적으로 차출됐고, 공보의의 진료에만 의존했던 농어촌 주민들의 피해는 점차 커졌다.

심지어는 공보의 없이는 배를 타고 뭍으로 나와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도서지역에서조차 예외 없는 공보의 차출이 이뤄졌다.

결원이 발생한 보건지소로 인접 보건지소의 공보의가 요일별 순회 진료에 나서고 있으나 지역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순회 진료가 있는 보건지소 앞은 이른 시간부터 ‘오픈런’ 현상까지 보이며 환자들로 북적이는 상황이다.

강진군 주민 김제철(77)씨는 “아무래도 노인들은 질병에 취약한데 의사 선생님이 빠져버리면 어떡하느냐”며 “일주일에 두 번씩 진료를 온다고는 하지만 의사가 상주해 있는 것과는 다르다. 아픔이 날짜를 정해서 오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신규 배치는 4월 중순께나…진료 공백 불가피

전남에선 2차례의 차출로 공보의 45명이 자리를 비웠는데, 이는 전국에서 최다 파견 인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공보의 1천367명 중 19.5%인 267명이 ‘의료 취약지’로 분류되는 전남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되면서다.

지역 보건지소에선 공보의 부재로 인한 진료 차질이 우려되며, 특히 오는 4월 초 복무가 만료되는 전남 공보의가 63명에 달함에도 신규 공보의 배치는 4월 중순 이후에나 이뤄질 예정이어서 일시적인 진료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남도가 의료 취약지임을 고려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긴 했지만, 응급·중증환자 치료의 시급성을 사유로 이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는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순회 진료를 늘리고 비대면 진료 허용을 정부에 추가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지난 7일부터 공보의에 대한 휴가를 제한했고, 공보의들이 적극적으로 순회 진료를 하고 있다”며 “일부 공보의들의 복무 만료로 진료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도민들은 보건기관을 방문한 경우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불가피한 경우 인근 의료기관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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