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7·혁명속 인연>

정길은 윤희를 감싸며 위험을 판단할 요량으로 트럭의 가드레일을 짚고 일어섰다. 아비규환의 지옥이 따로 없었으며 윤희를 피신시키려는 순간 수십 발의 총탄이 날아와 정길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탕! 탕!….”

정길은 잠에서 깼다. 손목시계를 보니 아침 아홉 시가 훨씬 넘었으며 비몽사몽 간 사무실 안으로 소리가 들렸다. 이내 김 비서가 들어오더니
“사장님! 중앙정보부에서 손님들이 오셨어요.”
“안으로 모시지.”
서너 명의 건장한 사람들이 정장 차림의 모습으로 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 중 짧은 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정길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차분하고 목소리로 “이정길씨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

오른쪽 정장 안주머니에서 서류를 꺼내 펴 보이며 “당신을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합니다. 끌고 가!”
순간 정길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그들의 행동을 편하게 받아들였다. 그 광경을 지켜본 김 비서가 그들을 가로막았다.
“저희 사장님은 아무런 죄가 없어요.”
선글라스의 남자가 김 비서를 바라보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이봐요. 아가씨! 당돌하군. 예쁜 얼굴에 흠집나면 쓰나?”
“비켜요.”“김 비서 난 괜찮으니, 어제 지시한 내용물 김 전무에게 줘!”

김 비서는 정길의 말에 길을 열었다. 정보부 요원들은 정길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해 갔고 사무실에는 김 비서를 비롯한 여러 명의 직원들이 어수선한 모습으로 연신 전화 수화기를 돌리며 회사의 현 상황을 간부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창문도 없는 취조실, 얼마나 흘렀을까. 정길은 여기가 어딘지 정확한 위치를 전혀 몰랐다. 군용차에 타자마자 검은 두건을 둘러 차를 타고 왔다. 들리는 소리로만 판단할 수 있었기에 철장문을 서너 번 지나더니 철장문 사이로 남자들 비명과 가끔 여자의 신음소리도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방문이 열리더니 그들은 수갑을 풀고 나가버렸다.

정길은 한참 후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하고 두건을 벗어 주위를 살폈다. 낡은 탁자에 접이식 의자가 양쪽으로 두 개씩 배치되었고, 탁자 머리 위에는 붉은 백열등이 전등갓 아래로 권력의 힘을 휘두르기라도 한 듯 의기양양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귀퉁이엔 변기통이 놓여 있었다.
순간 정길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일제때 종로서 취조실에 끌려갔던 기억이 났다.

그때 보다는 다른 느낌이었으나 그 강도는 덜하지는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장 차림의 남자가 두 명의 호위를 받으며 들어오더니 윗도리를 벗어 부하로 보이는 남자에게 주더니“다들 나가 있어!”
“네! 소령님.”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