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6·황금비>-4

이 시간 이후 벌어질 독사와 치우의 치열한 전투신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 놓기 위한 그녀의 계산된 행동이었다. 허나 전세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란 것을 순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순영의 마음은 일각이 여삼추처럼 느껴지며 두 남자의 공간 속에 흐르는 시간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있었다.

춘삼이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잠실 둔치에 도착할 무렵, 희수가 주차장 입구 택시에서 내리는 춘삼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춘삼아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요즘 네가 너무 바쁜 것 같아 나도 연락을 안 했는데…. 너 표정이 왜 그래? 어디 아파?”희수는 춘삼의 굳어있는 표정을 살피더니 “무슨 일이야?”

봉투를 뚫어지라 바라보다 희수에게 건네며 “희수야 도저히 내가 열어 볼 자신이 없어. 이 봉투 같이 봐야 할 것 같아.”

그리곤 희수에게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자초지종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세히 설명했다.

“아마 동생 정문에 관한 내용 같아. 정문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난 정말이지….”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일단 열어보자.”

순간 춘삼은 봉투를 열려는 희수의 두 손을 잡으며 “희수야 설마 정문이가 죽지는 않았겠지? 제발 어떻게든지 살아 있겠지?”

“그래 희망을 갖자!”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개봉한 순간, 그 안에는 간단한 편지와 여러 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 사진 속 남자는 사지(四肢)가 절단된 앉은뱅이 남자였고 한쪽 눈이 함몰돼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걸인의 형상 그 자체였다.

편지 내용은 너무 간단했고 손편지가 아닌 잡지에서 한 글자씩 오려 붙여 누가 봐도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편지의 내용엔 정문이 살아 있고 사진에 있는 남자가 춘삼 일행이 애타게 찾던 동생 정문의 사진이라 적혀져 있었다. 그 편지 아래엔 일본 주소가 적혀져 그곳에 정문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다 읽고 난 춘삼은 봉투에 나온 사지(四肢)가 잘려나간 사진 속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총기 어린 눈빛과 멋진 중년의 모습은 사라지고 사진 속에 그려진 정문의 모습은 잔주름에다 광대뼈는 흉물스럽게 튀어나와 있고 두 볼은 쏙 들어가 해골바가지에 가죽만 덮어놓은 형상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사자(死者)의 몰골이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