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단편소설 ‘4월의 상가(喪家)-11

“어 미숙누나. 누나 맞지?”

“그래 선엽아 좋은 일도 아닌데 너까지 왔구나.”

친구들이 상국의 누나를 모르는 이도 많아 선엽은 있는 자리를 물리고 미숙이 있는 자리로 옮겼다.

“누나 마음이 아프겠네! 힘내요!”

“선엽아 상국이 마음 같겠니? 네가 가기 전에 좋은 말 많이 해주고 가!”

“네 누나!”

“누나는 요즘 어떻게 살아요?”

“나야 뭐…. 사실 매형 하는 일이 힘들어 당분간 이곳 친정에서 살고 있어!”

이제 선엽과 함께 자란 미숙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었다. 그녀는 부잣집 셋째 딸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자랐으나 결혼 후 모진 세파를 이겨내느라 예쁜 얼굴 어기저기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 있었다. 미숙과 이런저런 얘길 나누고 있을 때 다급한 모습으로 미숙의 남동생인 상철이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추레한 모습의 그는 선엽을 보자 악수를 청하고 미숙에게 무겁게 한마디를 건넸다.

“누나 큰 형님이 지금 막 돌아가셨네!”

“큰 오빠가! 지금 돌아가시면 안 되는데….”

상철은 선엽을 바라보다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 비비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선엽아! 큰 형님이 돌아가셨구나! 참으로 줄초상이다. 줄초상….”

눈이 휘둥그레진 선엽의 시선은 미숙 누나에게 향했다.

“선엽아 식구가 많으니 이런 일도 있구나. 상국이 처가 좋은 일로 간 것도 아닌데 큰 오빠마저 암으로 돌아가시니….”

“누나 엄마가 상국이 처 죽은 거 알아요?”

“아니 아직 몰라. 노인네 힘들어 하실까 봐.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침묵만 지키던 상철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상국이 처에다, 큰 형 죽음을 노인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나 막막하다. 선엽아!”

“미진 누나도 아이가 아프다는데….”

“선엽이 네가 어떻게 알아?”

“우리 누나한테 들었어요!”

“그랬구나! 형제지간이 많으니 우리 집도 바람 잘 날이 없구나.”

“누나 힘내세요!”

사실 상국은 10남매의 막내로, 이란성 쌍둥이였다. 몇 분의 간격을 두고 누나인 미진이 먼저 태어나 부득이 학교를 한해 먼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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