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남도일보 사회부장과 함께 떠나는 주말여행(전남 함평)
꽃에서 꽃으로 황홀경…몸과 마음이 즐거운 함평천지
‘198만㎡’ 꽃무릇 군락지 장관 연출…10월에는 은은한 국화향기
양서·파충류생태공원·안악해변 해넘이 등 신선한 볼거리 가득

 

함평꽃무릇 축제에는 해마다 수만 명이 찾아 용천사 들머리부터 마치 붉은 융단을 펼쳐놓은 듯한 꽃무릇이 온 사방을 붉게 물들인 광경을 감상하고 있다. /함평군 제공

전남 함평군은 호남가(湖南歌) 첫머리에서 ‘함평천지 늙은 몸이…’로 시작될 만큼 예부터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이름 높은 곳이다. 농경지가 많아 평온하고 풍요롭다. 또 비옥한 농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청정 갯벌이 선사하는 낙지와 숭어, 구제역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함평천지한우로 유명하다.

함평(咸平), 한자 그대로 뜻풀이대로 ‘모두가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인 그곳으로 떠나보자.

전남 함평군은 ‘축제의 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999년부터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열리는 함평나비대축제는 봄 축제 중 으뜸으로 손꼽히는 함평의 대표축제다.

9월 중순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꽃무릇축제다. 올해는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해보면 용천사 인근 꽃무릇공원에서 개최된다.

꽃무릇공원은 국내 3대 꽃무릇 군락지 중 하나로, 198만여㎡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다.

이맘때쯤이면 푸른 잎이 그리워 더욱 붉게 탄다는 꽃무릇이 마치 붉은 융단을 펼쳐놓은 듯 온 사방을 붉게 물들인다. 푸른 꽃대가 길게 올라와 새빨간 족두리 같은 꽃을 달고 무리지어 숲속에 늘어서 있는 광경은 무척 황홀하고 신비롭다.

새벽안개가 아슬아슬 피어오를 때, 이슬을 머금고 촉촉하게 젖은 붉은 꽃잎을 보면 한순간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화려한 꽃무릇이 고즈넉한 용천사와 한데 어울려 만들어내는 그림은 마치 동양화와 서양화가 만난 듯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경치를 선사한다.

 

 

 

함평군은 10월 가을 국향대전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제12기 대한민국국화동호회와 축제 준비에 필요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국화대전 광화문 모습./함평군 제공

꽃무릇축제가 끝나면 국화축제가 반긴다. 매년 10월 말부터 열리는 대한민국 국향대전은 은은한 국화향기에 취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대표적인 가을축제다.

지난 2004년 가을부터 시작한 국향대전은 나비축제와 함께 함평을 상징하는 축제로, 국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전시 작품과 분재를 볼 수 있다.

한 줄기에서 천여 송이의 꽃이 피는 천간작과 300송이 내외의 다륜대작을 비롯해 수백여 점의 분재 작품도 인기를 끈다.

함평 나비축제는 매년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우리나라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잡았다. 나비축제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나비를 날리며 즐거워 하고 있다. /함평군 제공

축제 못지않게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바로 국내 최초의 양서파충류생태공원이다.

함평군 신광면 학동로에 위치한 함평자연생태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랗게 똬리를 튼 황구렁이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얕으막한 산자락에 자리잡은 커다란 뱀 모형 전시관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높이 16m, 너비 48m의 이 뱀 모형은 함평군이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양서·파충류 생태공원 전시관이다.

한국관에는 황구렁이, 먹구렁이 누룩뱀, 무자치, 왕금사, 살모사, 까치살모사 등 국내종과 동남아시아의 뱀과 거북 등을 볼 수 있다.

한국관에서 눈여겨봐야 할 뱀은 바로 오보사(五步蛇)다. 중국에서 서식하는 이 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릴 경우 다섯 걸음을 걷지 못하고 죽는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다. 특히 사람에게 치명적인 이 독이 중국의 중의학에서는 수십 가지의 질병 치유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어 귀한 한약재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옛날에는 이 오보사를 잡으려면 황제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전해질 정도로 귀하게 여겨지고 있다.
 

국내 최초 양서·파충류 생태공원에는 뱀모형 전시관이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함평군 제공

‘순금 황금박쥐’가 빛나는 엑스포공원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황금박쥐생태관은 693㎡ 규모로 멸종위기 희귀동물인 황금박쥐가 함평에서 서식하는 점을 활용해 박쥐의 생태체험 및 야생 희귀동물 보존 등을 알리기 위해 조성했다. 동굴처럼 디자인한 전시관과 함평 야산 동굴에서 162마리의 황금박쥐를 발견한 점에 착안해 만든 순금 162㎏의 황금박쥐 조형물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엑스포공원을 껴안고 흐르는 함평천 생태하천에서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철 따라 아름다운 장관이 연출된다.

일제강점기 중국 상해 임시정부청사를 재현한 ‘함평 상해임시정부 청사’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함평 상해임시정부청사’는 중국의 청사를 그대로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책상, 침대, 각종 소품 등을 중국 현지에서 그대로 제작했다. 청사 1층 내부로 들어서면 임시정부 회의실과 빛바랜 태극기,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엌과 화장실을 볼 수 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2층에 올라가면 조국 광복을 위해 애썼던 김구 선생의 집무실과 요인들이 근무하던 정부집무실이 있다. 3층에는 이봉창,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들이 임시숙소로 이용했던 침실을 재현했다.

노래 ‘섬마을 선생님’ 한자락 흥얼거릴 안악해변은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

노래 ‘섬마을 선생님’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세운 안악해변은 서정적인 분위기의 황혼 무렵의 해넘이가 일품이다. 함평만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무안 해제반도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이 짙은 감흥을 선사한다.

안악해변에 처음 발을 들여 놓으면 길이가 100m 정도 되는 은빛 백사장이 가장 먼저 눈에 보인다. 백사장을 에워싼 울창한 소나무 숲은 휴식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함평만 갯벌에서 나오는 싱싱한 숭어, 세발낙지, 보리새우 등은 여름철 미각을 돋군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까닭으로 깨끗하고 조용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야유회나 친목회 등을 위해 축구장·족구장·배구장·농구장이 항상 열려 있다. 저녁에는 손전등만 가지고 지천에 깔린 게를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함평군은 돌머리 연안유휴지를 대표해변 관광지로 조성하고 있다. 조만간 갯벌 탐방로, 진입도로, 오토캠핑장 등 종합복합해양공원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병호 군수는 “함평은 문화·역사·자연이 결합한 복합적인 체험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며 “모두한 평화롭고 행복한 함평군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ym@namdonews.com

함평/이경신 기자 lk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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