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의회 추경안 심사 거부 ‘파장’

주민편의시설 신축·농업인 지원사업·국도비 보조사업 ‘초비상’

장성군 “군민 큰 피해 우려… 민생 외면한 초유사태에 강한 유감”

전남 장성군의회가 임시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다루지 않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장성군은 군의회가 정치적인 이유로 민생을 외면한 군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군의회는 제294회 임시회 첫날인 23일 의회운영위원회를 열고 이번 회기에서2018년도 제1회 추경안에 대한 심사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군의회는 지난 19일 의원 간담회를 열어 23~30일 임시회를 개최하고 회기 중에 추경안과 조례안 등을 다루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22일 의회운영위원장인 임모 의원이 임시회에서 추경안을 제외하자는 뜻을 비공식적으로 밝히자 23일 오전 긴급 의원간담회를 소집해 추경안 심사를 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군은 군의회가 추경안을 임시회 안건으로도 아예 상정하지 않은 건 군의원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추경안 심사 무산의 피해가 군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군이 추경안으로 제출한 사업을 살펴보면 북부보건지소 신축, 치매안심센터 신축, 도시가스 공급사업, 공영버스터미널 주변 공영주차장 조성 등 주민생활 및 복지와 밀접한 편의시설 사업이 많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농업 분야 사업이다. 추경안에 포함된 새끼 우렁이 지원,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지원은 영농 시기에 맞춰 추진해야 한다. 농사철이 지나면 사업 시행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무기계약근로자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무기계약근로 전환자의 인건비 증가분과 처우 개선비가 추경안에 포함돼 있어서다. 무기계약근로 전환자들이 제때 보수 증가분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셈이다.

국비와 도비의 보조를 받아 추진하는 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국·도비 보조사업의 경우 통상적으로 1~2월에 중앙부처로부터 통보를 받고 3월에 추경을 통해 예산을 반영해왔다. 사업이 무산되면 향후 국·도비를 확보해 추진해야 하는 사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군의회가 임시회 개회 직전 추경안 심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군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군은 특정 정당 소속 군의원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군의회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민생을 외면한 것으로 간주하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군 관계자는 “매년 문제없이 진행돼 온 추경안 편성이 무산돼 매우 침통하다”라면서 “군민이 입을 피해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군은 2016년과 지난해에도 3월에 1회 추경안을 편성했다. 현재 22개 시·군 중 16개 시·군은 이미 1회 추경안 편성을 마치거나 늦어도 다음 달 상반기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인단체, 사회단체, 노동단체는 일제히 군의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농사철이 코앞인 만큼 당장 큰 피해를 입게 된 농업인단체가 가장 먼저 반발했다. 김무상 쌀전업농 장성군연합회 사무국장은 “민생을 위해 일해야 할 군의회가 정치적 계산에 눈이 멀어 당장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노인회 장성군지회도 비판에 가세했다. 반강진 지회장은 “군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군의원들이 선거 때문에 추경안 심사를 안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이번 사태가 장성군의 명예까지 실추시키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단체 반발도 거세다. 군 무기계약근로자들의 결사체인 민주노총 공공연대 전남지부 장성지회의 송은영 지회장은 “군의회가 추경안 심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무기계약근로자의 생존권까지 흔드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과연 군민을 위한 결정인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장성/전길신 기자 cks@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