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뚱이 절반 접은 채 움직임 거의 없어 ‘눈길’
미동 없는 탓 관찰에는 ‘제 격’
보는 각도 따라 무늬 모양 달라
이상기후 애벌레 생태계 교란도

 

 

사진-1 애기담홍뾰족날개나방애벌레(2018년 6월 25일, 꼬막재)
사진-2 애기담홍뾰족날개나방애벌레(2019년 9월13일, 금성산성)
사진-3 애기담홍뾰족날개나방애벌레(2020년 8월 29일, 용추폭포)
사진-4 애기담홍뾰족날개나방애벌레(2021년 10월 11일, 화시봉)
사진-5 애기담홍뾰족날개나방(2015년 6월 23일, 병풍산)
사진-6 애기담홍뾰족날개나방(2015년 6월 23일, 병풍산)

여름의 숲속은 짙은 녹음과 함께 활기가 넘쳐난다. 어디에서든 흔하게 볼수 있는 국수나무의 잎에 몸을 반으로 접고 거의 움직임없이 가만히 있는 애벌레가 있다. 갈고리나방과 뾰족날개무리에 속하는 애기담홍뾰족날개나방 애벌레다. 예전에는 독립된 뾰족날개나방과 였는데 갈고리나방과로 편입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아무런 설명이 없으니까.

2018년 6월 25일, 꼬막재에서 신선대 가는길에서 애기담홍뾰족날개나방애벌레를 만났다. 황갈색이나 흑갈색이며 배 끝에 흰무늬가 있고 돌기가 1쌍 있다. 1, 2배마디의 흰 점은 있는 것도 없는것도 있다. 지금껏 수많은 애벌레들을 봐 왔지만 뾰족나방 무리들처럼 움직임이 거의 없는 녀석은 많지가 않다.

자나방 애벌레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아 관찰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특히 잎말이나방류 애벌레들은 조금만 이상을 느끼면 바닥으로 툭 떨어져 버린다. 풀 속이나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녀석은 거의 다시 찾을수가 없다. 그런면에서 보면 애기담홍뾰족날개나방 애벌레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가 아닐수 없다. 마음 푹 놓고 관찰할수 있으니 말이다.

2019년 9월 13일, 담양 금성산성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처음 봤던 애벌레는 조금 어린 녀석이었는데 많이 자란 상태였다. 국수나무의 가지에 교묘하게 숨어 있는 애벌레를 운좋게 발견했다. 옆 모습을 선명하게 담을 수 있었다.

2020년 8월 29일, 무등산 용추계곡에서 종령을 만났다. 머잖아 흙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될 것이다. 생김새를 보면 참 단순하다. 머리에는 복잡한 무늬가 있고 몸통은 가운데를 따라 검은색의 줄이 있다. 흰뾰족날개나방의 애벌레와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다.

2021년 10월 11일, 가을이 깊어가는 고창의 화시봉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아랑곳않고 열심히 이동중이다. 기온도 점점 낮아지는데 조금 걱정이 된다. 무사히 흙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되길 빌어본다. 녀석들의 활동시기는 보통 8~9월인데 6월에도, 10월에도 관찰된다.

어른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2015년 6월 23일, 병풍산 한재골 야등에서 애기담홍뾰족날개나방을 만날 수 있었다. 앞날개 바탕색이 분홍빛 도는 자주색이며, 앞날개 기부와 후연각 무늬가 둥글다. 불빛을 보고 찾아온 녀석을 보며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둥근 무늬와 굴곡진 물결모양의 무늬.

예전에 독립된 과로 취급했을 정도로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비슷한 녀석으로는 담홍뾰족날개나방이 있는데 기부 무늬가 흐릿하고, 가느다란 횡선이 잘 나타나서 구분할수 있다.

뾰족날개나방 무리는 우리나라에 알려진것만해도 20여 종이 넘는다. 그중 만나본 애벌레는 몇 종이 되질 않는다. 어른벌레도 마찬가지다. 아직 갈길이 멀다. 더 많은 애벌레와 어른벌레를 만나봐야 한다.

이상 기후로 인해 보이던 녀석도 전혀 관찰이 안되는 경우가 있고, 새로운 녀석이 출현하는 경우도 있다. 온난화 영향으로 식물의 북방한계선이 점차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을 먹고 사는 애벌레들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인간은 수많은 탄소를 배출하여 지구를 아프게 한다. 어느 한 종의 멸종은 또 다른 시련의 연속이다. 이미 많이 늦었다. 그래도 더욱 박차를 가하자. 미래 세대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해지려면…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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