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손바닥 위에 올려봤던 애벌레 ‘정감’
어린 유충 잎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특성
종령까지 살아남기 매우 희귀하나 ‘조우’
회원 덕분에 종령애벌레 만나는 행운 안아

 

 

사진-1 산딸나무(2018년 6월 8일, 남창계곡)
사진-2 산딸나무(2021년 8월 14일, 곤방산)
사진-3 왕뾰족날개나방애벌레(2015년 9월 12일, 함양 거망산)
사진-4 왕뾰족날개나방애벌레(2015년 9월 12일, 거망산)
사진-5 왕뾰족날개나방애벌레(2015년 9월12일, 거망산)
사진-6 왕뾰족날개나방(2016년 7월 23일, 형제봉)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뚜렷이 느낄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기후가 언제부터인가 봄과 가을은 잠깐 왔다 가 버리고 여름과 겨울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6월, 중남부의 숲에 들어가면 하얀꽃을 멋지게 피우고 있는 층층나무과의 산딸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산딸나무 꽃은 4장의 꽃잎이 마주보기로 붙어 있는 커다란 꽃이 수백 개씩 층층으로 피어 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색이 섞이지 않아 청순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주는 꽃이다. 사실은 꽃잎이 아니고 잎이 변형된 포엽(苞葉)이란 것인데,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꽃잎으로 착각할 정도로 변장술이 놀랍다.

가을이 되면 손가락 마디만한 열매가 붉게 물들며 익기 시작한다. 먹으면 제법 달달하다. 산에서 나는 딸기라 해서 산딸나무란다. 꽃이나 열매가 좋아 요즘은 정원수나 가로수로 많이 식재한다. 2021년 8월 14일, 곡성 곤방산으로 애벌레 만나러 갔을 때 익어가기 시작한 산딸나무 열매를 볼수 있었다.

갑자기 산딸나무를 장황하게 소개하니까 독자분들은 다소 의아해 할 것 같다.

2015년 9월 12일, 함양 거망산으로 숲기행 갔을 때가 생각나서다. 무등산보다는 조금 낮은 1,182m의 산이지만 처음 가보는 산이라 어떤 애벌레들이 있을까 기대가 많았다. 정상부근엔 자욱한 안개가 끼어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특별한 애벌레는 없다. 왕뿔무늬저녁나방애벌레, 제비나방애벌레, 수검은줄점불나방애벌레, 유린산누에나방 번데기등 우리 지역에서 볼수 있는 애벌레들을 관찰할수 있었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하산길에 나선다.

뒤쪽에서 요란스럽게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대표님, 이거 무슨 나방애벌레인가요?” 몸은 회색과 갈색으로 얼룩덜룩하며, 가운데 가슴에 자갈색 V자 무늬가 선명하다. 머리에는 작은 회색 점이 있고, 크고 검은 점이 몇 개 있다. 숨구멍은 주황색으로 뚜렷하게 보인다.

처음 보는 녀석이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며 얼굴을 익힌다. 난생 처음 손바닥에 애벌레를 올려놓았다. 시원함을 넘어 차갑다는 느낌이 든다. 문득 애벌레는 화상을 입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론 절대 손으로 만지지 않는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비록 이름은 모르지만 새로운 녀석을 만났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피곤함이 싹 없어진다. 그땐 몰랐지만 어떤 나무에 있었는지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먹이식물에 대한 정보를 누락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녀석이 있던 나뭇가지를 보고 어떤 나무인지 알수 있다. 애벌레가 먹는 식초를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에 나무나 풀등을 알지 않으면 않된다. 애벌레 이름을 알아 내는 것 만큼이나 먹이식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름을 붙였다. 왕뾰족날개나방이다. 갈고리나방과 뾰족날개나방아과에 속한다. 먹이식물은 산딸나무…

어린 유충은 어린잎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에 종령까지 살아남는 것이 드물다. 실제 어린 애벌레는 본적이 없지만 1령 유충머리는 검고 가슴은 부풀었으며 배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져 마치 올챙이 모양이라고 한다. 난 운좋게 회원들 덕분에 종령애벌레를 만난 것이다. 항상 그분들께 고마움을 느낀다. 종령 애벌레는 8월에 흙속 얕은 곳에 들어가 흙으로 고치를 틀고 번데기가 되어 한 달이 지나면 우화하는 것도 있고, 이듬해 4월에 우화하기도 한다.

왕뾰족날개나방을 만난 것은 2016년 7월 23일, 하동의 형제봉 야등에서다. 낮엔 허운홍 선생, 김상수 선생 등과 함께 화개장터 부근에서 애벌레를 관찰하고 저녁엔 형제봉에 올라 불을 밝혔다.

어른벌레 날개는 회갈색이며 폭이 넓고 진한 갈색 점이 흩어져 있다. 앞날개 앞쪽 끝이 약간 뾰족하게 튀어 나왔다. 밤새 불을 밝히고 나방을 관찰하려 했으나 발전기가 자꾸 말썽이다. 휘발류를 쓰는 엔진인데 연료가 문제인가 보다. 그놈의 돈이 뭔지 불량 휘발류를 파는 업자가 원망스럽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강제철수할 수밖에…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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