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을 빨며 대낮에 활동하는 나방 조우 ‘행운’
나무·풀 마구 베어버리면 생태계 파괴
인간·곤충 공생할 대책 마련 ‘급선무’
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 관찰 ‘소망’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66> 긴금무늬밤나방

 

사진-1 긴금무늬밤나방애벌레(2021년 9월 12일, 광주 농성동)
사진-2 긴금무늬밤나방애벌레(2021년 9월 12일, 농성동)
사진-3 긴금무늬밤나방(2015년 10월 4일, 영광 불갑사)
사진-4 긴금무늬밤나방(2015년 10월 4일, 불갑사)
사진-5 긴금무늬밤나방(2015년 10월 4일, 불갑사)

대부분의 나방들은 밤에 활동하는데 낮에 꽃을 찾아 다니며 꿀을 먹는 나방이 있다. 밤나방과(Noctuidae) 은무늬밤나방아과(Plusiinae)에 속하는 긴금무늬밤나방을 소개하고자 한다.

밤나방과 무리는 엉겅퀴밤나방을 비롯해 653종 이상이 알려진 큰 무리다. 은무늬밤나방아과외 20개 아과로 나뉜다.

국화과에 속하는 벌개미취 그리고 북아메리카 원산의 망초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식물이다. 너무 흔하다 보니 사진으로도 담아 놓지 않았다. 여기 저기 무성하게 자라는 망초를 보면서 많은 애벌레들이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의외로 관찰하기가 쉽지 않았다. 맛이 없어서 그럴까?

2021년 9월 12일, 광주천을 따라 용산교까지 올라 갔다 내려오는길. 애벌레 한 마리도 못 보고 오전 근무가 끝나가나 하는 생각에 온몸으로 한낮의 더위를 맛본다. 광천1교 조금 못 미쳐 자전거 도로옆 제법 넓은 풀밭이 있다. 적당히 풀을 베면 좋으련만 조금만 자라도 완벽(?)하게 베어 버린다. 곤충들은 어떻게 살라고 그러는지…

바짝 마른 풀위를 열심히 기어 가고 있는 애벌레가 보인다. 눈이 번쩍 뜨인다. 급히 자전거를 세우고 카메라 앵글을 들이댄다. 등 양쪽으로 약간 꼬불꼬불한 흰색 줄이 3개씩 있다. 숨구멍 위로 검은 점들이 선명하다. 정확한 이름은 생각이 나질 않지만 은무늬밤나방 애벌레인 것 같다.

집에 들어와 도감을 펼쳐보니 긴금무늬밤나방애벌레다. 꼭 보고 싶은 애벌레였는데 이렇게 만날줄이야 생각도 못했다. 먹이식물은 망초와 벌개미취다. 8월에 주로 보이는데 녀석은 9월 중순이었지만 다 베어져 바짝 마른 풀위를 부지런히 기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망초를 찾아가는 것이리라. 잠시 새로 돋아난 풀 줄기로 오른다. 그대로 둘수 없어 주변에 망초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놓아주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천변에서 운동하는데 불편하다고 나무와 풀을 마구 베어 버리면 보기엔 시원하겠지만 수많은 곤충들과 새들은 어찌 살아갈수 있을까? 같이 살아가는 지혜가 아쉽다. 종령이 되면 잎사이에 흰 막을 치고 번데기가 되어 9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어른벌레를 만난 것은 한참 오래전이다. 2015년 10월 4일, 영광 불갑사에서다. 노오란 꽃봉우리를 오가며 열심히 꿀을 빨고 있다. 흑갈색의 날개, 가운데 내횡선과 외횡선을 이어주는 흰띠가 보인다. 보통 나방은 날개로 몸통을 덮는데 이렇게 날개를 펴고 있으니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아마도 빠르게 다른 꽃으로 옮겨가지 위해서일 것이다.

낮에 꽃을 찾아 오는 나방은 많지 않다. 은무늬밤나방아과의 은무늬밤나방, 국화은무늬밤나방 등이 있고, 박각시과의 작은검은꼬리박각시, 벌꼬리박각시등도 빠르게 움직이며 꽃을 찾아 흡밀한다.

깜둥이창나방, 노랑날개무늬가지나방도 자주 보이는데 애벌레도 관찰하면서 낮에 활동하는 나방을 만날 수 있다면 큰 행운이 아닐수 없다. 애벌레가 있던 곳에서 어른벌레를 볼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러기 쉽지 않다. 더 열심히 발품을 팔면 애벌레부터 번데기 그리고 어른벌레까지 다 만날 수 있는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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