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다리 나뭇잎 좋아하는 적자색 줄무늬 선명
종령때 몸통에 붉은색 신호 ‘번데기’
흙속에서 고치 틀고 보름 뒤엔 우화
일부 우화 못하고 생 마감 ‘아쉬움’

 

 

사진-1 날개물결짤름나방애벌레(2018년 8월 1일, 무등산 용추계곡)
사진-2 날개물결짤름나방애벌레(2018년 8월 2일, 광주 동천동)
사진-3 날개물결짤름나방애벌레(2018년 8월3일, 동천동)
사진-4 날개물결짤름나방애벌레번데기(2018년8월4일, 동천동)
사진-5 날개물결짤름나방(2018년8월16일, 동천동)
사진-6 날개물결짤름나방 우화 후 번데기(2018년8월16일, 동천동)

광주시민들이 자주 찾는 증심사 인근의 편백 숲에는 나도밤나무과의 합다리나무와 나도밤나무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먹이식물이 풍부하면 그것을 먹고 사는 곤충들이 많다. 그곳과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무등산에서 식생이 좋은 용추계곡에도 합다리 나무가 많이 보인다.

경험상으로 애벌레를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 용추계곡인 것 같다. 국립공원이 된 이후 탐방객이 많이 늘고 등산로를 정비하면서 서식지가 조금씩 파괴되어 애벌레 관찰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어 많이 아쉽다.

2018년 8월 1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이지만 이곳 용추계곡은 시원하다. 오늘은 어떤 녀석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며 열심히 주위를 살핀다. 무성한 잎사귀를 늘어뜨린 합다리 나무에 멋진 녀석이 보인다. 머리는 연두색이고 적자색 줄무늬가 양쪽에 있다. 몸은 녹색이며 중간에 적자색 줄이 있고, 배마디마다 기문 아래에 역시 적자색 줄무늬가 있다.

조심스럽게 샬레에 담아 집으로 가져온다. 충분한 먹이와 함께…

열심히 잘 먹는다. 안전한 샬레에서 지내니 천적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하루가 지나니 제법 튼실해진다. 유충길이는 33~35mm 정도다.

아마도 거의 종령을 데려온 것일까?

이틀이 지나자 몸통이 붉어진다. 녀석의 생태를 몰라 일단 휴지에 물을 적셔 넣어 주었다. 번데기가 될 때가 된 것이다. 흙속에 들어가 흙으로 고치를 틀고 번데기가 되어 보름이 지나면 우화하는데 흙을 넣어주지 않으니 휴지옆에 자신의 배설물과 나뭇잎으로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었다(2018년 8월 4일).

제대로 번데기가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 오롯이 기다리는 수밖에…

한 두마리씩 사육을 시작하면서 수월하게 잘 자라 우화까지 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몇 년전에 번데기가 되었는데 아직도 우화하지 못하는 녀석도 있다. 아마도 생을 마감했겠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밀려든다.

실패를 하다보니 자꾸 두려움이 생긴다. 소중한 생명을 함부로 다루었다는 미안한 마음이다. 허운홍 선생께서는 표본까지 만들어 자료로 간직하라고 충고를 하시는데 아직 자신이 없다. 언젠가는 배워서 표본을 만들어 볼 생각이지만 선뜻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2018년 8월 16일, 드디어 녀석이 우화했다. 날개물결짤름나방이다. 날개는 갈색이며, 외연은 물결 모양이고, 횡선은 톱날 모양이며 흑갈색이거니 미색으로 뚜렷하다. 전연에 흑갈색 역삼각 무늬 그리고 그 아래에 작고 흰 무늬가 있으며, 역삼각 무늬 끝에 작은 검은 초등달 무늬가 붙어 있다.

자연 상태에서 녀석을 봤는지 자료를 뒤져봐도 없다. 태극나방과 짤름나방아과로 편입되면서 이름도 날개물결무늬밤나방에서 날개물결짤름나방으로 바뀌었다. 분류체계가 바뀐지 제법 되었지만 아직도 생소하다. 언제쯤이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는지 의문이다.

드디어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그동안 광주에 살면서 주변의 나방들을 관찰해 왔는데 서울로 생활근거지를 옮겨야할 것 같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환경지킴이로 활동하며 그곳의 나방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근무가 종료되어 아쉽다. 이제는 중부지방의 나방들과 친해져 보련다. 올 한해도 멋진 나방들을 열심히 독자 여러분께 최선을 다해 소개하려 다짐해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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