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에 반달모양 검은무늬 선명…이름 유래된 듯
월동한 번데기 이듬해 4월 우화
가슴 위쪽 삼색 무늬 ‘인상적’
조용한 숲속 쉼없는 변화 갈구

 

 

사진-1 반달누에나방애벌레(2017년 5월 13일, 함양 영원사)
사진-2 반달누에나방애벌레(2018년 6월 13일, 지리산 노고단)
사진-3 반달누에나방애벌레(2021년 6월 5일, 영월 장릉)
사진-4 반달누에나방애벌레(2015년 7월 12일, 지리산 대성골)
사진-5 반달누에나방 고치
사진-6 반달누에나방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있다. 인동과의 병꽃나무다. 나무를 모르시는 분들도 기본적으로 병꽃나무는 거의 아실만큼 흔한 나무다. 원통형의 삭과열매는 익으면 2개로 갈라진 채 겨우내 매달려 있는데 관상수로 일본병꽃나무와 북미 원산의 애기병꽃나무도 있다.

이런 병꽃나무잎을 먹고 사는 애벌레들이 있다. 단식성으로 아스콜드잎말이나방, 반달누에나방, 협식성으로는 끝갈색흰가지나방, 작은갈고리좀나방, 큰황나꼬리박각시, 광식성으로 가흰밤나방, 그물눈잎말이나방 등이 알려져 있다.

이번 차례에서는 반달누에나방을 소개하려 한다. 4월이면 깔때기 모양의 꽃이 핀다. 처음 필 때는 연한 노란색이지만 붉은색으로 변한다. 꽃이 질 무렵인 5월이 되면 더 많은 애벌레들이 보인다.

2017년 5월 13일, 함양의 칠암자 길로 숲기행에 나섰다. 칠암자의 첫 길목인 영원사 근처에서 반달누에나방의 초령애벌레를 만났다. 2령 정도로 보이는 녀석은 먹이식물인 병꽃나무가 아니었다. 아마도 옆의 나무에서 떨어진 것 같다. 어린 유충의 윗면은 검은색이고 아랫면은 녹색인데 검은색 돌기가 많이 나 있다. 조심스럽게 병꽃나무잎에 올려 주고 다시 길을 떠난다.

2018년 6월 13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다시 녀석을 만났다. 중령 애벌레다. 아랫면이 적황색으로 변하고 검은색 돌기가 훨씬 길어졌다. 사육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령수가 다른 애벌레를 볼수 있어서 다행이다. 탈피하는 과정을 볼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며 발품을 팔면 많은 애벌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는다.

2021년 6월 5일, 모처럼 3일을 쉬게 되어 강원도로 먼길을 떠날 수 있었다. 영월 장릉과 덕산기 계곡 그리고 정선의 석병산으로의 먼길이다. 산작약과 둥근잎개야광나무, 돌갈메나무 등 남쪽지방에서는 보기힘든 종들을 보기위해 지인들과 함께 나선 길인데 역시 나의 주 관심사는 그곳에 사는 애벌레들이었다.

잔물결가지나방, 어깨회색밤나방, 얼룩나방 등의 애벌레를 만날 수 있었고 남쪽에서는 보기 힘든 밤나무산누에나방의 고치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반가운 녀석은 4령 정도의 반달누에나방애벌레다. 한번 더 탈피하면 종령이 될 듯한 녀석이다. 아직 배쪽의 색상이 적황색은 아니지만 크기는 종령에 가깝다.

2015년 7월 12일, 지리산 대성골로 숲협회 회원들과 함께 한 숲기행에서 종령애벌레를 만났다. 다 자라면 윗면은 녹색으로 변하고 돌기 또한 녹색으로 변해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운 좋게 만날 수 있었다. 약간 푸른 빛이 도는 날카로운 돌기는 무섭게 느껴진다. 가슴 위쪽의 삼색 무늬가 인상적이다. 함께 한 회원들이 어떻게 애벌레를 찾아 내는지 궁금해 한다. 이런 질문을 받을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고치는 어떻게 만들까? 누에나방들과 마찬가지로 줄기에 질긴 갈색 고치를 만들어 붙이고 번데기가 된다. 처음 만들기 시작할 때의 고치는 둥근 형태의 녹색이나 나중엔 갈색 팽이 같은 모양으로 변한다. 고치와 어른벌레 사진은 허운홍 선생께 부탁하여 받은 것이다. 항상 도움을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해본다.

날개에 애벌레 모양의 갈색 무늬가 있고, 반달모양의 검은 무늬가 있어 반달누에나방이라 이름 붙였을까? 병꽃나무를 보면 항상 반달누에나방의 고치를 찾아 보지만 쉽게 보이질 않는다. 겨울을 난 번데기는 이듬해 4월 우화한다. 언 듯 보면 숲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곧 봄은 올 것이다. 코로나19로 지친 마음들을 자연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아 보았으면 좋겠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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